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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고 두려운 귀촌?
귀촌하고 나서 뒤돌아보니까 아쉬운 것투성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만약 내게 귀촌 멘토나, 귀촌을 안내하는 책이 있었다면 훨씬 앞서서 귀촌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용기를 좀 더 일찍 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골의 인심과 정을 믿으면서도 용기를 내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무엇보다 용인에서 15년 동안 살면서 보고 듣고 겪은 시골사람들의 온정이 큰 밑거름이 되었다. 또 충남 논산면 연산읍 천호리에 빈집으로 있는 농가주택에서 석 달여 시골생활을 했다. 이때 겪은 것도 자산으로 남았다. 괴산으로 귀촌해서 성공한 지인의 이야기도 용기를 내는데 도움을 받았다. 그래도 실천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시골집을 구하느라 생고생한 과정이 운 좋게 책으로 나와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어서 귀촌생활을 안내한 책이 나왔다. 내가 경험한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글 쓰고 발표하고, 강의하며 작가로 살아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 하나가 보이니까 다른 길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귀촌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 지인들을 통해 하나씩 깨우쳐나갔다. 다양한 상담을 하면서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져 그 답에 따라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집을 구하기 위해 9개월간 고군분투하면서 얻은 정보와, 시골에 정착하고 난 1년 8개월(2016년 4월 기준)의 경험과, 용인에서 산 15년의 세월이 값진 자산이 되었다.
시골에서도 농사짓지 않고 살 방도가 여러 가지 있다는 걸 알고 나자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직업은 물론이고 자녀교육에 대한 불안도 해소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투자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귀촌 전도사>로 나섰다. 내가 경험한 것만 안내해도 시골 가서 뭐해 먹고 살지? 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뿐만이 아니라 귀촌하기 전에는 어디서 어떤 정보를 얻어야 유익한지 막막하던 길이 조금씩 보였다. 신기한 일이다. 도시에 살 때는 아무리 궁리해도 먹고 살 길이 보이지 않던 것이 시골로 오자 이것저것 보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곳에도 귀촌했다가 도시로 돌아가거나, 집을 내놓은 사연을 들으면서 귀촌에 대한 생각이 뚜렷해졌다.
▣ 귀촌 투자 십계명
첫 번째, 앞장에서 말했듯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 그럼 뭘 준비해야할까. 계획과 생활자금이다. 직업을 구할 수 있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직업을 새로 구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또 연금으로 생활할 예정이라면 좀 더 앞당길 수 있다. 시골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공부해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몇 년 후에, 이렇게 막연하게 정하면 귀촌은 멀어진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구체적으로 정하라.
두 번째, 취미생활을 준비해두라. 두말하면 잔소리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세워두지 않으면 무료한 시간만 보내기 십상이다. 이미 취미로 하는 것이 있다면 안심이다. 시골에도 각종 동호회가 있고, 여러 가지 적성에 맞게 무료로 배울 기회도 많다. 시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고, 주민 센터에서도 무료나 적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다. 취미생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로 인해 수입이 생기기도 한다.
세 번째, 새로운 일자리와 소일거리를 계획하라.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하는 은퇴는 공황장애, 우울증, 무기력 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자체마다 일자리창출로 골머리를 싸맨다. 마을마다 전봇대나 버스정류장, 터미널 같은 곳에는 일자리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있다. 대부분 나이에 걸려 50세만 넘어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눈높이를 낮추면 가능한 곳이 시골이다. 일자리가 없다면 최소한 소일거리를 마련해둬야 한다. 일자리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야기를 더해 나가겠다.
다섯 번째, 가지고 있는 짐을 줄여라. 이 부분은 굳이 은퇴까지 기다릴 필요 없다.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이 행복에 조금이라도 빨리 이르는 길이다. 나 역시 이 부분은 늘 마음에 담아 두어도 실천하려면 쉽지 않다. 특히 은퇴 후에 집을 대궐같이 크게 짓거나, 큰 집을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말리고 싶다. 시골은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난방이 필요하다. 집이 크면 난방비도 만만찮고 유지하는데 여러모로 힘들다. 청소하는 것도 일이 된다.
여섯 번째, 감사한 마음을 키워라. 감사는 감사를 불러온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버릇을 들이면 생각이 바뀐다. 매사 이 까짓것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면 불만만 쌓인다. 먼 데 사는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소중하다는 점을 명심하라. 시골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인정을 나누고 산다. 간섭으로 받아들일지 관심으로 받아들일지는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
일곱 번째,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골은 모든 것이 낯설다. 사는 방식도 다르고 보이는 것도 달라 모르는 것투성이다. 시골의 정서와 문화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가르치려 들지 말라. 배우려는 자세를 키우면 이웃을 얻을 수 있다. 시골생활에 익숙해지려면 이웃에 물어보고 배우려고 애써라. 하다못해 텃밭을 일구거나 꽃밭을 가꾼다고 해도 주위에 물어보고 하라. 이런 과정을 통해 이웃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을 기회도 얻는다.
여덟 번째, 봉사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라. 이때 지역의 봉사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걸 권한다. 시나 군, 또는 면주민센터나 읍주민센터에서 안내받을 수 있고, 지역신문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봉사활동을 통해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지역주민들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종교생활도 좋은 방법이다.
아홉 번째, 정보를 공유하라. 각종 세미나와 교육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라. 인터넷 동호회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모임을 통해 자신이 얻고자하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시골은 한없이 무료할 수 있다. 마땅한 곳이 없으면 자신이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도서관도 좋은 장소다. 독서모임을 활용해 정보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열 번째, 장기적으로 수익이 나는 투자를 선택하라. 시골은 생활비가 적게 든다. 텃밭이라도 가꾸면 지출은 더 줄어든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대박을 꿈꾸다가 쪽박 찰 경우가 있으니 적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전한 투자를 하는 것이 지혜로운 길이다.
/글 남이영 작가
*이 글은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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