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간한 『유아 발달을 위한 부모역할과 부모교육 개선방안』 보고서 주요 내용이다. 연구 결과도 흥미롭지만 이 주제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중요성이 높아져 있다. 많은 사회적 문제점이 알고 보면 유아기를 포함한 가정 내 교육의 실패로 인해 생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 결과에서 지적하듯 경제적 상황 자체가 가정교육에 직접적 변수가 된다고 하기 힘들다. 그것보다는 부모가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를 낳고 기른다고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 부모역할과 유아 발달의 관련성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
1. 부모역할에 대한 자료상 정의
부모역할 방식을 나타내는 척도로 본고에서 고려한 항목은 한국아동패널상의 모의 우울증세, 부모의 양육스트레스와 양육행동, 아버지의 양육참여 정도, 가정환경 자극검사 결과 등
이다. 모의 우울함은 불안, 무기력감, 초조, 슬픔 등을 느낀 정도로 경중이 파악되었다. 부모의 양육스트레스는 부모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육아에 대해 금전적 부담을 느끼고 육아로부터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높아진다.
부모의 양육행동은 온정성과 통제성 측면에서 평가되었다. 온정성은 자녀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독립성을 존중·격려하는 정도로 측정된다. 통제성은 부모가 규율을 설정하고 자녀에게 규율 준수를 강조하는 정도로 측정된다(조복희 외, 1999). 한국아동패널에서 모의 온정성은 아동의 출생 후 35~43개월까지는 모가 아동의 욕구를 수용하고 이에 따뜻하게 반응하는 정도로, 그 이후의 온정성은 모가 자녀와의 놀이에 동참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동의 의견을 경청하는 정도로 조사되었다.
부의 온정성은 35~43개월부터 위의 아동의 독립 욕구에 대한 존중을 내포한 온정성 척도로 조사되었다. 반면, 통제성은 부모가 세운 규칙을 자녀가 받아들이고 이행하며 잘못된 행동이 타협의 여지없이 엄격하게 제한될 때 높게 평가되었다. 부모의 통제성은 자녀 월령이 35~43개월일 때부터 조사되었다.
아버지의 양육참여 정도는 아버지가 육아물품과 놀잇감을 구입하고 자녀의 신체적 돌봄 및 놀이에 참여하는 빈도와 아이에게 생활습관을 지도하는 빈도로 측정되었다. 온정적·통제적 양육행동으로 양육태도의 질을 평가한다면, 아버지의 양육참여 정도는 양육에 대한 아버지의 양적 투입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가정환경 자극검사는 가정 내 학습자료 구비, 물리적 안전 및 활동 공간의 충분성, 언어 발달 독려, 부모의 정서적·언어적 반응성, 지식 및 기술 습득 자극, 모델역할 수행, 다양한 경험 제시, 부정적 행동 수용 등의 여부를 평가하였다. 학습자료와 물리적 환경이 교재·교구의 구비, 신체적 안전, 놀이공간 확보 등 부모와 자녀의 원활한 상호작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환경적 요인을 나타낸다면, 그 외의 항목은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이 아동의 발달을 도모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척도이다. 따라서 실증분석에서는 학습자료, 물리적 환경을 물리적 요소로, 그 외 항목을 상호작용으로 분리하였다.
이상의 부모역할 대리 지표는 아동이 출생 후 경험한 평균적 부모역할 방식과 유아 발달의 관련성을 파악하고자 첫 조사시점부터 유아 발달 검사시점까지 평균을 내어 분석에 활용하였다.
2. 유아의 언어 발달
유아의 언어 발달 수준은 표현어휘력과 수용 어휘력 검사 점수로 평가하였다. 표현어휘력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어휘를 적절한 낱말로 표현하는 능력이며, 수용어휘력은 다른 사람이 말하는 어휘를 듣고 이를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김영태, 2000).
(중략) 먼저 부모역할을 나타내는 변인을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부의 양육스트레스가 높은 것은 자녀의 수용어휘력과 정의 관계를 보였다.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모의 양육스트레스를 부모역할에 대한 자신감 부족, 육아에 대한 금전적 부담, 육아로부터의 휴식 부족으로 나누고 회귀분석을 다시 수행하였다.
그 결과, 아버지가 부모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것과 자녀의 수용어휘력은 강한 양의 관계에 있었다. 자녀가 학령기에 근접하며 중압감을 느낀 아버지가 자녀의 수용어휘력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교육적 자극을 강화함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아버지는 자녀와의 대화에 있어서 어머니보다 성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아동의 언어 발달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EBS <파더쇼크> 제작팀, 2013). 한편, 자녀의 수용어휘력과 아버지가 육아에 대한 금전적 부담이 높은 것은 음의 관계에 있었으며, 육아로부터의 휴식이 부족한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이 없었다.
모의 양육행동의 경우, 35~43개월까지 온정성, 통제성이 높은 것과 표현어휘력이 양의 관계에 있었다. 부의 양육행동은 35~43개월부터 온정성이 높고 통제성이 낮은 것이 수용어휘력과 강한 양의 관계에 있고, 다음으로 온정성, 통제성이 높고, 온정성이 낮고 통제성이 높은 순으로 수용어휘력과 양의 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양육참여 빈도, 가정 내 학습자료의 구비 및 놀이공간의 안전성·충분성은 어휘력 발달과 무관하였다. 그리고 가정에서 부모-자녀의 상호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은 수용어휘력과 양의 관계를 보였다.
한편, 모의 학력이 높은 것과 표현어휘력은 양의 관계에, 부의 학력이 높은 것과 수용어휘력은 양의 관계에 있었다. 가구소득은 어휘력 발달과 무관하였다.
3. 유아의 사회정서적 발달
유아의 사회정서적 발달은 또래와의 부정적 상호작용, 내재적 문제행동, 외현적 문제행동이 적게 나타날수록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또래와의 부정적 상호작용은 아동이 또래와의 놀이에서 공격적·배타적 방해행동을 하거나 놀이에서 위축되고 배제되는지 평가하는 척도이다. 내재적 문제행동은 불안, 짜증, 걱정, 예민함, 위축 등 과도하게 통제된 문제행동을, 외현적 문제행동은 주의집중의 어려움, 과잉행동, 타인에 대한 공격 및 물건 파괴행동 등 통제가 부족한 문제행동을 의미한다(오경자·김영아, 2015).
<표 2>는 또래와의 부정적 상호작용, 내재적 문제행동, 외현적 문제행동과 부모역할, 부모 학력, 가구소득 간의 관련성을 정리한 것이다. 부모역할을 나타내는 변인 중 먼저 모의 우울증세와 양육스트레스는 모든 사회정서적 발달 지표와 양의 관계에 있고, 부의 양육스트레스는 또래와의 부정적 상호작용과 양의 관계에 있었다.
모의 양육행동을 살펴보면, 또래와의 부정적 상호작용은 모가 출생 후 35~43개월까지 온정성, 통제성이 높은 것과 강한 음의 관계에 있고, 그다음으로 온정성이 높고 통제성이 낮은 것과 음의 관계에 있었다. 외현적 문제행동은 35~43개월 이후부터 모가 온정성이 높고 통제성이 낮은 경우, 온정성, 통제성이 높은 경우 순으로 음의 관계에 있었다.
그리고 부가 35~43개월부터 온정성이 높고 통제성이 낮은 것과 내재적·외현적 문제행동은 음의 관계를 보였다. 반면, 부의 양육참여 빈도 및 학습자료의 마련과 놀이공간의 안전성·충분성은 아동의 사회정서적 능력과 무관하였다. 부모-자녀의 상호작용은 또래와의 부정적 상호작용, 외현적 문제행동과 음의 관계에 있었다. 부모의 학력과 가구소득은 어떠한 사회정서적 발달 지표와도 관련이 없었다.
■ 부모역할에 대한 시사점 및 부모교육 개선방안
이러한 분석 결과는 유아의 언어적·사회정서적 발달을 도모하는 데 있어 부모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바람직한 부모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유아의 언어 발달은 부모 학력뿐만 아니라 부모역할과도 관련 있었다. 이는 부모 학력에 따라 유아의 언어능력 격차가 나타난다면 부모의 양육행동과 가정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세대 간 능력의 대물림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사회정서적 발달은 부모 학력, 가구소득과 관련이 없고 모의 우울감, 부모의 양육스트레스, 양육행동, 부모-자녀의 상호작용 등 부모역할과 관련 있었다. 따라서 유아의 사회정서적 능력을 신장하기 위한 부모교육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닌 부모역할 수행능력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아의 언어·사회정서적 능력은 아버지의 양육참여 빈도와 관련이 없고 아버지의 양육스트레스, 양육행동과 관련 있었다. 이는 부모교육이 아버지 양육참여의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함을 나타낸다.
한편, 부모가 자녀에게 따뜻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녀의 심리를 이해하고 의견을 존중하되 자녀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통제를 줄이는 양육행동을 보이는 것이 유아의 언어·사회정서적 발달에 유익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일관되게 높은 온정성을 보이되, 35~43개월까지는 높은 통제성을 보이다가 그 이후에는 통제성을 낮추는 것이 아동의 발달과 가장 큰 양의 관계에 있었다. 아버지 역시 35~43개월 이후부터는 높은 온정성과 낮은 통제성을 보이는 것이 아동의 발달과 가장 큰 양의 관련이 있었다.
이상의 내용은 부모교육이 모의 우울감, 부모의 양육스트레스 및 양육행동, 부모-자녀의 상호작용 방식, 가정 내 교육환경 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야 함을 시사한다. 영유아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신체적인 돌봄을 온전히 행하는 것은 물론 아동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교육적 자극을 마련하고 자녀의 입장에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부모는 아동이 연령별로 보이는 신체적·정서적 발달 특성을 이해해야만 육아효능감이 높아져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자녀교육에 임할 것이다. 또한 부모가 자신의 양육행동과 자녀가 보이는 발달상의 문제를 관련짓고 양육행동의 개선 방향을 접한 후 이를 실천할 때 따뜻함과 단호함을 상황에 맞게 조화롭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는 부모교육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건강가정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학부모지원센터 등에 분산되었던 부모교육 책자와 영상을 ‘부모학교’라는 명칭하에 통합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부모교육 자료가 여전히 각 센터별로 구축시기에 따라 나열되어 있고 비슷한 주제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모의 육아고민에 상응하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부모교육 자료는 부모가 필요한 자료에 일괄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아동의 연령별로, 부모가 처한 문제 상황별로 세분화해 제공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향후에는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가정에 전문상담사가 찾아가 부모교육을 제공하는 사례가 확대될 방침이다. 지금은 부모교육 활성화 방안이 시행된 초기 단계인 만큼 부모교육이 심각한 아동 학대와 방임을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방문교육 대상이 아닌 부모가 자녀의 언어적·사회정서적 발달이 지연되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겪음에도 부모교육을 자발적으로 받지 않는다면 부모역할을 개선하지 못할 수 있다. 실증분석 결과, 아동의 사회정서적 능력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이 없었다.
따라서 모든 계층이 올바른 양육지식의 이해, 의사소통 기술의 향상 등 부모 역량 제고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에게 어린이집, 유치원, 병원, 보건소 등 다양한 경로로 아동 발달에 있어서 부모역할의 중요성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모가 우울감, 양육스트레스의 경중과 양육행동, 가정환경의 구성, 자녀와의 상호작용 방식 등을 간략히 자가진단하고 취약점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해야 한다. 현재 부모교육 강좌는 다수의 부모를 대상으로 바람직한 부모역할에 대한 일반적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부모역할 훈련은 전문가가 공통된 문제 상황에 처한 소규모의 부모를 대상으로 부족한 자질이 향상되도록 지도할 때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at Harvard University, 2016). 따라서 부모가 지닌 개별적 육아고민에 대해 전문가가 상담하고 부족한 자질이 향상되도록 지도하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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