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지역 주간지가 사설을 통해 자사의 전 스포츠 담당 편집장이 "기사 몇 편을 표절했으며 이들 표절 기사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발간됐다"면서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고백하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The Mad River Union誌는 판매부수가 3000에서 4000부 사이로 지난 6월 스포츠 분야 취재와 심층 보도 강화를 위해 릭 메이시라는 기자를 스포츠 담당 편집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한동안 그는 꽤 기대에 부응하는 기사를 써냈다.
그런데 사건이 발각되기 한두달 전 뭔가 상황이 달라졌다고 발행인 케빈 후버는 설명했다. 취재 결과가 더 이상 신통치 않았고 회사측이 배격하고 있던 실황중계 같은 기사만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10월21일 후버는 훔볼트주립대학교 경기 사진에 출처가 표기돼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는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검색해 본 결과 똑같은 사진이 게시돼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이 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된 다른 기사가 어떤지 좀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기사를 열어봤는데 후버는 큰 충격과 실망, 그리고 공포감을 맞봤다고 밝혔다. 자기 잡지에 게재된 기사가 대학측 기사를 '복사-붙여넣기'한 완전한 복제품인데다가 기자 이름만 메이시로 바꾼 것이었다. 물론 원래 출처와 기자 이름을 밝혔더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후버는 즉시 메이시의 모든 기사를 복사해 구글 문서로 붙여넣은 다음 "표절대제전"이라는 제목을 붙여 총편집장이자 공동발행인인 잭 더럼에게 보냈다.
더럼은 이날의 기억에 대해 "아주 당혹스럽고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믿을 수 없었다. 이런 보도자료는 누구라도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왜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표절하는 사람에게 급여를 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CJR은 지금까지 메이시에게 두 번 이메일을 보냈지만 지금까지 답장이 없었다.
결국 The Mad River Union誌는 단 나흘 만에 온ㆍ오프라인 모두 사설을 통해 자사 기자의 표절 내용을 시인하고 독자들에게 사과하는 글을 게재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에 따로 내부 감사 진행 상황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1176단어나 되는 칼럼으로 또 공개했다.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본지 전 스포츠 담당 편집장이 작성하고 발간한 기사 41건 가운데 31건은 어떤 표절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3건은 일부 내용이 다른 출처로부터 가져온 것으로 보이지만 형식을 거의 전적으로 바꾸어 다른 사람들로서는 원래 출처를 밝힐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7건은 명백한 표절 기사였고 41건과 비교하면 약 6분의1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들 기사는 상당 부분 다른 사람이 작성하고 저작자 이름을 표기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결국 메이시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경우입니다.
다른 사람이 작성한 정보를 표절해서 자기 이름을 붙인 다음 기사를 제출한 것은 전 편집장 본인이지만 그 기사를 신문에 인쇄해 수천부를 만들어 독자들 손에 들어가게 한 것은 바로 우리들 편집자들입니다. 그를 채용한 것은 우리들이며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들의 직무유기로 이런 일이 계속됐습니다.이런 고백을 한 뒤 독자들 반응에 대해 더람은 "우리 독자들은 매우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고 우리를 지지한다거나 심지어 칭찬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일을 그르친 것은 바로 우리들이었다"고 강조했다. "다 내 잘못이다. 그를 고용한 것도 나였고 기사를 편집하고 게재하도록 결정한 것도 나였다"고 그는 말했다.
이후 The Mad River Union誌는 메이시가 쓴 모든 글을 온라인판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PDF판에는 아직도 그의 기사가 남아 있다. 잡지사 측은 현재 이런 표절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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