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유가 쇼크' 즉 석유 공급 증가로 인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 활황은 커녕 또다른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현 상황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던 '필립스 곡선 평탄화' 즉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상승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과는 관계가 없다. 평탄한 필립스 곡선은 AS 곡선이 수평선의 형태를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가정에서도 석유 공급 증가로 AS 곡선이 하락한다면 AD 곡선이 우하향하는 한 인플레이션은 내려가고 경기는 활황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저유가 쇼크'에 의한 경기 악화 우려는 AD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져서 거의 수직선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가격이 내려가도, 금리가 내려가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현상인 것이다. 이는 결국 잘 알려진 '유동성 함정' 상황이다. '유동성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협력하여 벌인 '양적 완화' 정책이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동성 함정의 지속, 양적 완화의 실패라면 이는 바로 크루그먼이 강력한 재정 부양책을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결국 '저유가 쇼크'는 버냉키-크루그먼 논쟁에서 크루그먼의 손을 들어 주는 사건인가? 이제 전세계적으로 강력한 재정 확대 정책을 시행할 차례인가? 일단 조금 더 지켜 보기로 하자.
[출처] '저유가 쇼크'는 유동성 함정의 증거인가?|작성자 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