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증권의 보고서 『산생/GDP의 이별과 재결합의 이유』 내용 중 주요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에 포함된 그래프와 사진을 모두 소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 원문을 참조할 것을 권한다. "산생"이라고 줄임말로 널리 알려진 산업생산, 특히 광공업생산 통계가 국내총생산(GDP) 통계와 잘 맞지 않는 문제를 잘 분석해 설명하고 있다. 궁금해야 답을 찾게 된다.)
《광공업 생산의 설명력 저하, 왜 그런 것일까?》
건설 경기 활황 때문에 설명력이 떨어진 것은 아닐까?
2012년 이후 광공업생산의 설명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가장 선행되는 질문은 최근 건설 부문의 역할이다. 한국 GDP를 지출 측면에서 살펴보면 2013년 이후 총고정자산 형성의 성장 기여도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다. 성장률 방어를 위해서 전 정권에서 주택경기 활성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수년 간 한국 성장률은 국내 건설 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가져왔다.
이 같은 부분은 일정부분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GDP를 산업별로 나누어 살펴보게 되면 건설 부문은 지난 2010년에서 2012년까지 전체 성장의 ( - )요인이었으나, 2013년 이후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 부분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만약, 광공업 생산 둔화가 GDP 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이었다면, 산업별로 쪼개봤을 때 제조업 GDP의 성장과 광공업 생산의 궤도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데이터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제조업 GDP와 제조업 생산지표의 궤적은 일치하지 않는다. 절대 금액이 아니라 전년비 증가율로 살펴보면 이 관계는 더욱 명확하다. 무언가 변화가 생긴 것이다. 결국, 최근 GDP 성장에 대한 광공업 생산의 설명력 약화는 최근 건설업 호조로 100% 설명될 수 없음을 뜻한다.
Answer 1. GDP와 광공업생산의 지표 계산 방식 차이
최근 광공업 생산이 GDP 성장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통계 집계 방법의 차이에 있다. 실질 GDP와 광공업 생산은 모두 일정기간 동안 국내에서 창출한 부가가치 혹은 생산을 측정하는데 활용된다.
집계에 사용되는 기초 통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실질 GDP와 광공업 생산 모두 가격 및 물가 효과를 제외하고 물량 증가에 따른 실제 생산 증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GDP 성장률과 광공업생산지수의 흐름을 높은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실질GDP 계산에 연쇄가중법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2009년 이전 실질 GDP는 현재 광공업 생산에서 활용되는 고정 가중법을 통해서 산출되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기존 고정가중법으로 계산했던 GDP 추계 방법을 개편했다.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 기술혁신이 급격히 진전되면서 고정가중법에 의해 추계된 실질 GDP 통계의 현실을 반영하기 힘들다는 문제의식과 더불어 UN/IMF 등 국제기구가 공동으로 마련한 93 SNA 에서도 GDP 통계의 현실반영도 제고를 위해 실질 GDP 연쇄가중법에 의한 추계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수 구성방식의 변화가 실질 GDP와 광공업 생산간의 관계 약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실질 GDP를 구할 때 활용하는 연쇄가중법은 실질 지수를 산정할 때 매년 가격 또는 금액이 조정되면서 지수를 구성하는 가중치가 변하는 반면, 산업활동동향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고정가중법 지수는 5년에 한번씩 가중치가 변한다. 시간이 갈수록 양 지수의 가중치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점은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먼저, 지수 계산 방식 차이에 따른 산술적인 차이이다. 고정가중법의 경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대가격 및 수량체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대체 편의가 발생하게 된다. 같은 모집단의 물량 변화에 대해서 고정 물량법과 연쇄 물량법을 비교하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정 가중법이 연쇄 가중법보다 더 크게 계상된다.
물론, 실질 GDP와 광공업 생산이 정확히 동일한 지표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효과가 모두 반영된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최근 수 년간의 실질 GDP 및 광공업 생산지수의 오차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산술적인 면만 가늠하면 고정가중법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광공업 생산이 연쇄가중법 방법을 택하고 있는 실질 GDP보다 빠르게 상승했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난 수 년간 오히려 실질 GDP의 상승이 광공업 생산지수 보다 컸다.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요인은 무엇일까? 경제 상황의 변화에 따른 연쇄효과이다. 특히, 특정 산업 및 섹터의 호조 혹은 부진으로 가격 및 물량이 꾸준히 늘기만 하던가 줄기만 하는 상황이라면 이 같은 대체 편의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상품들은 시간 흐름에 따라 전체 산업 내에서 가중치가 하락하게 되는데 고정 가중법에서는 기준년의 높은 가중치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동 상품의 물량증가율이 과대 반영된다. 더불어 산업구조 및 생산기술의 변화 등으로 상대가격 및 수량체계 변화가 심한 상황에서도 연쇄가중치와 고정가중치의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이 같은 점은 지난 수 년간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나타났던 대표적인 현상이다. 예를들어, 조선 등 운송장비/기계 부분의 생산은 글로벌 업황 둔화 등과 더불어 꾸준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동 산업의 광공업 생산 내 비중은 동 산업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2010년 기준으로 작성되었고 이에 최근의 업황 둔화가 반영되지 못했다. 반면, 연쇄가중 평균식 GDP의 경우 해당 산업 내 비중이 계속 줄어들었다.
그 결과 GDP는 매년 각 섹터들의 변화를 반영했지만 광공업 생산은 2010년 기준(개정은 2013년에 반영)에 머물러 있게 되며 지수 계산 결과값에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특히, 조선업/기계업의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인해서 해당 섹터의 생산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전체 실질 GDP보다 전체 광공업 생산이 더 크게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Answer 2. 광공업 생산은 해외 생산을 반영하지 못한다
광공업 생산은 '국내에서 생산된 생산물의 변화'만을 반영한다. GDP 역시 당초 우리가 배운 개념은 비슷하다. 교과서에서 GDP는 통상 '국내총생산'으로 번역이 되고, '국내'라는 어휘에 대해서 '영토' 혹은 '국경 안에서'라는 표현을 통해서 정의된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SNA에 따르면 '국내'의 개념은 경제 영역의 개념과 맞닿아 있으며, 지리적 영역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GDP에서는 '거주자'의 개념이 중요한데 이 역시 국적이나 법적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적 영역에서 경제적 이익을 가지고 있을 때 거주자로 간주된다.
즉, 영토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제 주체의 생산은 장소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GDP에 포함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이는 내용을 살펴보는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90년대 이후 국가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지고 무역장벽이 낮아지게 되면서 경제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글로벌화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들은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 효율성을 증대시킬 방법을 꾸준히 강구하게 되었고, 기업들은 기업 이윤을 최적화할 수 있는 세계 각지에 생산기지를 분산했다.
우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생산 원가 확대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와 같은 기업들은 기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게 된다. 해당 대기업에 납품하게 되는 부품업체들 역시 생산기지의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게 됨은 물론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생산기지의 이전은 국내 생산의 약화로 이어진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국내 생산을 대표하는 GDP 성장 역시 둔화된다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절반의 진실이다. 국내 광공업 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GDP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앞서 정의를 통해서 살펴본 것처럼 GDP 계산에는 '영토'의 개념이 아닌 경제적 실체가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GDP 산출법은 이 같은 경제적 실체를 크게 3가지 개념으로 분류하고 있다.
먼저, 가공무역부터 살펴보자. 가공무역은 국내 기업이 해외 가공업체에 원재료/반재료 등을 제공하고 국내로 재수입하거나 직접 제3국의 고객에게 수출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간단히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업체들의 해외 위탁 생산 공장을 생각하면 된다. 이 같은 업태는 대부분 경공업 제품에 집중되어 있으며 일부 반도체/경공업 제품 역시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생각해야 할 부분은 GDP 계산시 흐름이다. 가공 무역 시 우리나라에서 반출되는 원재료 및 다시 한국으로 재수입되는 가공품은 수출입 내역에 잡히지 않는다. 수출입 내역으로 기록되는 부분은 제3국에서의 원재료 수입/최종 수입국으로의 가공품 수출이 된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베트남에 있는 의류 공장으로 수출되는 부자재들은 우리나라 수출 물량으로 잡히지 않는다. 수출물량으로 잡히게 될 때는 여타 수입국으로 물건이 수출되는 시점이 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물리적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수출이 아니라, 실제 소유권 이전 시점이 통계에 잡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중계무역은 조금 형태가 다르다. 중계무역은 통계작성 경제권의 거주자가 비거주자로부터 취득한 재화를 거주자 경제권역에서의 반출입을 거치지 않고 다른 비거주자에게 전매하는 경우이다. 이 과정에서 가공무역의 무통관 거래와 유사하게 중계무역 역시 소유자 경제권의 통관통계에는 포착되지 않는다.
다만 관례상 중계무역은 중계무역업자가 취득한 상품을 중계무역의 부의 수출로, 중계 무역업자가 판매한 상품을 중계무역 수출에 계상되며 순수출이 거래로 기록되게 된다. 그리고 이 순수출 금액은 GDP 내 제조업 생산으로 계상된다.
정리해보자. 1) 2010년 기준년 개편 시 2008 SNA를 적용하면서 가공 및 중계 무역의 거래 발생시점이 '국경통과'에서 '소유권 이전'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경제적 실질이 한국에 묶여있는 기업들의 해외 생산 역시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 금액 및 산업별 GDP 내 제조업 분야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산업활동동향 내 광공업 생산은 해외 생산을 포함하지 않으며 GDP 계정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중략)
다시 큰 그림으로 돌아와보자. (중략) 2010년 기준 실질 GDP 내 전기 및 전자기기의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광공업 생산 내 대부분의 전기전자 섹터의 지수는 크게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반도체의 경우 지수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반도체 부분의 개선이 전기 전자 부문 GDP 상승을 이끌었을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량적으로 확인해보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반도체 섹터의 비중은 전 산업 지수 내에서 4.8%에 불과하다. 오히려 전자부품 등의 비중이 8.05%로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2010년 기준으로 해당 지수들을 종합해 계산해보면 반도체 부분의 생산이 230%가량 늘었다고 하더라도 전체 지수는 16% 내외 밖에 늘지 않는다. 나머지 27% 정도 부분은 국내 생산이 아닌 부분에서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 같은 결과는 왜 나오게 된 것일까?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은 반도체 같은 경우는 해외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핸드폰 생산은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생산되어 중계 무역을 통해서 수출된 핸드폰은 GDP 에는 산입되지만, 광공업 생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더불어, 전방 업체의 공장 이전과 함께 이전한 벤더들의 이전 및 생산 감소 역시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유효한 광공업 생산의 의미》
결론적으로 1) 지수 편제상의 문제 2) 국내 업체들의 해외 생산 확대 등의 이슈로 인해 지난 수년 간 GDP에 대한 광공업 생산의 설명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이슈로 인해서 광공업 생산의 중요성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2012년 이후 크게 하락했던 설명력은 올해 이후 분기 단으로 살펴봤을 때 방향성 측면에서 성장에 대한 설명력은 다시 회복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2012년 이후 몇 년간은 해외 스마트폰 생산 중심으로 늘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제조업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이 일부 회복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기준년에 따른 지수 내 비중의 문제로 인해서 올해 연말까지 GDP 지표와 광공업 생산의 일정부분 괴리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지수의 GDP 대비 과소평가 된 반도체 부문, 과대 평가된 조선 업종 등의 비중 문제 등은 지표의 유용성을 일부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계적 불일치는 올해 말 산업활동지수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기술적으로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기준년 지수 산정이 다시 이뤄지게 된다. 더불어, 통계청 내부에서도 산업활동지수 산출을 GDP와 마찬가지로 기존 고정 가중법에서 연쇄 가중법으로 변화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부터 GDP와 산출 방식이 같아지게 되면 지난 2012년 이후 나타났던 GDP와 광공업 생산 지수간의 설명력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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