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 여론조사에 숨겨진 몇 가지 진실
브렉시트(Brexit)가 초미의 관심사다.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가 가까워지면서 어느 정도의 변동성 상승은 이미 예견되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의 ‘탈퇴’ 지지율이 이전과 달리 더 높게 나오면서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있다. 탈퇴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최근 변화가 시장을 출렁이게 하는 요인이기에 여론조사에 대해서 표면상의 숫자보다 깊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최근 조사가 실제 투표를 얼마나 대변할 수 있느냐다. 브렉시트 여론조사는 전화방식과 온라인 조사 결과가 다르며 최근 발표는 주로 온라인결과다. 전화조사의 경우 연초대비 차이는 줄었지만 여전히 EU내 잔류가 탈퇴보다 뚜렷하게 우세(50% vs. 40%)한 반면 온라인조사는 최근 탈퇴가 평균 1~2ppt 앞서고 있다. 전화의 경우 부동층이 잔류를 선택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육수준, 지지정당 등 응답자에 대한 현지 언론 분석에 따르면 ‘탈퇴’ 지지층이 온라인조사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비용이나 편의성을 이유로 온라인조사가 전체 조사에서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발표되는 개별조사의 경우 모두 온라인조사다. 5월 후반에 전화조사 비중이 높았다가 6월에 온라인 비중이 커지면서 숫자상으로 탈퇴 지지율 상승이 크게 부각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솔직하게 응답하기 쉽기에 온라인조사 정확도가 더 높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15년 영국총선에서는 전화조사 정확도가 더 높았다.
두 번째는 온라인 조사에서 부동층의 비중이 높은데 실제 투표에서 현상유지(잔류)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높다는 점이다. 과거 투표 결과 역시 이를 잘 보여준다. 14년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와 15년 영국총선 역시 여론조사 부동층이 투표에서는 현상유지 쪽을 선택했다. 또한 최근 탈퇴 지지율 상승이 이슈가 되면서 오히려 잔류 지지층의 결집과 탈퇴를 우려하는 부동층의 투표참여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베팅업체들의 배당을 기준으로 한 확률도 잔류가 72%로 크게 우세하다. 따라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이는 탈퇴 지지율 상승이 실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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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의 역설: 브렉시트는 없다
○ 브렉시트 파장은 유로존을 넘어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 가능
EU 잔류(반대) 여론 우위로 전개되던 브렉시트 선거(6/23일) 이슈는 주말 사이 EU 이탈론(찬성)이 득세함에 따라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전양상으로 탈바꿈했다. 이는 미국 올란도에서 일어난 무슬림 총기난사 테러가 영국 내 반 EU 정서 근저에 있는 시리아 등 무슬림 이민자 유입에 대한 반감을 자극했던 영향이 컸다. 한풀 꺾인 6~7월 Fed 금리인상 리스크에 안도했던 시장은 다시금 부활한 브렉시트 공포에 화들짝 놀라며 6월 이후 상승분을 상당부분 반납하고 말았다.
만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경우라면, 경제적으로 양쪽모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1) 영국은 EU 28개국 중 네 번째로 많은 분담금(141억 유로)을 지출하는 회원국이기에, 영국의 이탈은 자연스레 잔존 EU국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2) 50% 수준의 영국-EU간 교역비중을 감안할 경우, 브렉시트는 유럽 전체 교역환경에 있어 심각한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영국 역시 EU 탈퇴로 인해 관세부담의 고민을 새롭게 떠안아야만 한다. 3) 영국은 전체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자, EU 외환거래의 78%를 담당하는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다. 경제적 단절은 금융 중심지로서 영국의 위상약화로 파급될 것이며, 이는 영국을 넘어 유럽 금융권 전체의 불확실성으로 비화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후폭풍이 만만치가 않다. 1) 브렉시트는 영국 파운드화 약세와 함께 달러화 강세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 이는 글로벌 위험자산 시장엔 명백한 부정요인이다. 2) 브렉시트는 유로존 정치 불확실성의 도화선이 될 소지가 많다. 파장이 연쇄화되는 경우라면 글로벌 투자가는 EU와 유로화 시스템 붕괴 여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증유의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경우다.
○ 시황저격: 중위투표자 이론(Median Voter Theory)으로 보면 브렉시트는 없다
궁금한 점은 브렉시트 현실화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그러나 중위투표자 이론(Median Voter Theory)으로 본다면,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중위투표자 이론은 여러 대안에 대해 다수결 찬반투표를 붙였을 경우, 정치성향상 가장 중간에 위치한 중위투표자의 선택에 따라 대안이 결정된다는 통계이론이다.
즉, ① EU 시스템 불만 + EU 이탈에 따른 정치경제적 파장도 불사(극렬 찬성론자), ② EU 시스템 불만 + EU 이탈에 따른 파장은 부담(중도 찬성론자), ③ EU 시스템 불만 + EU 잔류(중도 반대론자), ④ EU 시스템 만족 + EU 잔류(극렬 반대론자) 네 경우를 가정했을 때, 여론조사 과정에선 ①, ② 모두 브렉시트 찬성론으로 집계되나, 실제 투표 과정에선 ①만 찬성진영에 남고 ②, ③, ④ 모두 반대론으로 집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역사적으로 잉글랜드와 불구대천지 원수관계였던 스코틀랜드 역시도(영화 ’브레이브 하트’ 참고) 2014년 9월에 있었던 분리독립 투표 당시, 경제적 득실에 주목했던 중도파의 시각선회에 힘입어 영국 잔류를 결정한 바 있다. 최근 막말을 일삼던 재벌출신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연일 친서민적 경제정책을 쏟아내는 일련의 아이러니 또한 중위투표자 이론에서 보면 중도층 표심 잡기를 위한 고도의 정치공학적 접근임을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은 브렉시트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를 반복하고 있으나 이는 투표라는 정치 의사결정에 나서기 앞서, 누적된 불만을 토로하는 국민여론 수렴과정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선거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진 브렉시트 노이즈는 여론조사 추이와 궤를 같이하며 글로벌 증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제 결과가 펀더멘탈 리스크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라면 심리적 파장은 이내 곧 만회될 것이다.
"There is only one side to the stock market: and it is not the bull side or the bear side, but the right side"라 일갈했던 위대한 투자자 제시 리버모버의 가르침을 깊이 되새길 시점이다. 맹목적 비관론과 막연한 낙관론에 함몰되기 앞서 흔들림 이후의 시장 지형도 변화와 관련 투자기회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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