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수요측면 인플레이션율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중 석유류 및 농산물을 제외시킨 나머지를 가지고 물가상승률을 계산함. 그러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작성방식상의 한계로 인해 물가상황을 왜곡하고 통화정책을 오도(誤導)할 가능성이 있어 개선이 필요함.■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물가상승률 가운데 통화정책 영역 밖의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제거함으로써 수요측면의 인플레이션을 측정해보려는 지표임.
• 이를 위해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81개 품목 중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 또는 에너지 및 신선식품 가격을 제외시킨 나머지를 가지고 물가상승률을 계산함.
• 이런 방식은 총수요 내지 통화량, 그리고 인플레이션 기대에 의해 유발되는 수요측면의 인플레이션율 측정을 위해 표준적으로 사용되고 있음.
• 그러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작성방식상의 한계로 말미암아 물가상황을 왜곡하고 통화정책을 오도(誤導)할 가능성이 있어 개선이 필요함.
■ 석유류와 농산물이 아닌 품목들의 가격변동이 모두 근원 인플레이션율의 변화로 간주됨.
• 통화정책 영역 밖의 요인임이 명백한 간접세, 도로통행료, 교통요금, 각종 수수료, 납입금, 대입 전형료, 시험 응시료 등등의 가격변화가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근원 인플레이션율 계산에 모두 포함됨.
■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담배 소비세 도입에 의한 근원 인플레이션율 상승을 꼽을 수 있음.
• 담배 소비세를 도입한 2014년 말의 세법개정으로, 담배 값이 한 갑 당 2000원씩 비싸짐.
• 담배 값 인상은 통화정책 영역 밖의 일이었으나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지수만을 제외시키는 근원 인플레이션율의 작성방식상의 한계로 상승분이 모두 근원 인플레이션에 반영됨.
• 그 결과 담배 소비세 인상은 2015년 1월 근원 인플레이션율을 0.563%p 상승시켜, 수요측면의 인플레이션을 연말까지 매월 약 0.5%p씩 실제 이상으로 높게 측정하게 됨.
• 다행히 지금은 저물가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가 잘못된 정책대응을 유발하지는 않았으나 만약 지금이 고물가(高物價) 상황이었다면 필요 이상의 통화긴축을 권하였을 것임.
■ 근원 인플레이션율의 이러한 작성방법상 한계가 잘못된 정책대응을 유발시킬 위험이 가장 컸었을 때는 1998년 외환·경제위기 당시였음.
• 1997년 7월 890.6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발생으로 1998년 1월에는 월평균 1701.5원으로 폭등하면서 수입물가 전체가 일제히 급등하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의 4.4%에서 7.5%로 급상승하였음.
•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1998년 초부터 급증하여 연평균 5.9%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만성적 초과수요로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높았던 1993∼1996년의 평균 5.0%보다 높은 값이었음.
• 1998년 2∼4월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평균 7.2%까지 올라 부동산 투기 붐이 잦아들던 1991년 말 이래 가장 높은 값을 기록했음(<그림> 참조).
■ 당시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환율급등에 의한 것이었으며, 총수요 또는 통화량이 급증한 때문도 아니었고 일반 국민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도 아니었음.
• 근원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던 1998년 1/4분기는 성장률이 △7.3%로 폭락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13.7%, 설비투자는 무려 47.2%나 폭락하여 내수가 무너지다시피 하던 시기였음.
• 기업부문의 연쇄 파산으로 실업자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여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그야말로 공황상태였고, 초보적인 경제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라도 당시의 총수요 상황은 물가급등을 불러올 만큼의 경기과열이 전혀 아니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음.
■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1999년 11월부터 작성되기 시작한 것으로서 1998년 통화정책과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만약 그것이 1998년에 이전에 작성되어 당시의 정책결정이 그것에 의존했더라면 위기에 빠져있던 경제를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아갔을 것임.
• 1992∼1996년에 비해 대폭 상승한 1998년 근원 인플레이션율의 메시지는 극도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통화긴축이 필요하다’ 내지‘ 통화팽창은 안 된다’였음.
■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을 물가지수에서 제외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의 방식은 오래 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널리 사용되던 방식이었고, 수요측면 인플레이션 측정에 있어서는 소비자물가지수 자체보다는 훨씬 더 나은 방법임에 틀림이 없으나 추가적 개선이 필요함.
•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원 인플레이션 또한 정확한 물가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코어(core) 인플레이션율 작성 취지에 좀 더 부합하는 지표들을 꾸준히 개발하여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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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과 관련해 본 블로그에 게재했던 유사한 주제의 글을 참고로 소개한다
☞ 한국의 내수 부문 물가디플레이션 위험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 (그래프) 각종 인플레이션 지표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 한국은행의 기대인플레이션율 설명, 최근 추이 및 개선 필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