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5

(보고서) 한국 경제 확장기 진입 맞지만 2~3년간 지지부진 예상

(※ 금융연구원 보고서 내용이다.)

<요 약>
경기변동이란 경기가 장기추세선을 중심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통계청과 주요 전망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변동주기상 제 11순환기의 확장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됨. 제 11순환기 확장국면은 ① 확장국면 초기의 강한 경기반등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장국면이 오랜기간 지속되고 있고, ③ 경기변동성이 크게 축소되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경기순환기 확장국면과는 차별점이 있음. 제 11순환기에 나타난 이러한 특징들은 수출주도형 성장을 해 온 우리 경제의 경기회복 모멘텀이 대외수요 부진으로 인해 미흡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임. 이와 더불어 인구고령화, 가계·기업부채 등 구조적 문제에 따른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부진으로 내재적 성장동력이 위축된 것도 이러한 제 11순환기 특징들의 요인이 되고 있음. 따라서 향후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대외여건이 개선될 때야 비로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 이러한 상황하에서 우리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회복 모멘텀 유지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중요한 정책과제에 직면해 있음.

▣ 현재의 경기순환기

경기변동이란 경기가 장기추세선을 중심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이유는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경제적인 충격에 대해 반응을 하기 때문인데, 경제적인 충격은 기술이나 생산성 혁신, 원자재가격 변동, 경제주체들의 불완전한 정보, 자연재해 등과 같은 공급측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경제주체들의 선호변화,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에 의한 기업투자 확대, 대외수요의 변화 등과 같은 수요측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충격이 발생하였을 때 경기는 회복기, 호황기, 후퇴기 그리고 불황기 등 4개 국면의 순환과정을 거치며 변동하게 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회복기와 호황기를 확장국면으로, 후퇴기와 불황기를 수축국면으로 구분하며, 경기저점에서 그 다음 저점까지의 기간이 하나의 주기(cycle)를 이룬다.

우리나라의 경기순환주기는 통계청이 경기종합지수 등 주요 경기지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결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970년 이후 기간을 대상으로 매 경기순환기의 저점과 정점을 발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통계청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인해 1998년 8월에 저점에 도달하면서 제 7순환기가 시작되어, 2000년 8월에 정점을 기록하고, 2001년 7월에 그 다음 저점에 도달하면서, 제 7순환기가 종료된 것으로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제 7순환기는 확장국면이 24개월, 수축국면이 11개월로, 전체 35개월간 지속된 것으로 결정되었다. 통계청이 공식발표한 가장 최근의 경기순환기는 제 10순환기 확장국면인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우리 경제가 가장 침체되었던 2009년 2월(경기저점) 시작되어 2011년 8월 경기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아직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제 10순환기가 종료되는 경기저점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대체로 2013년 1분기중에 경기저점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 추정에 기반하는 경우, 지금 우리 경제는 제 11순환기의 확장국면(회복기 또는 호황기)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제 11순환기 확장국면의 특징

제 11순환기는 이전 경기순환기와 비교할 때 몇 가지 차별점들을 보이고 있다.

첫번째로는 제 11순환기에서는 경기저점 통과 이후, 즉 확장국면 초기에 강한 경기반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70년 이후 10개의 경기순환기 모두에서 확장국면 초기에 우리 경제는 강한 반등을 경험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경기저점 통과 이후 잠재적인 추세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대체로 6분기 동안 지속적이고 강한 경기상승 기간이 나타났다. 즉 V자형 경기회복이 나타났었다. 이러한 강한 경기회복은 경제주체들이 경제가 이미 저점을 지나 확장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실제로 체감하게 함으로써, 가계나 기업 등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소비나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따라서 이 때에는 경기회복이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키고 이것 때문에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기회복이 더욱 강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제 11순환기에서는 경기저점 통과 이후 V자가 아닌 L자형의 밋밋한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1990년 이후 6개의 경기순환기 확장국면에서 우리 경제는 평균적으로 전분기대비 1.9%의 실질GDP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제 11순환기 확장국면에서는 전분기대비 평균 0.8%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처럼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경기회복 정도가 낮아서 향후에도 이러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도 낳고 있다. 즉 체감하는 경기회복 정도가 미흡하여, 최근의 경기회복이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로 이어지지 못함에 따라, 과거 V자형 경기회복기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제 11순환기에서는 경기확장국면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1970년 이후 10개 경기순환기의 확장국면은 평균 31개월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금번 제 11순환기에서는 2015년 11월 현재까지 확장국면이 약 32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기확장국면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확장국면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나, 문제는 경기는 항상 변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확장국면이 영구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대내외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인 충격으로 인해 경기수축 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특히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하방 충격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경기회복기와 호황기에 소득과 이윤을 축적해 재무상황을 개선시킴으로써 이를 토대로 하여 경기후퇴기와 불황기의 어려움을 이겨낸다. 그러나 제 11순환기에서는 장기간의 경기확장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의 재무상황이 크게 호전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어, 대내외 경제적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경제주체들의 위기 대응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번째는 경기변동성이 축소되면서 경기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제 11순환기가 시작된 2013년 1분기 이후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기준치인 100을 중심으로 소폭의 등락만을 반복하며 횡보하고 있다. 경기는 국면에 따라 대체로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면 경기가 좋아지면 가계 소득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민간소비가 늘어나면서 총수요가 증가하여 경기확장이 지속되게 된다. 즉 경기는 저점을 지나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다가 전환점을 지나면 다시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방향성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1970년 이후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경기확장 국면에서의 확연한 상승세와 경기수축국면에서의 뚜렷한 하락세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2013년 1분기 이후에는 그러한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 2014년 1분기중 세월호 사고와 2015년 2분기중 메르스 사태 당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급락과 뒤이은 반등(기저효과)을 제외하고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기준치 근처에서 소폭의 움직임만을 보이고 있다.

▣ 현 국면에 대한 판단

제 11순환기 확장국면에 나타난 이러한 특징들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 위 특징들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지금까지 수출주도형 성장을 해온 우리 경제가 대외수요 부진으로 인해 경기회복 모멘텀이 미흡한 가운데, 인구고령화, 가계·기업부채 등 구조적 문제에 따른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부진으로 내재적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된다. 과거 우리 경제가 경기저점 통과 이후 강한 경기반등이 가능했던 이유는 경기확장국면 초기에 수출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제 5순환기(1989년 7월부터 시작)에 건설경기가 경기반등을 주도했던 경우를 제외하면, 1990년 이후 다른 경기순환기에서는 수출에 의해 경기반등이 주도되었다.

1990년 이후 6개의 확장국면에서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평균적으로 3.7%p(원계열, 전년동기대비 기준)이었다. 그러나 제 11순환기 확장국면에서는 수출이 평균적으로 1.4%p를 기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즉 제 11 순환기에 나타난 특징들은 상당부분 대외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부진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수출부문이 내수부문에 비해 대체로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도체, 자동차 등과 같이 이미 글로벌화된 제조대기업의 경우에는 국내시장의 수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세계시장에서의 수요가 확대되어야 성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수출을 통한 강한 경기회복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내수부문에 있어서도 경제활력이 둔화되었다. 이는 인구고령화, 가계·기업부채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으로, GDP 항목 중 민간소비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2년 1.9%, 2013년 1.9%, 2014년 1.8%를 기록한 데 이어 2015년에도 1.9%5)로 전망되고 있다. 2000∼2011년 기간 동안 민간소비는 연평균 증가율이 3.9%인 가운데 그 표준편차가 3.0%6)를 기록할 만큼 변동성이 높은 GDP 구성항목이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에는 이례적으로 변동폭이 크게 축소되었는데, 이는 민간 경제활동의 활력저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정책적 시사점

제 11순환기에 나타난 미약한 경기회복 모멘텀은 향후 대외여건이 개선되어야 비로소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과 연구기관들은 향후 2∼3년은 경과해야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이 부진한 이유가 민간 및 공공 부채의 디레버리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제조업부문에서 아직도 상당한 과잉설비가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 전망대로라면 우리 경제도 향후 2∼3년 동안에는 현재와 같은 횡보수준의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대외수요 부진에 따른 경기하방압력이 정책당국의 내수활성화 노력으로 완화되면서, 큰 폭의 상승이나 하락보다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경기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정부는 경기회복 모멘텀 유지와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두 개의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선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통해 경기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 가계부채나 기업부채로 인해 경제적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세월호나 메르스와 같은 충격 발생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범정부적으로 위기대응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현 경기국면에서 레버리지를 이용한 단기적인 경기대응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장기실업에 따른 인적자본 훼손, 설비투자 부진, 금융중개기능 약화 등에 따른 저성장 이력효과로 인해 장기 저성장 자체가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을 우선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버리지를 이용한 단기적인 경기대응은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장기성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적인 문제(부실기업 구조조정 등)를 해결해야 하는데, 단기적인 경기대응은 이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단기적인 경기대응과 장기적인 성장기반 확충 간의 절묘한 밸런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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