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6

(보고서)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논의와 도입시 고려사항

(※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내용)

1. 들어가며

2017년 7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국정개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정치분야 국정개혁과제로 선정되었다. 결선투표제(runoff vote)는 최다득표자가 과반 미달일 경우 득표 상위 2인을 대상으로 재투표하여 당선인을 정하기 때문에 당선인의 과반득표가 항상 보장되도록 디자인된 방식이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 당선인이 낮은 득표율로 취약한 대표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결선투표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그러나 결선투표제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여전히 상반된 견해와 시각이 존재한다. 국민주권원리에 부합하는 제도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인위적 과반조성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정하는 선출방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효성에 대한 논쟁뿐만 아니라 제도 도입의 방법과 절차에 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이 글에서는 결선투표제에 관한 찬반 견해와 장단점, 외국사례, 개헌필요 여부 등을 살펴보고, 도입시 우리에게 적합한 제도디자인의 구체적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출처: cnbc.com)

2. 결선투표제의 장단점

(1) 장점

현행 대통령선거의 당선인 결정방식인 상대다수제(First Past The Post)는 다수의 후보자 가운데 한 표라도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이므로 유권자의 다양한 집합적 선호를 충실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결선투표제는 당선인의 대표성을 강화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democratic legitimacy)과 통치성(governability)을 제고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결선투표제는 또한 투표율 제고의 효과도 가져온다. 현행 방식과 같이 한 번의 선거결과로 당선인이 결정되는 투표방식에서는 사표(wasted vote)에 대한 우려로 투표를 기피할 수 있지만, 결선투표제에서는 1차 투표에서 후보의 당선가능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결선투표제는 2단계 투표를 거침으로써 정당간 연합형성을 용이하게 하여 정당스펙트럼의 확대와 다양한 정치세력의 존재를 보장해줄 수 있다.

더불어 결선투표제는 극단적인 성향의 후보를 배제시키는 메커니즘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2002년과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후보는 1차 투표에서 각각 16.9%, 21.3%로 2위를 차지하여 결선에 진출하였으나, 각각 17.8%, 33.9%의 득표율로 탈락하였다. 이처럼 결선투표제에서는 국민전선과 같은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억제하고 정당간 연합을 통해 정치가 분극적으로 치우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2) 단점

반면, 결선투표제는 두 번에 걸쳐 투표를 실시하므로 선거비용의 증가와 선거관리의 어려움이 단점으로 대두된다. 정당의 이합집산이 잦은 국가나 정당체제의 유동성이 높은 국가의 경우 1차 투표에서 후보난립으로 정국불안과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결선투표제에서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의 적실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유권자는 1차 투표에서 선택한 후보자를 2차 투표에서 찾지 못하면 1차 투표에서 선택한 후보자와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가 처음에 선택했던 후보자가 아닌 다른 후보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의사가 적실성있게 반영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3. 외국사례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 대표적인 국가는 프랑스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대선에서 당선인은 유효투표총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당선요건을 충족하는 자가 없는 경우, 다수표를 얻은 2인을 대상으로 1차 투표일 후 두 번째 일요일에 2차 투표를 실시한다. 1차 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은 후보자가 사퇴한 때에는 다수표를 얻은 그 다음 순위의 후보가 입후보할 수 있다. 2차 투표에서는 유효투표의 다수득표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결선투표제의 당선기준은 50%의 득표율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남미 국가 중에는 50% 미만 또는 그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예컨대, 코스타리카는 40% 이상 득표할 경우 당선인으로 결정되는가 하면, 아르헨티나는 45%, 시에라리온에서는 55%를 당선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특징적인 점은 1차 투표에서 1위 득표자의 득표율이 당선기준인 45%에 못 미쳐도 40% 이상의 득표율과 2위와 10% 이상의 득표차를 보이면 결선투표 없이 당선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2차 결선 진출 자격을 1차 투표에서 일정 득표율 이상을 획득한 자로 제한하는 국가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득표율과 무관하게 최다득표자 2인을 대상으로 한다. 또 2차 투표에서 당선인은 상대다수제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과반 이상의 득표를 당선기준으로 설정하는 국가사례도 있다.

4. 결선투표제 도입시 개헌여부 및 대안 모색

(1) 개헌여부

결선투표제는 헌법개정과 관련해서도 논쟁의 중심에 있다. 결선투표제 도입이 개헌을 요구한다는 입장과 개헌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한다.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상대다수제에서 절대다수제로 변경해야 하는데, 현행 헌법상 대통령선거의 당선인결정방식은 1표라도 많이 획득한 후보가 당선되는 상대다수제를 의미하므로 헌법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행 공직선거법 제187조는 대통령선거제도로 상대다수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헌법상의 결단을 법률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므로 헌법개정 없이 결선투표제를 법률로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면, 결선투표제 도입에 개헌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현행 헌법이 대통령선거의 당선인 결정방식으로 상대다수제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헌법이 절대다수제와 상대다수제에 대해서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당선인결정방식을 제67조제5항에서 법률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위헌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 헌법이 상대다수제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것은 맞지만, 관련 규정의 맥락이나 함의를 고려할 때 헌법이 상대다수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상대다수제가 아니라면 제67조제2항의 국회간선조항(“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을 별도로 규정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공직선거법 개정만을 통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상위법인 헌법에 결선투표제 도입의 근거를 명문화하는 것이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는 길이 될 것이다.

(2) 대안적 모델 검토

결선투표제 도입시 예상되는 단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모델은 부분적 대안과 전면적 대안의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우선, 부분적 대안은 결선투표제의 당선요건을 엄격하게 설정하는 방안이다. 결선투표 방식에서는 최다득표자가 과반을 득표했을 경우 2위득표자의 득표수와 무관하게 당선인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당선인과 2위득표자의 득표차가 근소할 경우 상대다수제의 원칙에 따른다 해도 당선인의 대표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결선투표제의 도입취지가 당선인의 대표성 제고에 있는 만큼 절대적인 당선기준도 중요하지만, 1위와 2위간 득표차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르헨티나의 사례와 같이 득표차가 일정 비율 이하로 근소할 경우 당선기준인 50%를 충족해도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전면적 대안모델로는 결선투표제 대신 선호투표제(alternative vote)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선호투표제는 한 번 선거로 선호를 표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선투표제보다 다양한 수준의 유권자 선호도가 선거결과에 반영된다는 장점을 보일 수 있다. 결선투표제에서는 1차 투표에서 상위 2명을 선택한 유권자는 2차 결선에서도 동일 후보를 선택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최종 당선인을 결정하는 것은 1차에서 이들을 선택하지 않았던 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결선투표방식은 1선호투표 결과 과반득표자가 없을 경우 차순위 선호표의 배분으로 당선인을 결정하는 선호투표방식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5. 나가며

결선투표제는 당선인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여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긍정적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사표방지 심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지지후보에게 소신투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결선투표에 소요되는 선거비용의 증가와 선거관리부담의 가중, 선택의 적실성, 동원투표로 인한 선거조작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효적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예시적으로 이 글에서 제시한 ‘당선요건 강화방안’이나 ‘선호투표제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개헌은 결선투표제 도입의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헌법해석의 논란을 종식시키고 당선인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결선투표에 대한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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