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5만 달러 국가의 조건』 보고서 요약 부분이다. 보고서 전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구할 수 있다(로그인 필요).)
□ 5만 달러 국가의 조건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의 의미
1인당 국민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은 한 국가의 경제발전단계를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이다. 선진국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OECD 34개국 중에서 동유럽 및 중남미의 저소득국가를 제외한 25개국의 2013년 기준 평균 1인당 국민소득은 약 5만달러(49,357달러)이다. 따라서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는 선진국 그룹에서 평균 이상의 국민소득이며 “선진국 중의 선진국”임을 의미한다. 2013년 OECD 내 국민소득 5만 달러 이상 국가는 노르웨이, 호주, 미국 등의 10개국에 불과할 정도이다.
■한국의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시기 전망
(1인당 국민소득 추이) 현재 한국의 공식적인 1인당 국민소득은 새로운 국민계정 편제를 기준으로 2013년 현재 2만 6,205달러이며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15년에는 3만 달러 내외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까지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달성하였다. 그러나 1994년 1만달러에서 2015년 3만달러에 이를 때까지 수차례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21년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시기 전망) 1인당 국민소득 결정의 핵심변수를 경제성장률로 가정할 경우 2015년 3만달러를 기점으로 시나리오에 따라 국민소득 전개 경로가 큰 차이를 보인다. 첫째, (기준 시나리오: 현 잠재성장률 수준 3% 중반 유지) 달성기간중 성장률을 현 잠재성장률 수준인 3%대 중반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21년에 4만달러를 지나 2024년에 5만달러에 도달하여 총 9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비관적 시나리오: 잠재성장률 2% 중반) 향후 잠재성장률을 현 수준보다 1%p 낮은 2%대 중반으로 가정하면 2024년에 4만달러를 지나 2030년에 5만달러에 도달하여 총 15년의 소요기간이 예상된다. 셋째, (낙관적 시나리오: 잠재성장률 4% 중반) 향후 잠재성장률을 4%대 중반으로 가정하면 2019년에 4만달러를 지나 2021년에 5만달러를 달성하여 총 소요기간은 6년이 예상된다.
■5만 달러 국가의 조건
국민소득 5만 달러 국가의 조건은 첫째, (새로운 경제 모델) 경제 발전의 중장기적 방향성이 정립된 새로운 경제 모델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기존 성장 방식과 같은 양적 투입 위주가 아니라 효율성이 중시되는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생산요소별 경제성장 기여도를 보면, 효율성의 척도인 TFP의 기여도가 금융위기 이전(1998~08년)에 2.7%p에서 금융위기 이후(2009~13년) 1.6%p로 급락하였다. 또한 외형적 성장을 의미하는 경제 총량이 아니라 내실이 중심이 되는 모델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주도형 모델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한국 수출부가가치의 해외유출률은 44.7%로 중국, 독일, 일본, 미국의 수출제조업 강국 평균치 23.1%보다 21.6%p나 높다. 이로 인해 고용, 영업잉여, 조세 등의 부가가치에 대한 파급 경로가 차단되어 경제 성장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둘째, (풍부한 성장잠재력) 자본과 노동의 절대적 투입량이 보장되는 생산요소 수급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하락시키는 핵심 요인은 부진한 자본스톡 축적이다. 고정자산의 순자본스톡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 연평균 14.9%에서 위기 이후 11.3%로 크게 하락하였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에는 연평균 3.5%로 다시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의 원료인 자본스톡이 고갈되어 가는 상황이다. 특히, 향후 성장잠재력 약화의 최대 걸림돌로 예상되는 노동력의 절대 부족(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문제를 완화시켜야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생산가능인구/총인구 비중은 이미 2012년(73.1%)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생산가능인구 규모 자체도 2016년(3,704만 명)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효율적 시스템) 새로운 추동력을 담보하는 생산성 변혁이 지속되는 경제가 되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의 무게중심이 가격에서 생산성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제조업은 중국 등 신흥국의 빠른 추격을 받고 있으며 선진국과의 격차는 줄이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은 높은 생산요소 비용과 이에 따르는 저(低) 생산성 문제이다. 2010년 기준 근로시간당노동생산성(GDP/근로시간)은 한국이 25달러 수준으로 독일과 미국의 절반, 일본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노동시장 자체의 문제도 있으나 주력제품의 고부가화 및 생산성 개선 노력을 게을리 했던 것에도 원인이 있다. 특히, 서비스업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생산성도 문제이다. 2013년 현재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47.1%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서비스업 생산성이 10년 전인 2004년 제조업의 67.2%에서 급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넷째, (경쟁력을 담보하는 혁신성) 세계 산업 지형의 급변 속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 혁신이 보편화되어야 한다. 기술 혁신의 전제 조건은 연구개발투자의 확대와 효율적인 운용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투자 규모의 절대적 수준과 운용의 효율성이 낮아 보인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총연구개발비/GDP 비율은 4.3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R&D 투자의 절대적 규모 부족, 투자의 시차효과, 투자의 효율성 문제 등으로 성과는 미약하다. 특히, 연구개발투자는 제조업, IT 분야에 집중되고 있어 기술혁신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2011년의 경우 제조업의 R&D투자액은 33.4조 원으로 전체 R&D투자액 38.2조 원의 87.5%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서비스업 R&D투자액은 3.4조 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다섯째, (충격에 강한 내구성) 대내외 충격에도 성장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건전성과 복원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대외적인 경제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잠재성장률이 급락하고 이를 회복하지 못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연구원이 새로운 국민계정 체계를 바탕으로 다시 추정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금융위기 이전 4.9%에서 이후에는 3.5%로 하락하였다. 향후에도 세계 경제의 구조적 불안정성으로 5만 달러를 달성하는 과정중 많은 충격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내수 건전성은 매우 취약하다. 대부분의 주요국들이 부채 디레버리징을 경험하였으나 한국은 조정이 되지 않았다. 2013년 한국 가계부채/처분가능소득 비율은 160.7%로 OECD 평균 137.8%보다 높다. 이러한 부채수준은 단기적으로 내수회복을 제약할 것이다. 또한 멀리 보면 자체 버블이 붕괴되어 위기를 유발하거나, 글로벌 충격 발생 시 위기 증폭의 요인이 될 것이다.
여섯째, (방향성이 뚜렷한 경제 철학) 경제 전체의 후생이 극대화될 수 있는 시장경쟁원리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준수되는 경제이어야 한다.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계, 기업, 정부의 주체들이 인기영합적인 경제기조를 경계해야 한다. 특히 현재 세대가 편하자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최근 경제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시장경쟁원리의 확산을 제약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2014년 시장규제 부문의 경제자유지수는 10점 만점에 6.9점으로 세계 90위에 불과한 수준이다. 나아가 공정한 게임의 룰(rule)이 지켜져야 한다는 확고한 시장 수급 시스템이 없다.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의 개수만 보면 2005~09년 43개에서 2006~10년 47개, 2007~11년 59개로 증가하고 있다.
일곱째, (선진국에 걸맞은 국가의 품격) 경제 발전을 촉진시키고 경제 성장의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이 풍부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은 경제 내 효율성을 증대시켜 경제 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자본지수는 5.07점으로 OECD 32개국 내 평균 점수 5.80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순위는 OECD 국가 중 29위에 불과하여 사회적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편,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차지하는 높은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지 않은 국가적 청렴도를 보인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4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청렴도 순위에서 100점 만점에 55점을 받아 43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한국은 27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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