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4

(칼럼)-시장의 실패 vs 정부의 실패..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의 실패"

규제권을 가진 정책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때 흔히 내거는 이유다. "시장이 제 기능을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나선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지는 어떻게 판단하며, 얼마간의 기간에 판단하는지 기준은 없다. 혹시 집권자의 이념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인다고 시장이 실패했다고 선언하는 경우는 없을까?

설령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치자. 그럼 정부의 개입은 언제나 성공하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판단)의 실패 사례가 훨씬 많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실패는 정권이 바뀐 뒤에야 확연해지며, 그 때는 이미 책임을 물을 길도 없다. 게다가 정부의 실패는 그 피해가 다수의 유권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오랫동안 미친다.

오늘자 칼럼을 공유한다.

(이 칼럼은 저자의 개인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 (로이터) 유춘식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여덟 번째 주택가격 억제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의 주택가격 상승은 시장경제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런 시장의 실패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배경이다.

이번 대책이 지난 일곱 번의 대책, 그리고 이전 정부들의 수많은 대책 때처럼 가격 억제에 실패할지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가격 억제에 성공한다고 해도 경제 전체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무엇이며 경제주체들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과연 최근 주택가격 상승은 시장의 실패를 뜻하는지, 정부의 이런 개입이 시장기능 회복을 목표로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 시장의 실패

시장경제체제에서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은 자유의지에 의해 이루어진다. 일시적, 국지적으로 무질서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해 결국 자원의 합리적 배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즉, 시장의 실패가 명확한 경우 정부는 경제 전체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도록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시장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해야 하며, 시장을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시장경제체제를 포기하는 것이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은 분명 속도 면에서 비정상적으로 가파르다. 한두 달 사이 특정 아파트 가격이 몇억원 오르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시장의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런 가격 움직임이 결국 시장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서울의 전체 아파트 가격은 2006년을 정점으로 7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후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상황에서 정부의 잇따른 대책이 공급 전망을 어둡게 하고 수요를 강화한 것이다.

여기에 소득 증가와 소비자들의 주거 환경에 대한 욕구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은 소비활동에 중요한 요소다. 어느 선까지는 기본적인 욕구이며 그 이상은 허용할 수 없다는 식의 판단은 정부가 쉽게 내릴 수 없다.

▲ 정부의 실패

시장경제체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장의 실패 가능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 개입의 실패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가져올 피해는 더욱 크다.

1929년 10월 미국 주식시장 다우존스지수 폭락으로 촉발된 대공황은 시장경제체제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대공황이 10년 이상이라는 긴 기간, 전 세계로 확산한 배경에는 정책 당국의 잘못된 판단, 즉 정부의 실패가 큰 역할을 했다.

1929년 당시 다우존스지수는 11월 중반 반등을 시작하더니 1930년 3월까지 거의 30%나 상승하며 지속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이제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했고, 이후 제대로 된 대응에 실패했다. 대표적인 정부의 실패였다.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에 대해 논할 때도 정부의 실패가 자주 언급된다. 플라자 합의에 따른 급격한 엔화 절상과 막대한 자본 유입, 그리고 잇따른 자산가격 버블 형성과 붕괴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책당국의 오판과 대응 실패, 즉 정부의 실패가 위기 장기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의 실패는 크게 보면 그 자체가 시장경제체제의 본질적인 모습의 일부다. 시장경제체제를 포기하고 계획경제체제를 선택하지 않는 한 시장의 실패가 시장의 포기로 이어질 수는 없다.

(1990년 이후 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매년 12월 지수에 서울시 소비자물가지수 변화를 반영해 계산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990년부터 1998년까지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한 이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들어 2006년까지 8년간 꾸준히,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2014년까지 8년간 서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5년부터 아주 완만한 회복 시도를 하고 있던 차에 정부의 부동산 수요ㆍ공급 동시 억제 정책으로 최근 몇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기간을 보면 지난해까지 27년간 서울의 인플레이션 조정 아파트 매매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반면 인플레이션 조정 가계가처분소득은 크게 상승했다.)
(지역별 가계 순자산 변동을 보여주는 자료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전국의 가계 순자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 가계 순자산은 최근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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