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공유경제와 우버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재화를 공동으로 소비하거나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것을 뜻하는 광범위한 용어로서, 물품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대신 필요할 때 빌려 쓰는 것을 주된 개념으로 담고 있다.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이는 자원공급자가 될 수도 있고 자원소비자가 될 수도 있으며 두 역할을 모두 담당할 수도 있다.
공유경제는 자원을 가진 이(자원공급자)와 자원을 필요로 하는 이(자원소비자)를 연결함으로써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고, 이러한 거래 과정에서 양측 모두 이득을 보는 것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같은 모델을 성공적인 서비스로 구현해 큰 주목을 받은 기업이 잘 알려진 우버(Uber)다. 우버가 공유경제의 대명사가 됨에 따라, 공유경제가 확산되는 사회적 현상을 ‘우버화(Uberis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공유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는 승차공유(Ride Sharing) 분야를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승차공유를 이용하는 사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20년에는 승차공유를 이용하는 사용자 수가 5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승차공유 시장 규모는 약 59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승차공유 시장은 2018년에서 2022년까지 연평균 16.3% 성장하고, 2022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10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유경제는 공유할 수 있는 재화라면 무엇이든지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분야가 다양하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존재한다. 유명 IT 미디어인 테크크런치의 데이터베이스에 공유경제 카테고리로 등록된 주요 스타트업 개수만 살펴봐도 150여개에 달한다(2018년 8월말 기준).
지금까지 우버, 에어비앤비 등과 같은 유명 공유경제 기업들은 미디어를 통해 많이 소개된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서비스들을 위주로 주택, 차량, 소득 등의 분야에서의 공유경제 현황을 살펴보고 이슈와 시사점을 정리해본다.
(출처: www.zoom-mobility.com) |
II. 주목할 만한 공유경제 서비스들
전 세계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거비가 계속 상승함에 따라, 공유주택(Shared Housing)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의 기반을 둔 공유주택 스타트업 커먼리빙(Common Living)은 2015년 설립됐으며 ‘Common Living=공동생활’이라는 회사명과 정확히 일치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먼리빙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DC, 시애틀 등의 대도시에서 개인 침실과 함께 거실, 부엌, 공유 침실 등과 같은 공동생활 공간을 갖춘 주택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커먼리빙 서비스에 들어가서 원하는 도시, 이사 계획, 임대 기간, 예산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주택을 보여준다. 커먼리빙은 자사의 공유주택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기존의 원룸 임대에 비해 매월 500달러 이상을 절약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커먼리빙 주택의 개인 침실에는 유명 브랜드의 가구들이 완비되어 있고, 부엌에도 고급가전과 식기 등이 모두 갖춰져 있다. 대도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여 커먼리빙은 지원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매주 전문 팀이 공유 공간의 청소를 제공하며 조리도구, 그릇, 키친타올, 소금, 식용유, 비누 등과 같은 기본적인 필수품이나 소모품들을 채워 넣고 관리한다. 커먼리빙의 지원 팀은 고객의 유지보수 요청에 24시간 응대하며, 커먼리빙이 제공하는 다른 지역의 주택으로 이사하는 것도 지원한다.
특히 커먼리빙은 신속한 입주 지원과 함께 커뮤니티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커먼리빙 주택에 입주하면 커뮤니티에 참여해 전국의 커뮤니티 멤버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모든 주택에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어 이웃과 함께 공동 식사(potluck: 여러 사람이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서 나눠 먹는 식사)를 하거나 영화 관람, 북 클럽 모임 등을 할 수 있다. 커먼리빙은 2018년 8월말 기준, 총 634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의 공유주택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 커먼리빙 외에도 스타시티(Starcity), 루미(Roomi), 허브하우스(HubHaus), 홈쉐어(HomeShare)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업체는 공유주택이라는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각기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홈쉐어의 경우에는 공유주택에 입주하는 사람들을 성격(personality)에 따라 매치를 함으로써 입주자들이 화합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매터포트(Matterport)의 3D 및 VR 기술을 이용한 가상 투어를 제공해 마치 주택에 실제 방문해 살펴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국내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청년층의 주택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공유주택에 대한 관심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주(WOOZOO), 보더리스하우스, 바다, 플랜A, 동거동락, 잠자리 등 여러 업체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더리스하우스의 경우 입주자의 50%를 외국인으로 할당하고 있어,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히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홍콩의 스타트업 프리드롭(Freedrop)은 매장의 여유공간을 공유해 여행자의 수화물을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자는 수화물을 들고 다니지 않고 편하게 여행하려는 욕구가 있으므로, 수화물의 보관이 필요한 여행자는 프리드롭을 통해 수화물보관소를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다.
여유공간이 있는 상점이 프리드롭에 참여하면 공간 임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의 상점 방문을 유도해 상품 판매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프리드롭은 여유공간 공유와 상점 홍보가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으며, 2018년 9월초 기준으로 홍콩, 상하이, 대만에서 수화물보관소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소유한 승용차는 이용하는 시간보다 이용하지 않는 시간이 많으며, 대부분 주차장에 놓여있는 값비싼 자원이다. 이미 우버가 개인 차량으로 승객을 운송하는 우버X 서비스를 통해 사업을 크게 성장시킨 상태이지만, 자동차 관련 산업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틈새가 많기 때문에 우버의 성공 이후에도 차량을 기반으로 하는 공유경제 스타트업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호주의 스타트업 스프렌드(Splend)는 차량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우버 드라이버에 최적화시켰다. 스프렌드는 우버의 주요 렌탈 파트너로서 우버를 통해 승객을 운송하거나 우버잇츠를 통해 음식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차량을 임대하고, 그들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세차, 건강보험, 세금 및 회계, 해외 송금 할인 등의 각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스프렌드가 렌탈 차량으로 기아 스포티지를 강력 추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와 스프렌드는 2016년 6월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기본적으로 스프렌드의 차량 렌탈은 우버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용자가 더 이상 차량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빠르게 계약을 해지하고 차량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인 차량 이용과 사용자의 우버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프렌드는 차량을 렌탈한 사용자가 다른 우버 드라이버를 만나 수익 증대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정기적인 멤버 행사를 개최하며, 멤버 보상 프로그램으로 주유 상품권, 영화 티켓을 제공하거나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2011년 설립된 스냅카(SnappCar)는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지역을 기반으로 차량공유(Car Sharin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버X의 경우 개인이 차량을 이용해 타인을 운송하는 방식인 반면에, 스냅카는 이웃의 차량을 렌탈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스냅카는 차량 공급자와 차량 이용자를 연결해주고 알리안츠 보험사를 통해 보험을 제공한다.
스냅카는 기존의 전통적인 차량 렌탈 기업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30~50% 저렴하게 차량을 빌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냅카에는 2018년 9월초 기준, 1만 3천여 개 이상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으며 운행 중 문제가 발생하면 유럽 어디서든 스냅카의 지원 팀에 의해 24시간 365일 지원을 받거나 대체 차량을 제공받을 수 있다.
공유경제에서는 물리적 자원뿐만 아니라 개인의 미래 소득도 공유할 수 있다. 쉐어페이(SharePay.org)는 교육기관, 비영리 단체, 기업들로 하여금 사용자의 미래 소득을 기반으로 지불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거나 상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교육기관이 발레 배우기, 모바일 앱 만들기 등과 같은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쉐어페이를 도입하면, 수강생들은 수강료 결제 단계에서 쉐어페이를 선택해 자신의 미래 소득의 일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쉐어페이의 금융 조건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이를 선택한 사람은 등록 시 수강료를 지불할 필요없이 추후에 발생하는 소득의 일정 비율을 쉐어페이로 지불하면 된다. 이는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고, 또한 신용카드 할부 결제는 부채로 인식되는 반면에 쉐어페이는 미래에 발생할 소득을 공유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쉐어페이는 이를 ‘소득공유(Income Sharing)’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비영리 단체가 쉐어페이 기반의 프로그램을 만들면 이에 참여하는 사용자는 미래에 발생하는 소득의 일정 비율을 자동적으로 기부할 수 있게 된다. 쉐어페이 창업자는 교회가 십일조를 받는데 쉐어페이를 이용하면 신자들이 자동적으로 십일조를 내게 되어 교회 운영의 효율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이 결제 옵션에 쉐어페이를 삽입하게 되면, 이를 선택한 고객은 미래 소득의 일정 비율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이때 쉐어페이는 또 하나의 결제 옵션 내지는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볼 수 있다. 고객이 쉐어페이를 이용해 주문을 하면, 쉐어페이는 기업에게 먼저 비용을 지불하고 이후 고객으로부터 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불 받는다. 이때 쉐어페이는 신용카드사와 흡사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쉐어페이를 이용함으로써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결제 옵션을 제공하고 더 많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III. 공유경제의 이슈와 시사점
공유경제는 단지 산업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법제도,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로 인해 각 나라의 특성에 따라 활성화 수준과 향후 전망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공유경제는 기본적으로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단계로 이끄는 성격을 갖고 있는데, 기존의 법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아예 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만일 사업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관련 법제도의 미비로 인해 이해관계자들간의 갈등 유발 및 소비자 보호의 취약성이 존재하며, 기존의 전통적인 사업자들의 반발과 소비자 피해 등으로 인해 각종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유경제의 중요한 축인 승차공유의 경우 한국에서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강력히 막고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을 전망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서두에서 살펴본 승차공유 시장의 전 세계적인 성장에서 알 수 있듯이 승차공유는 막을 수 없는 대세다. 그런 관점에서 역동적으로 미래를 선도하고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승차공유는 마치 식물인간과 같은 존재가 되어 있는 상태다.
한국 시장에서 공유주택은 승차공유에 비해서는 형편이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 공유주택 시장은 미국,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공유주택 비즈니스는 주로 주거비가 비싸고 수요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단순히 주택을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자들간의 커뮤니티를 구축해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쉽게 입주하고 쉽게 이사를 갈 수 있다는 건 여행자로서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결혼을 기피하고 사람들이 점점 더 고독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단지 주거비 절감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공유주택은 잘 들어맞는다. 공유주택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유연하고 간편한 주거 모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쉐어페이의 ‘소득공유’ 모델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설령 쉐어페이가 사업에 실패를 하더라도 앞으로 소득공유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활용한 공유경제 스타트업들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공유경제의 중요한 시사점 중 하나는, 시장 선도 서비스 제공자들의 경우 단지 외형의 확장에만 치중하지 않고 ‘커뮤니티의 구축 및 참여자의 성공’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호주의 승차공유 스타트업 스프렌드는 MSR(Member Success Representative)이라는 전문가를 멤버마다 지정해 우버드라이버로 참여한 사람들이 우버에서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고 보다 높은 평가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코칭, 트레이닝, 멘토링을 제공한다. 또한 멤버 이벤트를 개최해 멤버들이 만나고 성공사례를 공유하도록 독려한다.
이와 같은 커뮤니티의 구축 및 참여자의 성공은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자원공급자가 활발히 활동하고 거래가 많이 이뤄져야 지속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또한 그러한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새로운 자원공급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몹시 중요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한정된 지면에서 방대한 공유경제의 모든 분야를 살펴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본 원고에서는 일부 주요 분야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공유경제는 진정한 혁신이며, 진정한 혁신은 파괴적 변화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변화와 충격이 두려워 거부하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과연 그러한 회피가 언제까지 가능할 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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