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칼럼)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 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The Fed’s Communication Breakdown』이라는 제목의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위원회가 말을 그리면 결국 낙타가 된다"는 격언이 있다. 간단한 일도 위원회라는 조직을 꾸려 논의에 치중하다 보면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는 말이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이보다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연준의 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자신들의 정책이 "데이터의존적"이라고 표현해 왔다. 얼핏 그럴싸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위원들마다 이 말의 뜻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으며 결국 "개인적 직감"을 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엉망진창 상태에 빠졌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언제 인상할 것인지 여부보다 훨씬 중요하다. 연준이 실제로 현재 0.13%인 연방기금금리를 0.25%로 인상하는 대대적인 행보를 내디딘다고 해도 시장에서는 그래서 연준의 전략이 정확히 무엇이냐에 의문을 계속 가질 것이다.

연준으로서도 지금같은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경제전문가들 견해도 나뉘어 있는 것은 맞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더 미뤄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IMF가 금리 인상을 미루라고 요구할 때 걱정하는 대상 중 하나인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기왕 인상할 것이면 차라리 지금 하라"며 "불확실성이 우리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항의하고 있는 형편이다.

금리 인상을 미루다가 인플레이션 상승이 시작되면 가파르게 오를 것이며 그렇게 되면 금리 인상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단행해야 하는 위험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더라도 금리 인상을 미루는 것이 낳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연준은 이런 사정을 잘 설명해야 할 것이다. 금리 인상을 미뤄야 하는 이유로는 현재 실질 균형 정책금리 수준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명확히 가시화될 때가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금리를 조속히 인상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 상태에 있거나 접근하고 있으며 내수 회복도 견조하다. 에너지 가격을 필두로 지난 해 급락한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소비자물가가 상승기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연준으로서는 물론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판단 기준에 따르면 금리 인상이 이른 것이 아니라 이미 때늦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높은 금리"와 "높은 금리"를 혼동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현재 상황에서 금리가 0.25% 혹은 심지어 1%라고 해도 높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초저금리의 장기간 지속이 금융 안정에 위험 요소가 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 상황이지만 연준 의장 및 부의장 모두 지난 몇달 동안 연내 금리 인상을 공언해 온 만큼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 연준이 실제로 12월에 정책금리를 0.25%로 인상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별 일 없을 것이다. 완만한 주식 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연준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이번에 인상한다면 문자 그대로 향후 6개월 내지 1년 안에 발생하는 모든 경제 문제에 대해 연준의 금리 인상이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기간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대통령선거 유세 기간과 일치하게 된다.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연준으로서는 소폭 금리 인상을 한 대가로 온갖 안좋은 현상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

연준은 물론 이 세상 누구도 금리 인상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며 아마 누구나 금리 인상을 좋아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아마 100명한테 물어보면 금리 인하를 원하는 사람이 99명에 인상을 원하는 사람은 1명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압력에 가장 잘 대처하는 방법은 철저하게 명확한 규칙을 갖고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의도야 어찌 됐건 연준이 대외적인 발언을 하면 할 수록 모호함과 불확실성만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다면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미룬다면 이를 좀 더 직설적으로 설명하라고 하고 싶다. "제로바운드 탈출은 어렵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3%를 넘어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 합리적인 속도로 정상화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하면 된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금리 인상을 더 미루면 앞으로 금리 인상은 더 가파르게,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설명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구체적으로 짜여진 규칙 따위는 무시해도 됐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명확함이 사라진 오늘 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져 있다. 이것이야말로 연준이 가장 싫어하는 일 아니던가? 금리를 인상한다고 혹은 인상하지 않는다고 연준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다. 현재와 같이 견해가 팽팽히 대립돼 있는 상태에서는 금리를 인상하든 안하든 별 차이가 없다. 우리가 연준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진짜 전략이 무엇이며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좀 더 명확히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쟤닛 옐런 의장이 자신의 의지를 밀어붙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다만 낙타를 물가로 데려가도록 주도적 역할을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해야 한다.



Kenneth Rogoff, Professor of Economics and Public Policy at Harvard University and recipient of the 2011 Deutsche Bank Prize in Financial Economics, was the chief economist of th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from 2001 to 2003. His most recent book, co-authored with Carmen M. Reinhart, is This Time is Different: Eight Centuries of Financial Folly.

= = = = =

▶ 기고문 원문(클릭): The Fed’s Communication Breakdown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KoreaViews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암호화페 AI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미국 인구 한은 에너지 인공지능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논평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