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B 실망감과 미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로 촉발된 국채 발작
9월 ECB 통화정책에 대한 실망감, 미 연준 인사들의 잇따른 금리인상 지지 발언으로 주요 선진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일부에서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과 유사한 ‘국채 발작’ 현상이 심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아졌다.
실제로 ECB 실망감과 미국 금리인상 우려로 9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7.6bp 상승하였고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7.3bp 상승한 0.011%를 기록하였다. 7월 이후 처음으로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플러스 금리로 전환되었다.
문제는 채권시장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당사가 그 동안 미국을 제외한 일부 선진국의 국채금리가 펀더멘탈에 비해 수급호조(=양적완화)에 힙입어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듯이 일부 IB들을 중심으로 채권가격의 과열 목소리
가 당분간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필자는 ‘국채 발작’ 현상이 지난 13년과 같은 ‘긴축 발작’ 혹은 혹은 연초의 금융불안과 같은 사태를 재연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로는 ECB의 통화정책 여력이나 미 연준의 더딘 긴축행보 가능성을 들 수 있다.
물론 당사 역시 ECB가 9월 회의를 통해 추가적 부양 혹은 부양 시그널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ECB 정책에 대한 다소 섣부른 당사의 판단과 전망에 대해서는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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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CB는 궁극적으로 추가 부양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현 국채매입 조건 등으로는 현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는 다소 안정을 회복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 리스크에서는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ECB의 추가 부양실시에 힘을더해주고 있다.
그럼, 9월 ECB가 왜 서둘러 추가 부양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면 우선 정책 역풍을 경계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칫 연초 일본은행과 같이 추가 부양책 실시로 역풍, 즉 양적완화 정책 카드가 소진되었다는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매파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미 연준의 9월 FOMC회의 결과를 확인하고자 하는 생각도 9월 ECB 정책회의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칫 9월 FOMC회의 결과가 매파적으로 나올 경우 ECB의 추가 부양카드의 약효가 조기 소진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ECB 입장에서 서둘러 추가 부양카드를 사용할 필요가 적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ECB가 추가 부양카드, 즉 실탄을 아껴둔 것으로 해석해 본다.
미 연준의 긴축행보 역시 빠르게 진행될 여지는 낮아 보인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 역시 점진적으로 상승할 여지가 높아 보이지만 추세적 흐름을 장담하기는 아직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미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당사가 자주 지적하듯 자산시장 과열 현상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자산가격의 급락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추가 금리인상은 필요해 보이지만 빠른 긴축행보로 인한 자산시장 충격과 이로 인한 경기 재침체 위험을 피해가기 위해서도 미 연준은 긴축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이다.
이 밖에도 앞서 일부 선진국 국채금리(=국채가격) 수준이 과열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미국 국채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국채가격 과열 시그널이 강하지 않다. 특히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에 앞서 선제적으로 채권시장이 조정되고 있음도 ‘국채 발작’ 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음을 줄 것이다.
요약하면 ‘국채 발작’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지만 ‘국채 발작’ 현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여지는 크지 않다는 생각이다. 다만 국채 금리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 미국과 함께 중국 경기의 안정도 ‘국채 발작’ 확산 억제
미국 국채금리 인상이 단순히 긴축 우려에 따른 상승 현상이라면 금융시장에 큰 리스크이지만 펀더멘탈 회복을 바탕으로 한 상승 현상이라면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 연준 인사들이 잇따라 매파 발언을 하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것은 미국 펀더멘탈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13년 긴축발작과 연초 금융시장 혼란 당시와 비교하여 당사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 리스크이지만 다행히 동 리스크는 완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금융 및 경기지표 등을 종합해볼 때 큰 틀에서 ‘L자형 경기사이클’을 보여주고 있지만 경기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은 달라진 부문이다. 이는 소위 ‘국채 발작’에도 이머징 경기와 금융시장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
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
당사가 중국 경기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는 근거는 우선 낮아진 신용위험이다. 지난해말과 연초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중국을 위시한 이머징 경제가 부채 위험에서 비롯된 신용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이러한 부채 리스크가 다소 해소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목표수준에는 못미치고 있지만 구조개혁과 부실채권 정리 등을 통해 신용 위험을 크게 낮춘 상황이다.
경기둔화 리스크(Downside Risk) 역시 크게 완화되고 있다. 수출경기와 제조업 경기의 바닥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고 소비경기의 경우 견고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필자가 중국 투자과잉 현상의 잣대로 보고 있는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음은 중국 경기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이 밖에도 유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추가적 하락보다는 40달러대를 유지중인 점은 중국 등 이머징 경기의 또 다른 안정요인이 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미국 추가 금리인상에서 결국 촉발되고 있는 ‘국채 발작’ 현상을 당분간 피하기 어렵지만 이는 미국 통화기조 변화에 대한 금융시장의 과도기 반응 혹은 일시적 흡수과정이라 평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채 발작’ 현상이 13년 ‘긴축발작’ 이나 연초 이머징 금융불안 현상을 재연시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 펀더멘탈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당사가 그 동안 보고서에 몇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금리상승에 비롯된 글로벌 자금의 미니 로테이션, 즉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의 이동 현상은 본격화될 수 있음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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