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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국립외교안보연구원이 정리한 2019 국제정세

(※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볼 수 있는 『2019 국제정세전망』 책자가 발간됐다. 이 자료는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모든 연구진이 참여하여 각자의 개인적 통찰과 판단을 바탕으로 집필한 것이다. 여기서는 개관 부분만 소개한다. 책자 전문은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받아볼 수 있다.)

<목 차>
제Ⅰ장 | 2019 국제 정치·경제 개관
제Ⅱ장 | 한반도 정세 (1. 북한 2. 비핵·평화 프로세스와 남북관계 3. 남북 교류·협력)
제Ⅲ장 | 동북아 정세 (1. 동북아시아 2. 미국 3. 중국 4. 일본 5. 러시아)
제Ⅳ장 | 주요 지역 정세 (1. 동남아시아 2. 서남아시아 3. 유럽 4. 중동 5. 중앙아시아 6. 아프리카 7. 중남미)
제Ⅴ장 |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1. 국제 금융·통화 2. 국제 통상 3. 국제법 4. 기후변화 5. 난민)
부록 | 약어표, 2019년도 주요외교일정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2019년은 정체성의 정치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체성의 정치는 민족주의의 부활과 권위주의의 확산으로 이어지며 자유주의 질서를 침식하는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협력보다는 경쟁이, 질서보다는 혼란이 더 도드라지는 가운데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 양상은 국제질서의 기조를 이루며 각 지역 정세를 견인해갈 것으로 보인다.

정체성의 정치가 부활하고 있다. 난민의 증가, 테러 확산의 공포, 성장의 불균형 등 세계가 마주한 불안정 요소는 인류가 굳게 신봉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 협력과 제도로는 미증유의 공포를 막아내기 역부족이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배타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체성 단위의 결집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양한 위기와 도전 앞에서 국제사회는 통합과 협력 그리고 연대로 상징되는 자유주의 질서 대신, 국경을 높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정체성 정치는 자기가 속하는 정체성 집단의 이익,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존엄에 대한 인정을 정치적으로 표출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과거 국내 정치의 틀에 갇혀 있던 정체성의 정치는 냉전의 종식과 세계화,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벗어났고, 특히 세계 금융위기와 2015년 난민위기 이래 국제정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날 국제사회 정체성의 정치는 세 가지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하나는 자기 국가/민족의 배타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민족주의의 부상이고, 다른 하나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강대국들 간 경쟁을 의미하는 지정학적 갈등과 경쟁의 심화이다. 또한 국가/민족을 단위로 하는 집단 정체성 이외에도 인종, 종교, 종파, 종족, 젠더(gender) 등 본원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부족주의(tribalism)’*가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심지어 ‘악마화(demonizing)’하는 배타적 양상으로 세계 도처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권위주의와 스트롱맨의 부상은 배타적 정체성을 이용한 정체성 정치의 결과이자 증후인 동시에, 이를 더욱 증폭시키는 경향성을 띠고 있다.

* ‘부족주의’는 국가/민족 정체성 이외에 본원적 요소에 근거한 정체성의 정치를 포괄하는 의미임. Amy Chua, Political Tribes: Group Instinct and the Fate of Nations(New York: Penguin Press, 2018).

2019년은 배타적 정체성 정치의 세 가지 형태, 즉 민족주의와 부족주의 그리고 강대국 민족주의의 표현인 지정학적 경쟁이 세계 도처에서 표출되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자유주의와 글로벌리즘의 응전은 세계 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당분간 구심점과 응집력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 세계 질서: 지정학적 경쟁 심화와 민족주의·부족주의 발호

2019년 세계 질서의 큰 흐름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 기조 가운데, 세계 도처에서 부상하는 민족주의 및 부족주의가 강대국 경쟁과 결합하는 양상에 따라 지역 질서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고, 이는 양자주의와 지역주의가 다자주의를 침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은 경제, 군사 및 첨단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경쟁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과 ‘국방전략(NDS: National Defense Strategy)’ 보고서는 2001년 9.11 사태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테러리즘이 아닌 강대국 경쟁이 미국 국가안보의 최우선 순위임을 밝히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현상 변경 국가(revisionist power)’로 지목하고 미국의 경쟁자로 규정한 바 있다. 또한 2018년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연방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는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가 형성되었으나, 이미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 대응에는 초당적 합의가 존재한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역시 강대국 정체성, 중국식 발전 모델,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리더십 역할을 강조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가치와 국제사회 거버넌스 차원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미·중 간 경쟁은 여러 분야에서 포괄적인, 그러나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피하는 저강도 패권 경쟁의 양상을 보일 것이고, 이는 세계 질서에 피할 수 없는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말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무역전쟁 휴전 및 90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협상해나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며칠 만에 중국 화웨이(Huawei) 창업자의 딸이 체포되는 사건에서 드러나듯, 양국의 무역갈등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0년까지 비록 기복은 있되 점차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타결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9년에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일본, 영국과의 양자무역 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와 일본 역시 경제동반자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체결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양자주의와 지역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다자주의가 침식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안보·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점차 구체화시킬 것이다. 또한 남중국해상 ‘항행의 자유 작전(FONOP: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에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의 12해리 이내에 다국적 해군이 진입한다면, 동 해역에서 제한적인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미·중 양국의 지정학적 경쟁은 이미 사이버·우주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미국·서방과 중국·러시아를 두 축으로 한 진영 간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9년에는 유엔(UN: United Nations)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양측 간 신기술의 군사적 사용, 우주 안보 분야에 대한 거버넌스 논의에서 주도권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중국에 비하여 미국·서방과 러시아 간 경쟁 및 대립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양상을 보일 것이다. 2019년에는 미국의 주도로 중거리핵전력(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조약이 폐기되고 2021년 만료될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의 유효기간 연장 협상도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그리고 중국이 포함된 군비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럽에서 민족주의적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이 약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전통적 보수주의 및 반자유주의적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일부 극우 세력들이 극좌 정치세력과의 반자유주의 연대를 강화하는 ‘자연적 동맹(natural ally)’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경쟁 및 종파적 정체성의 대립과 갈등이 혼재하는 중동 지역에서는 고립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소극적, 선별적 개입 기조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정부의 적극적 중동 정책이 더욱 선명하게 대비될 것이다. 2019년 순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역내 패권에 대한 갈등과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며, 미국의 중재 역할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주도권 행사가 커질 것으로 예견된다.

2019년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파나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및 우루과이에서 대선이 실시되는 중남미에서는 좌·우 정권의 혼재 속에 좌파가 퇴조하고 우파가 득세하는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좌파의 상대적 퇴조와 함께 역내 국가들 간 중국 자본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면서 중국의 입지는 다소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미국으로서는 첨단산업의 전략적 광물 생산지인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면서 대중 견제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결국 2019년 세계 정세에 발현되는 배타적인 정체성의 정치로 인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은 냉전기에서와 같이 공고화된 두 진영 간 대립의 양상보다는, 상이한 정체성에 따라서 대립과 갈등이 여러 전선에서 복합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분산된 대립(scattered confrontations)’의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 동아시아 질서: 미·중 경쟁의 틈새에서 자구적 외교의 모색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라는 두 가지 지전략(geostrategy)으로 보다 구체화되고, ▲자유무역, 보호무역주의, 다자주의 등을 둘러싼 담론 전쟁이 심화될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에 대해서 일방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을 모색하는 외교로 분주한 2019년이 될 것이다.

미국은 중동 지역의 혼란과 러시아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가속화하는 중국의 도전을 견제하기 위해서 아시아에 전략적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인도·태평양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일본·인도·호주와의 ‘4자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를 점차 준(準)군사동맹체로 발전시키면서 중국의 해군력 강화를 견제하고자 할 것이다.

또한 2018년 ‘타이완 여행법(Taiwan Travel Act)’과 ‘2019년 국방수권법’ 발효에서 나타난 것처럼,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은 신장위구르 및 티베트 자치구에 관한 인권 문제와 더불어 중국에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과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됨으로써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미국 주도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을 전략적 이해로 공유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양국의 관계 긴밀화는 실용주의적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편의적 파트너십(partnership of convenience)’이라기보다는 반패권주의, 반미주의, 반자유주의라는 규범적 친화성에 근거한 ‘중요한 파트너십(partnership of consequence)’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2019년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경제 분야의 실질 협력을 중심으로 ‘경쟁에서 협력으로’의 국면 전환이 예상된다. 이미 2018년 일본과 중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협력적 파트너로서 경제 분야의 실질 협력을 강화한다는 점에 합의했다. 그리고 2019년에도 G20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주석의 방일 등을 기회로 삼아 정치·안보·역사 현안 관련 과도한 대결을 억제하고 실질 협력을 확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미·중 갈등의 심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압력으로 생긴 불안한 미·일 관계의 공백을 일부 상쇄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9년 발효될 일본과 EU의 EPA 역시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다변화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한·일 관계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 관련 현안 외에 북한에 대한 공조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여타 한·일 관계에서 분리하고자 하는 ‘투 트랙 접근’ 기조로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추구하겠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양국 관계는 정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도 한·중 관계는 빠른 회복보다는 시간을 둔 단계적인 개선이 나타날 전망이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 이슈가 여전히 양국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앙금으로 남아 있어 정치적·외교적 접근으로 단기간에 해소되기보다는 한·중 정부의 양자 관계 관리하에 회복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안착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중국은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견된다.

《2019년도 주요외교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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