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프랑스 대선 예선투표일이 임박한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던 멜랑숑 후보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며 마크롱 vs 르펜 양자 구도였던 프랑스 대선 판세가 급격히 변화하였다. 전환점이 된 이벤트는 두 차례 있었던 대선후보 TV토론으로, 특히 이달 초 2차 토론을 기점으로 멜랑숑이 상승세를 타면서 마크롱(전진당)-르펜(국민전선)-피용(공화당)-멜랑숑(프랑스 앵수미즈)의 4강 구도가 형성되며 선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독일-프랑스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70bp를 넘어섰고, 외환시장 변동성지표는 작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수준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향후 주요 관전 포인트》
일차적으로는 멜랑숑이 결선에 진출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가 될 것이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 멜랑숑이 예선에서 탈락한다면, 이후 멜랑숑 지지층의 표심이 어디로 이동할지 여부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멜랑숑 지지자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멜랑숑이 결선에 진출하지 못 할 경우 마크롱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르펜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 비율보다 월등히 높으나, 기권하겠다는 응답자 비율도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비율이 꾸준히 상승한다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마크롱의 압도적인 결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상승세가 주춤한 르펜의 선전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최근 르펜이 자신의 핵심 정강인 유로존 탈퇴 주장보다는, 프랑스 정체성 회복이나 이민 제한 등 상대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적은 이슈들에 전략적으로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 르펜의 확장성을 높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예선 투표율 또한 중요하다. 2012년과 2007년 프랑스 대선 예선 투표율은 각각 80%와 84%를 기록하였으나, 이번 대선의 투표의향 비율은 70% 내외로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각종 부패 스캔들에 염증을 느끼고 기권 의사를 밝힌 유권자들이 상당하고, 유력한 결선 진출 후보 모두 주류정당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변수이며, 이로 인해 선거 당일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급진성향의 르펜이나 멜랑숑에게는 유리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한편 20일로 계획되어 있던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의 TV 방영이 취소된 것은 그동안 주로 TV토론에서 선전하였던 멜랑숑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요소이다. 최종 결선이 치러지는 5월 7일까지 기타 돌발변수들이 선거 향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각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시사점》
- Base/best scenario: 최근 지지율 변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선에 마크롱과 르펜이 진출한 뒤 마크롱이 최종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다. 멜랑숑 표심의 향방이 불명확하므로, 예선에서 마크롱과 멜랑숑의 지지율 격차가 미미하다면 5월 7일 결선 때까지 시장 긴장감이 지속될 수는 있겠으나, 상대후보가 누가 되든 마크롱이 우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어느 정도 시장의 안도 심리가 확보될 것이다. 마크롱이 결선에서 승리하고,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옴으로써 6월 총선(11일, 18일)에서 충분한 의석수를 확보하는 것이 시장 관점에서는 베스트 시나리오이나, 실제로는 마크롱이 대선에서 승리하게 되더라도 총선에서 의회 과반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공약 이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로 탈퇴 리스크가 해소되는 데 따른 긍정적인 요소가 더 크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자산가격은 회복될 것이며, 유로화 강세 기조 및 독일 국채금리 상승세가 재개되는 가운데 하반기 중 ECB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화될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 Worst Scenario: 현 시점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르펜과 멜랑숑이 나란히 결선에 진출하는 것이 시장 관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되며 유로화 약세와 프랑스 국채금리 급등이 나타날 것이다. 이 시나리오 하에서는 6월 총선의 중요도가 커지므로 프랑스 대선으로 인한 시장 스트레스가 장기화될 것이다. 이후 해당 후보가 6월 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 하면 EU나 유로존 탈퇴를 실행에 옮기기 어렵고, 실제 Frexit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시장 패닉은 점차 진정될 수 있다.(중략)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의 전반적인 EU정책 기조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관련 불확실성은 장기간 유로존 전반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이탈리아와 같은 취약국들에 대한 시장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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