2014-11-25

(보고서) 16년 만에 변화된 한국의 정책 기조, 앞날은 여전히 험난

(※ 한국투자증권의 "경제분석/월보" 가운데 주요 부분을 소개한다. 인용하는 보고서 원제는 『옳은 방향, 험난한 길』이다. 보고서 전체는 여기를 클릭하면 받아볼 수 있다.)

※ 대내외 도전에 맞서기 시작한 한국 경제

- 미국과 일본의 변화는 한국에 불리한 방향

투자 중심의 미국 성장이 가져오는 파장은 한국 경제에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미국 경
기 호전이 대미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통적인 수출 경로인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로지역의 경기가 부진한 것도 중국의
중간재 수요 증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의 엔화 약세 유도 정책은 세계 경제의 수요 부
진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지만, 일본 기업들의 공격적인 수출 단가 인하는 한국 기업들
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

- 정부는 내수 부양으로 정책 방향 전환

최근 정부 정책의 흐름을 보면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8월에 내놓은 정책들은 대체로 가계
의 소득을 증진해 소비 경기를 살리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세제 개편
안 중에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활용해 소비 부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 이 정책이 성공한다면 지난 수년간 지속되어 온 소비의 구조적 부진 문제를 완화시킬 것으
로 예상된다. 소비의 구조적 문제는 경제성장률에 비해 소비 증가율이 낮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2000년 이후 가계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3.3%로, 4.4%를 기록한
연평균 경제성장률보다 1.1%p 낮았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에는 가계소비
증가율이 1.8%에 그쳐, 3.2%를 기록한 경제성장률보다 1.4%p 낮았다. 이런 차이는 1990년
대에 비해 훨씬 늘어난 것이다.

- 1998년 이후 16년 만에 변화된 정부의 정책 기조

이러한 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취해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이다. 외환위기 이후의 정부 정책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정착시켜 외환 부문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시장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상대적으로 근로 소득자와 자영업자 등 가
계 부문의 소득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었고 구조적 소비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정부 정책이 가계 부문의 소득을 확대해 내수를 부양하는 것으로 초점이 이동한 것은
경제 정책 기조의 획기적 변화라 할 수 있다.

- 그러나 소비 회복이 느릴 것으로 전망

그러나 내수 중심의 경기 회복은 아주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가 살아나기 위해
서는 가계 소득이 증가해야 하지만,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약간의
세액 공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임금 인상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
다. 엔화 가치의 급락 역시 정부 정책의 노력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 방안들이 잘 실행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이 급격히 감소해서는 곤란한데,
엔화 약세 환경은 기업 이익에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정책의 효과를 발휘해도 내수 회복에는 여전히 미흡할 듯

더구나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성장에 기여하더라도 당분간 성장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정책의 효과가 경기 회복을 가져오는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
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직전 3년간의 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더 높은 상승률로
임금을 올려주는 기업에게 초과 임금 상승분에 대해 5% 또는 10%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만약 기업이 이 제도에 호응해 2015년 임금을 최근 3년 평균보다 1%p 더 올릴
경우 소비 증가율이 최대 0.7%p 정도 높아질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소비 위축을 해결하
는데 부족할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6월 현재 근로자 수는 약 1,513만명이
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를 토대로 계산하면 올해 평균 일인당 연간 임금총액은
3,831만원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체 근로자의 임금은 580조원(=1,513만명×3,831만원)으
로 추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체 기업이 임금을 1%p 더 올려줄 경우 가계의 소득은 최대
5.8조원 늘어날 것이다.

- 임금 상승률 1%p 높아지면 소비 증가율은 최대 0.7%p 상승,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0.3~0.4%p에 그칠 듯

공격적으로 가정해 5.8조원 중에서 95%가 소비로 이어진다면 약 5.5조원의 소비 증가를 기
대할 수 있다. 이는 2014년 예상 민간 소비의 약 0.7% 수준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임금을
1%p 더 올릴 경우 소비 증가율이 높아질 수 있는 최대 폭이 0.7%p 정도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계산은 모든 기업이 임금을 원래 계획보다 1%p 정도 더 올려줄 뿐 아니
라, 임금 인상에 사용하지 않았으면 아무 용도로도 쓰지 않았을 돈으로 임금을 올려줄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임금을 올려주지 못하는 기업도 있고, 기업이 다른 곳에 사
용할 자금으로 임금 인상을 할 수도 있어, 실제 성장률 상승폭은 0.7%p보다 상당 폭 낮은
0.3~0.4%p 내외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정도의 소비 증가율 상승은 의미 있
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소비 위축이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 수출도 중화학공업보다 소비재 성장률이 높을 듯

한편 수출에서도 성장에 한계가 있는 가운데 그 성격은 사뭇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중국의 소비 능력이 커지면서 미국의 수입이 중화학공업 제품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수입은 소비재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방향은 맞으나 길은 험난할 2015년 경제

- 내년도 경제에 중요한 것은 정치 변수

지금까지 살펴본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들은 부정적인 것들 일색이었다. 모든 국가가 수출을
확대하고 싶어하지만 수입은 그다지 늘릴 형편이 못 되다 보니, 어느 나라도 수출 확대를 통
한 경기 부양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뚫고 세계 경제가 굳건
한 회복 국면으로 들어가려면 세계 각국에서 가계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즉, 향후 몇 년간 세계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수출, 투자, 소비, 환
율, 금리 등과 같은 경제 변수가 아니라 정치 변수라 할 수 있다.

-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모두 정치 과정이 중요한 상황

최근 의회 선거에서 미국은 정부의 경제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는 공화당이 상
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과 거의 모든 사안에서 충돌이 벌어질 것
이다. 유럽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두고 프랑스와 독일간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2017년에 가서야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독일은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이유를 들어 재정을 통한 성장 촉진을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급속
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의 정치적 불만을 잠재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 역시
가계 소득과 기업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지만, 경제적 해법이 아닌 정
치적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 미국, 중국, 한국 모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방향으로 진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경기 회복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투자 확대는 결국 미국의 일자리를 증가를 통한 경기 회복을 가져
올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의 내수 확대는 자국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수
출 확대의 기회를 줄 것이다. 한국도 2기 경제팀 등장 이후 내수 부양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 여전히 변동성이 클 2015년

따라서 내년 경제는 불안한 먹구름 사이에서 긍정적인 현상들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는 모
습이 될 것이다. 다만, 디플레이션 위험에 처해있는 유럽, 엔화 약세에 집착하는 일본, 경기
회복의 해법에 관한 사회적 논쟁이 커질 한국과 미국 등 불안 요인들도 많기 때문에 금융시
장뿐 아니라 경기 흐름도 상당한 변동성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물가 상승을 유발
할 정도로 강한 소비 회복을 가져오는 것은 2015년 중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담배에
부과될 세금 상승을 제외한다면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내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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