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한두 가지 항목의 통계에 나타나는 내용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더구나 아주 짧은 기간에 한두 가지 항목의 통계에 나타나는 특징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거나, 나아가 구조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가계소득 통계가 좋은 예가 된다. 우리는 경제는 나름대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가계소득은 뒷걸음질 치고 있으며 이것은 경제 성장의 결실을 못된 기업들이 독차지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때 근거로 드는 통계가 통계청이 작성하는 가계소득지출 통계다. 실제로 이 통계를 보니 가계 평균 가처분소득은 실질 기준으로 2013년 0.4%, 2014년 0.7%, 2015년 0.3%라는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더니 급기야 2016년에는 1.3% 감소했다. 이 기간에 경제는 성장을 지속했으니 이 통계를 보면 가계소득이 경제성장에 미치지 못한 것이 맞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구당 인원 감소다. 가구원 수가 감소하는데 가구당 소득만을 계산한다면 문제가 있다. 가구원 수는 2012년 2.81명에서 2013년 2.79명, 2014년 2.71명, 2015년 2.64명, 그리고 2016년 2.58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를 감소율로 나타내면 2013년 0.7%, 2014년 2.9%, 2015년 2.6%, 2016년 2.3%로 꽤 가파르다.
결국, 이런 가구당 구성원 수 감소를 감안하지 않고 가구당 소득 감소만을 가지고 가계소득 감소가 문제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이제 가구당 가처분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누어 그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상황이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가계가처분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누어 보면 소득은 2013년 1.2% 증가한 뒤 2014년에는 3.7%, 2015년에는 3.0% 증가했고 2016년에는 증가율이 다시 낮아져 1.0%를 기록했다. 물론 높은 증가율은 아니지만, 최소한 가계소득이 뒷걸음질 친다고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재산소득, 사업소득의 부진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근로소득만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근로소득을 높이면 가계소득이 많이 높아지겠으나 근로소득을 높이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임금이 오르고 근로시간(고용률)이 유지된다면 물론 근로소득이 높아지겠지만, 만일 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이 일자리를 줄이거나 근로 시간을 줄인다면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동안 뒷걸음질 쳐 오고 있는 재산소득과 사업소득을 늘려 줄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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