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小考) "가계부채 질적 악화" 기사를 보고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기회 회기 중의 법정 기간 동안,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상임위원회별로 법정된 기관에 대해 실시하는 감사를 말한다. (행정학사전, 2009. 1. 15., 대영문화사) 국정감사 기간중 의원들의 감사 능력이 의문시되는 사례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자료 요구 과정을 통해 일부 유용하게 재구성된 통계 자료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의원들의 감사 능력 부족만큼 심각한 문제가 또 있다. 각 의원실에서는 피감기관이 제출한 통계 자료를 원하는 대로 재가공해서 원하는 결론을 낸 다음 원하는 제목을 달아 각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많은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한다. 언론이 전문적인 내용을 모두 검증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의심해 보아도 허점을 알아챌 수 있는 경우에도 보도자료가 제목까지 그대로 보도되는 경우도 있다.

의원실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만든 자료가 옳은지, 국가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지, 감사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문구"를 기사화한다는 데 주력하는 것같다. 그 가운데 지난 3년간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이 증가한 것은 가계부채가 질적으로 악화된 것을 가리킨다는 심상정 의원(정의당)측 보도자료를 많은 언론이 보도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 조사의 표본으로 추출된 2만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살핀 결과, 2012년 3월 16.3%에서 2015년 3월 23.2%로 6.9%포인트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과 기타 대출을 통틀어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얼마나 써야 하는지를 따진 것이다. 분석 결과는 2012년에는 100만원 벌어 16만3천원을 빚을 갚는 데 썼다면, 2015년에는 23만2천원을 써야 했다는 뜻이다.
이 기사에 언급된 DSR(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의 설명 가운데 "100만원을 벌어..."라고 쓴 설명은 일단 정확하지 않다. 이는 보도자료에 있는 설명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는 벌어들인 돈 가운데 세금 등 비소비지출액을 뺀 것을 처분가능소득 혹은 가처분소득이라고 하는데 DSR은 바로 이 가처분소득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기술적 문제에 그친다고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비율이 상승한 것 하나만 가지고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졌다고 결론지은 의원실 자료를 그대로 보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임일섭 박사가 페이스북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동안 정부가 적극 추진한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 가운데 원금 만기 일시상환 관행을 원리금 분할상환 관행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에 따른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DSR이 높아진 것이 결코 경제에 좋다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최근 많은 대출계약이 원금 만기 일시상환보다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원금 상환액이 늘었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2015 기간 중 가구당 금융부채 잔액은 17.3% 증가했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59.7%나 늘었다.

게다가 이 기간중(3월 기준) 잔액 기준 예금은행 대출금리는 평균 5.78에서 3.84%로 크게 낮아졌다. 결국 원리금 상환액 증가의 상당부분은 원금 상환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자금순환 및 국민소득 통계에 기초해 계산하면 가처분소득 대비 170%에 육박하며 OECD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가계금융복지 조사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10% 선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총량이 크다는 것은 틀림없이 경제에 약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정부는 이미 총량 규제를 포기하고 질적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총량이 느는 것은 어쩌면 예상했던 것과 같다. 따라서 총량이 느는 것을 가지고 정부의 정책을 계속 공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국은행이 제공한 원래 자료를 살펴보았더니 저소득층의 부채 문제가 악화되었다는 것은 다소 성급한 결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 그림은 소득분위별 DSR를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을 보면 모든 소득분위 가구의 DSR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1, 2, 4분위 가구의 경우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DSR 상승은 이자 뿐 아니라 원금까지 상환하는 추세의 확산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 부채 상황이 악화됐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위 그림은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부채라고 해도 이를 예금이나 기타 금융자산에 투자했을 경우 부채와 자산이 둘 다 늘 수 있기 때문에 이 비율은 어쩌면 DSR보다 부채 구조의 질을 나타내는 데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 그림을 보면 4-5분위 고소득층의 경우 비율이 낮아진 것이 두드러진다. 즉 금리 인하에 발맞춰 고소득층이 차입을 더 적극적으로 늘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저소득층의 경우 이 비율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 그림은 소득분위별 금융부채 잔액을 나타낸다. 이 그림에서도 역시 금융부채 증가는 고소득층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래는 한국은행이 제출한 통계 자료 원본이다.

소득분위별 처분가능소득1)
(만원)
 
2012.3월말
2013.3월말
2014.3월말
2015.3월말
전 체
3,454
3,623
3,819
3,924
 
1분위
673
673
721
762
 
2분위
1,694
1,765
1,951
1,997
 
3분위
2,748
2,915
3,160
3,262
 
4분위
4,145
4,376
4,630
4,778
 
5분위
8,006
8,381
8,632
8,819
주 : 1) 가구당 평균 기준
2) 표본 변경으로 2013.3월말과 2014.3월말 시점 간 시계열 단절 발생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소득분위별 원리금상환액1)2)
(만원)
 
2012.3월말
2013.3월말
2014.3월말
2015.3월말
전 체
596
697
830
952
 
1분위
109
119
174
192
 
2분위
279
384
473
556
 
3분위
526
586
774
808
 
4분위
698
865
980
1,210
 
5분위
1,368
1,530
1,749
1,992
주 : 1) 가구당 평균 기준
2) 표본 변경으로 2013.3월말과 2014.3월말 시점 간 시계열 단절 발생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소득분위별 DSR1)2)
(%)
 
2012.3월말
2013.3월말
2014.3월말
2015.3월말
전 체
16.3
18.2
20.7
23.2
 
1분위
15.6
16.8
23.0
24.2
 
2분위
15.6
20.4
23.0
26.6
 
3분위
18.1
19.1
23.3
23.7
 
4분위
16.0
18.7
20.2
24.2
 
5분위
16.1
17.4
19.4
21.7
주 : 1) 이자비용 차감 전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2) 표본 변경으로 2013.3월말과 2014.3월말 시점 간 시계열 단절 발생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소득분위별 금융자산1)
(만원)
 
2012.3월말
2013.3월말
2014.3월말
2015.3월말
전 체
8,141
8,827
9,013
9,087
 
1분위
1,980
2,182
2,308
2,528
 
2분위
3,948
4,551
4,817
4,953
 
3분위
6,137
6,810
6,909
7,167
 
4분위
8,951
9,980
10,446
10,260
 
5분위
19,685
20,608
20,581
20,521
주 : 1) 가구당 평균 기준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소득분위별 금융부채1)
(만원)
 
2012.3월말
2013.3월말
2014.3월말
2015.3월말
전 체
3,684
3,974
4,118
4,321
 
1분위
616
759
838
797
 
2분위
1,935
2,371
2,250
2,341
 
3분위
2,727
3,042
3,278
3,373
 
4분위
3,985
4,677
4,873
5,241
 
5분위
9,157
9,019
9,350
9,850
주 : 1) 가구당 평균 기준
자료 : 가계금융·복지조사(한국은행, 통계청)




★★★★★★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부동산 KoreaViews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원자재 환율 외교 국제금융센터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인구 한은 반도체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AI 미국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논평 수출 자본시장연구원 중동 채권 일본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칼럼 한국금융연구원 BOJ ICO 일본 자동차 국회입법조사처 삼성증권 생성형AI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공지능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한국 IBK투자증권 KIEP TheKoreaHerald 미중관계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OECD 대신증권 무역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저출산 전쟁 ECB IBK기업은행 IEA KIET LG경영연구원 NBER PF 공급망 관광 광물 기후변화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본시장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환경 Bernanke CBDC DRAM ESG EU IPEF IRA KDB미래전략연구소 KOTRA MBC라디오 ODA PIIE RSU SNS Z세대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규제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봇 로봇산업 로슈 로이터통신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버냉키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씨티그룹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혁신 홍콩 횡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