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개발연구원이 발간한 『최근 소득분배 추이가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갖는 시사점』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공유한다. 보고서 내용이 방대해 일부만 소개하지만 보고서 전체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보고서 전문 링크는 맨 아래 소개한다.)
■ 최근 빈곤율 변화가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갖는 시사점
노후소득보장에 관한 그간의 논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집중되어 왔다. 최근에는 국민연금보다 월등히 높은 급여액 때문에 비판받아 온 공무원연금을 개혁할 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실무합의안이 발표되었다가 최종합의에서 제외되는 논란도 있었다.
이렇게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소득대체율에 편중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부정확한 인식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게 설계되었다. 둘째,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노인빈곤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식이다. 셋째,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전체 경제에 별다른 부작용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통념을 냉정하게 재검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 현재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총표준소득대체율은 50% 정도인데, 이는 OECD 국가의 공적연금 평균소득 대체율(41.3%)을 넘어서는 수준이다(OECD, 2015).
둘째, 핵심적인 문제는 선진국과 달리 이러한 외형상의 대체율이 실제 연금수령액을 나타내는 실질대체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4년 12월 기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평균지급액을 합산한 표준수급자(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중복수급자)의 총실질대체율은 25.6% 정도인데, 2010년 EU 27개국의 평균실질대체율은 48%이다(이용하 외, 2015).
이러한 차이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실제 가입기간이 짧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평균가입기간이 약 16년, EU 27개국은 36년이다(이용하 외, 2015). 노동시장에서의 근로기간이 긴데도 연금가입기간이 짧은 것은 국민연금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인데, 결국 광범위한 연금 사각지대가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즉, 명목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가 당면한 공적연금 강화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다지 낮지 않은 현재의 명목소득대체율을 실질소득대체율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노력이다.
참고로 앞의 <표 1>에서 분석한 시장소득 기준 빈곤가구가 공적연금을 보유했을 경우에는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빈곤을 탈출할 확률이 44.6%에 달하는 데 비해 공적연금을 보유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9.8%에 불과했다. 이는 연금 성숙에 따라 재분배가 강화되는 공통적 흐름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었으나, 광범위한 사각지대로 인해 그 폭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순기능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이 충분치 못할 경우 연금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하게 되는데,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이제 연금제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화된 경제환경 속에서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국가재정, 자본시장, 노동시장, 장기적 경제성장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980년대 이후 진행되어 온 각국 연금개혁의 대략적 방향은 보험료 기여와 급여 간 연계를 강화하고, 경제활동을 지속할 유인을 내장하는 것, 적립금 비중을 증가시키는 것, 인구구조 변화가 연금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확정급여 형태를 약화시키는 구조개혁을 단행하는 것, 사적연금의 역할을 확대시켜 사적연금과 공적부문의 경계를 재설정하는 것 등이다. 한마디로 공적연금이 전체 경제에 가지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연금제도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공적연금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면서 노후소득보장체계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명목적인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노후소득보장의 실질적인 병목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취약층의 연금보험료를 지원하고 가입회피자 제재를 강화하는 것, 건강한 고령자가 근로를 계속하는 데 장애가 되는 노동시장 차별을 해소하고 고용지원서비스가 고령자를 적극적으로 포괄하는 것, 고령 근로에 따라 국민연금의 수급시작연령과 그에 따른 연금액 조정에 대한 선택지를 넓히는 것, 퇴직연금의 중도해지를 지양하고 연금화와 운용선진화를 촉진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참고: 각국의 연금개혁 동향과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2차 세계대전 이후 연금제도를 강화해 온 서구 선진국에서는 연금 사각지대의 문제보다는 고령화로 인한 연금재정 악화가 주된 난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는 급여수준을 낮추거나 연금지급개시연령을 올리는 등 급여지출을 축소시키는 방법과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법, 적립금의 투자수익을 높이는 것, 이러한 대안 등을 종합해 재정악화의 원인을 줄이는 구조개혁을 단행하는 것 등이 존재한다.
근래 각국의 개혁은 이러한 방향을 지향하되, 이행비용을 중시하면서 융합적 대응을 추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개혁의 기본방향은 고령화와 결합해 연금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다. ① 급여액을 확정하는 급여방식(확정급여형; Defined Benefit)과 ② 적립금을 활용하기보다 현재 근로세대가 현재의 고령세대를 부양하는 방식(부과식; Pay-As-You-Go), ③ 연금수급시작연령이 낮아 근로의욕을 훼손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를 일거에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이나 적립식(Funded)으로 구조전환하는 방식9)보다는 수급자의 저항 등 이행비용을 고려해 각국의 토양에 맞는 해결책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즉, 보험료 인상, 급여 삭감, 근로기간 연장, 자동조정 메커니즘 정착 등을 기본방향으로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다.
■ 스웨덴 등은 1990년대 연금개혁을 통해 기존의 확정급여(DB)방식에 확정기여방식을 가미한 명목확정기여(NDC)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기대여명에 따라 수급액을 조정해 연금재정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 독일과 일본, 캐나다 등은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변화를 반영한 조정계수로 급여를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내장했다. 이는 개혁과정의 정치적 마찰을 우회하면서 거시적 위험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핀란드와 노르웨이는 급여를 기대여명에 연동시켰다(김도형, 2015).
■ 영국, 덴마크, 포르투갈은 수급시작연령을 상향조정했다. 연금수급연령 상향조정은 기대여명의 증대에 따른 재정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해 OECD 국가들의 평균 수급가능연령은 상승하는 추세이다(김도형, 2015).
■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불안정한 부분적립방식으로 초기에는 적립금이 쌓여 안정적 운용이 가능하지만, 급여가 본격적으로 지급되기 시작하면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게 되는 데다가 확정급여방식 때문에 고령화의 압박이 심하다. 반면, 이를 완화하는 장치는 매우 미흡하다.
※ 보고서 링크 ▶ http://www.kdi.re.kr/research/subjects_view.jsp?pub_no=14970&media=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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