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의원들의 감사 능력 부족만큼 심각한 문제가 또 있다. 각 의원실에서는 피감기관이 제출한 통계 자료를 원하는 대로 재가공해서 원하는 결론을 낸 다음 원하는 제목을 달아 각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많은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한다. 언론이 전문적인 내용을 모두 검증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의심해 보아도 허점을 알아챌 수 있는 경우에도 보도자료가 제목까지 그대로 보도되는 경우도 있다.
의원실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만든 자료가 옳은지, 국가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지, 감사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문구"를 기사화한다는 데 주력하는 것같다. 그 가운데 지난 3년간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이 증가한 것은 가계부채가 질적으로 악화된 것을 가리킨다는 심상정 의원(정의당)측 보도자료를 많은 언론이 보도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 조사의 표본으로 추출된 2만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살핀 결과, 2012년 3월 16.3%에서 2015년 3월 23.2%로 6.9%포인트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과 기타 대출을 통틀어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얼마나 써야 하는지를 따진 것이다. 분석 결과는 2012년에는 100만원 벌어 16만3천원을 빚을 갚는 데 썼다면, 2015년에는 23만2천원을 써야 했다는 뜻이다.이 기사에 언급된 DSR(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의 설명 가운데 "100만원을 벌어..."라고 쓴 설명은 일단 정확하지 않다. 이는 보도자료에 있는 설명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는 벌어들인 돈 가운데 세금 등 비소비지출액을 뺀 것을 처분가능소득 혹은 가처분소득이라고 하는데 DSR은 바로 이 가처분소득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기술적 문제에 그친다고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비율이 상승한 것 하나만 가지고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졌다고 결론지은 의원실 자료를 그대로 보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박사가 페이스북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동안 정부가 적극 추진한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 가운데 원금 만기 일시상환 관행을 원리금 분할상환 관행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따른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DSR이 높아진 것이 결코 경제에 좋다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최근 많은 대출계약이 원금 만기 일시상환보다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원금 상환액이 늘었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2015 기간 중 가구당 금융부채 잔액은 17.3% 증가했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59.7%나 늘었다.
게다가 이 기간중(3월 기준) 잔액 기준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평균 5.78에서 3.84%로 크게 낮아졌다. 결국 원리금 상환액 증가의 상당부분은 원금 상환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자금순환 및 국민소득 통계에 기초해 계산하면 가처분소득 대비 170%에 육박하며 OECD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10% 선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총량이 크다는 것은 틀림없이 경제에 약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정부는 이미 총량 규제를 포기하고 질적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총량이 느는 것은 어쩌면 예상했던 것과 같다. 따라서 총량이 느는 것을 가지고 정부의 정책을 계속 공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국은행이 제공한 원래 자료를 살펴보았더니 저소득층의 부채 문제가 악화되었다는 것은 다소 성급한 결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 그림은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부채라고 해도 이를 예금이나 기타 금융자산에 투자했을 경우 부채와 자산이 둘 다 늘 수 있기 때문에 이 비율은 어쩌면 DSR보다 부채 구조의 질을 나타내는 데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 그림을 보면 4-5분위 고소득층의 경우 비율이 낮아진 것이 두드러진다. 즉 금리 인하에 발맞춰 고소득층이 차입을 더 적극적으로 늘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저소득층의 경우 이 비율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 그림은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잔액을 나타낸다. 이 그림에서도 역시 금융부채 증가는 고소득층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는 한국은행이 제출한 통계 자료 원본이다.
소득분위별 처분가능소득1)
(만원)
| |||||
2012.3월말
|
2013.3월말
|
2014.3월말
|
2015.3월말
| ||
전 체
|
3,454
|
3,623
|
3,819
|
3,924
| |
1분위
|
673
|
673
|
721
|
762
| |
2분위
|
1,694
|
1,765
|
1,951
|
1,997
| |
3분위
|
2,748
|
2,915
|
3,160
|
3,262
| |
4분위
|
4,145
|
4,376
|
4,630
|
4,778
| |
5분위
|
8,006
|
8,381
|
8,632
|
8,819
| |
주 : 1) 가구당 평균 기준
2) 표본 변경으로 2013.3월말과 2014.3월말 시점 간 시계열 단절 발생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
소득분위별 원리금상환액1)2)
(만원)
| |||||
2012.3월말
|
2013.3월말
|
2014.3월말
|
2015.3월말
| ||
전 체
|
596
|
697
|
830
|
952
| |
1분위
|
109
|
119
|
174
|
192
| |
2분위
|
279
|
384
|
473
|
556
| |
3분위
|
526
|
586
|
774
|
808
| |
4분위
|
698
|
865
|
980
|
1,210
| |
5분위
|
1,368
|
1,530
|
1,749
|
1,992
| |
주 : 1) 가구당 평균 기준
2) 표본 변경으로 2013.3월말과 2014.3월말 시점 간 시계열 단절 발생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
소득분위별 DSR1)2)
(%)
| |||||
2012.3월말
|
2013.3월말
|
2014.3월말
|
2015.3월말
| ||
전 체
|
16.3
|
18.2
|
20.7
|
23.2
| |
1분위
|
15.6
|
16.8
|
23.0
|
24.2
| |
2분위
|
15.6
|
20.4
|
23.0
|
26.6
| |
3분위
|
18.1
|
19.1
|
23.3
|
23.7
| |
4분위
|
16.0
|
18.7
|
20.2
|
24.2
| |
5분위
|
16.1
|
17.4
|
19.4
|
21.7
| |
주 : 1) 이자비용 차감 전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2) 표본 변경으로 2013.3월말과 2014.3월말 시점 간 시계열 단절 발생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
소득분위별 금융자산1)
(만원)
| |||||
2012.3월말
|
2013.3월말
|
2014.3월말
|
2015.3월말
| ||
전 체
|
8,141
|
8,827
|
9,013
|
9,087
| |
1분위
|
1,980
|
2,182
|
2,308
|
2,528
| |
2분위
|
3,948
|
4,551
|
4,817
|
4,953
| |
3분위
|
6,137
|
6,810
|
6,909
|
7,167
| |
4분위
|
8,951
|
9,980
|
10,446
|
10,260
| |
5분위
|
19,685
|
20,608
|
20,581
|
20,521
| |
주 : 1) 가구당 평균 기준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
소득분위별 금융부채1)
(만원)
| |||||
2012.3월말
|
2013.3월말
|
2014.3월말
|
2015.3월말
| ||
전 체
|
3,684
|
3,974
|
4,118
|
4,321
| |
1분위
|
616
|
759
|
838
|
797
| |
2분위
|
1,935
|
2,371
|
2,250
|
2,341
| |
3분위
|
2,727
|
3,042
|
3,278
|
3,373
| |
4분위
|
3,985
|
4,677
|
4,873
|
5,241
| |
5분위
|
9,157
|
9,019
|
9,350
|
9,850
| |
주 : 1) 가구당 평균 기준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