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취업자 수 증가세 둔화는 15세 이상 인구 증가 둔화와 일부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직 등 일시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어서 위기라고 하기는 지나치다는 정부의 평가도 일리가 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브리핑에서 고용 부진에 대해 "인구 증가 폭 둔화, 경기적 측면에서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제조업 부진과 함께 경기 부진 영향에 따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취업자 수 감소, 중국 관광객 감소 영향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림어업 부문과 재정 투입에 의해 뒷받침된 공공행정 등을 빼고 보면 지난해 고용 상황은 위기 상황에 버금간다는 일부 평가가 과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정부가 부인하는 파격적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고스란히 나타난 부분을 감안하면 올해 추가로 큰 폭 인상된 최저임금 효과가 우려된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9만7천명 증가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만7천명 감소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이는 정부가 부랴부랴 하향 조정한 연간 목표치 10만명에 못 미치는 것이며 애초 2017년 말 설정했던 전망치 32만명의 1/3도 안 되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구직자는 늘어 실업률은 3.8%로 2017년(3.7%)보다 상승하며 2001년(4.0%)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3.8%라면 객관적으로는 아주 높지는 않다. 전 연령 고용률도 60.7%로 2017년의 60.8%보다 낮아졌지만, 기록적인 것은 아니다.
▲ 고용 지표 내용은 '처참'한 수준
그러나, 고용 지표 세부 내용은 실로 처참한 모습이다.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로이터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농림어업을 제외한 취업자 수는 지난해 3만6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그나마 재정 투입 영향을 받은 공공행정, 국방, 사회보장 행정, 보건, 사회복지 서비스 부문에서의 취업자가 17만7천명 증가한 것이 전체 지표를 떠받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선진국에서 눈여겨보는 비농림어업 취업자는 재정 효과를 제외하면 지난해 무려 14만1천명 감소해 2009년(39만5천명 감소) 이후 최악이었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종에서 취업자가 11만8천명 줄어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가 작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재 유진증권 팀장은 "정부가 공공근로를 통해 고용시장 부양에 나서겠지만 이같은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면서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일정 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직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기대를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월부터 16.4% 인상됐고 올해 1월부터 추가로 10.9% 인상됐다. 2년 사이에 30% 가까이 인상된 것이다. 게다가 주휴수당 반영 방법 등 각종 제도 변경으로 기업들이 부담하는 노동비용은 전례 없는 속도로 증가했다.
▲ 최저임금 인상의 위력
독립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한국의 고용 사정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며 이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로이터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글로벌 예측기관 전망치 중간값 2.7%와 정부의 2.6-2.7% 성장 목표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 활력을 높여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을 경제정책의 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으며 고용의 질적 측면은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평가와 정책 목표를 함께 놓고 보면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1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재정 지출을 10% 가까이 늘려 최대한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목표를 연중 1/3로 내려야 했던 지난해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데는 아직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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