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칼럼/스크랩)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 왜 행복하지 않을까?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게재된 글)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 왜 행복하지 않을까?
- 글 한혜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60대 은퇴자 A씨와 B씨가 있다.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큰 걱정 없어 보이는 그들을 주변 사람들은 부러워하지만, 막상 자신들은 행복하지 않으며, 힘들고 외롭다고 하소연이다.

A씨는 겉으로는 남한테 무관심하고 냉정한 것 같지만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인정과 칭찬을 갈구한다. 좋은 학벌에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인지 칭찬의 ‘인’이 박힌 것 같다고 본인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은퇴와 함께 모든 일과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은 그를 한결 같이 칭찬해 주고 인정해줄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자존심이 강한 A씨는 친구들의 농담 한마디에도 상처를 입는다. 그뿐인가. 은퇴한 후부터는 집에서 아내한테 매일 야단이나 맞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고 재미가 하나도 없다.

A씨는 행복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의 자존감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얼핏 보면 자기애가 넘치는 것 같지만, 실상 다른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조차 진정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A씨와 정반대 타입이다. 그는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아낌없이 친절을 베풀고, 만인의 필요에 항상 열려 있다. 그 누구의 부탁도 거절하지 않는(B씨 자신은 거절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를 사람들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착하고 친절하고, 이해심 많고, 희생적이라고. 전에 직장에서도 그랬지만, 은퇴한 후에도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그는 하소연한다. 자기 딴엔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달라지는 것 같지도 않고, 날이 갈수록 힘들고 피곤하고 우울하다고. 단 일주일만이라도 아무도 없는 섬 같은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고 말한다.


B씨는 A씨와 달리, 매우 이타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밖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A씨와 다르지 않다. 그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 뿐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B씨 또한 A씨처럼, 자존감이 낮으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젊을 때는 누군가의 칭찬을 통해서 나의 가치와 개성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그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서 ‘아 나도 소중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자존감도 갖추고 키우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의 칭찬과 사랑을 받는다는 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도 나의 자존감의 원천을 그 누군가로부터 찾으려 한다면? 그건 심각하다.

자신을 사랑해야 진정 행복하다

나이 들어 그 모든 것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한다면 나의 에너지는 항상 밖을 향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남을 의식하고 끝없이 남의 눈치를 봐야 한다. 뭐 그렇게 해서라도 내 자존감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야 연예인이 된 셈치고, 그렇게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생각해 보라. 이 세상에 과연 누가 나를 주야장천, 사랑해 주겠는가?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 그 누가 쉬지 않고 나를 칭찬하고 응원해 주겠는가? 누가 나를 끊임없이 행복하게 해주겠는가?

 인본주의 심리학자로 유명한 로저스(C. Rogers)는 말년에 남긴 글에서, 그동안 다른 사람을 돌보고 보살피는 것을 더 잘해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신을 더 많이 돌보게 되었다는 점을 고백한다. 그동안은 책임감이 매우 강한 사람으로 살아왔지만, 자신의 몸도 약해지면서 스스로를 돌볼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이렇게 자신을 돌보게 되면서 그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매우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
나는 나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보았고,
그것을 충족시키려고 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삶을 살 필요가 있다고 깨달았고,
비록 아내가 매우 아프지만,
내가 내 삶을 사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저스가 말년에 남긴 글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그것은 나이 들수록 자존감의 중심을 내 안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이 들수록 나 스스로 나의 가치와 개성을 인정해야 한다. 나 자신이 나를 아끼고 위해야 한다. 나 자신이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 자신으로부터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은퇴한 당신, 당신의 자존감을 밖에서, 외부에서, 타인에게서 찾으려 하지 마시라. 자존감의 중심은 당신 안에 있어야 한다.

= = = = = = =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KoreaViews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AI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인공지능 미국 인구 한은 논평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경제학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