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경제연구원 보고서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보고서 제목은 『2000년 이후 한국인의 하루 24시간』으로 연구원 홈페이지를 참조하기 바란다.)
2000년 이후 일상 변화의 특징
첫째, 개인이 꼭 해야 하는 근로, 가사 활동 등 의무 활동과 교제 및 여가 활동의 시간은 줄어든 반면 수면, 식사, 개인 위생 활동 등 개인 유지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2010년대에 들어서는 교제 및 여가 활동을 줄이고 개인 유지 활동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IT 기술의 발달로 쇼핑, 통신, 교제를 위한 시간이 단축된 요인이 있겠지만, 개인의 자기 관리 성향이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식사 및 간식 활동의 증가도 눈에 띈다. 맛집을 소개하거나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맛집을 찾아가는 20~30대 미식가들이 늘어나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개인 위생 활동의 증가는 샤워 시설 등 주택 환경 개선이나 국내 주택보급률의 증가(2000년은 96.2%에서 2013년 116.7%로 증가), 사스/메르스 같은 신종 바이러
스의 유행 등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둘째, 개인 시간의 증가와 함께 각 활동에서도 개인화가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면교제를 많이 줄이는 대신 온라인 생활(온라인 교제 및 쇼핑/미디어 소비)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면교제의 감소와 더불어 비대면교제의 증가는 지난 15년 동안 가장 크게 변한 삶의 모습 중 하나인데, 향후 개인화 트렌드 확대, IT 기술 발달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쇼핑활동은 오프라인 쇼핑 중심에서 온/오프라인 쇼핑으로 바뀌고 있다. 평일 오프라인 쇼핑은 줄고, 일요일 오프라인 쇼핑은 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쇼핑은 평일과 일요일 모두 증가했다. 평일에 오프라인 쇼핑이 줄어들었다는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이 평일 오프라인 쇼핑을 줄이고, 온라인 쇼핑을 늘렸다. 체력 단련 개인 운동, 걷기/산책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였는데 혼자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강세를 보이며 운동 역시 개인화가 강화되는 추세다.
셋째, 소비 주체로서 남성과 미혼자를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거 남성의 쇼핑활동 비중은 크지 않았는데 남성 쇼퍼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 만혼, 1인 가구 등의 확대로 인한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싱글 쇼퍼의 파워 역시 조사 결과에서 확인했는데 싱글은 온라인 쇼핑을 기혼자보다 더 많이 하고, 저녁 매장 쇼핑을 기혼자보다 더 많이 하는 행태를 보인다.
더불어 일요일 핵심 소비층이 20대 여성이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30대 여성의 경우 평일에는 쇼핑을 활발하게 하지만 일요일에는 20대 여성에 비해 쇼핑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그 이유로는 30대 기혼 여성들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레저나 여행 등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통업에서는 이러한 연령층에 따른 다양한 소비 패턴을 고려한 타겟 마케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여성의 가사 부담 집중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에 참여하는 남성들의 수는 증가하였으나(가사 참여율 대폭 증가), 정작 가사 활동 시간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고려했을 때 가사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OECD 평균(139분)보다 94분 적은 45분으로 OECD 26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 또한 60대 이상 남성들의 가사 참여가 활발해졌는데 이러한 현상은 고령 여성의 자아실현 욕구 증가 등 사회 현상과 맞물리면서 가부장적인 문화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가사 활동은 편리한 가정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이를 충족시키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욱 감소할 것이다. 과거 대비 요리와 의류 관리는 덜하고 청소를 더 한다는 결과도 주목할만 하다. 요리는 외식이나 간편식이라는 대체 활동을 통해 갈음할 수 있고, 의류 관리는 세탁기 등 가전 제품의 발달로 인해 실제 활동이 감소하였지만, 청소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해야 부분이 많아(청소기를 돌리는 행위, 걸레질 등) 시간이 줄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을 갖춘 미래 청소 로봇이 보편화되기까지 청소 활동 시간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지도 모른다.
다섯째, 중간 혹은 중간을 조금 넘는 소득 수준의 사람들이 시간적으로 삶의 여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근로시간은 크게 줄지 않은 반면, 교제 및 여가 활동 시간은 크게 줄었다. 특히 월소득 300~400만원인 취업자들은 2014년 가장 근로시간이 긴 소득집단이었으며 또한 교제 및 여가 활동 시간은 다른 소득 집단과 비교했을 때 가장 짧고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수면시간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월소득 300~400만원인 취업자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18분으로, 200~300만원인 취업자들에 비해 8분 덜 자고, 100~200만원 취업자들에 비해서는 16분 덜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4년 맞벌이 가구는 모두 519만 가구로 배우자 있는 가구의 44%에 해당한다. 이는 전년 대비 13만 가구(2.6%) 늘어난 수치며 앞으로도 맞벌이 부부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 가구의 교제 및 여가활동 시간은 외벌이 가구와 비교하여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취학 자녀가 있는 아빠는 다른 아빠에 비해 교제 및 여가/스포츠 활동 시간이 거의 반밖에 안될 정도로 작은 점도 특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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