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8월 2일,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정령 개정안을 결의했다. 지난 7월 1일 핵심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한지 한달 만의 결정이다.
따라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절차에 따라 3~4일 후인 8월 7일 일왕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공표하게 된다. 이후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8월 28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며 정식으로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일반 포괄허가에서 한국이 제외되면서 이제부터는 개별품목에 대한 수출심사를 받아야 하는 개별허가로 바뀐다(표3). 일본은 자국의 전략물자 수출품 총 1,120개를 민감품목(263개)과 비민감품목(857개)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이들 품목에 대해 일반포괄허가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개별허가를 받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수출규제가 한국에 대한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시간이 걸릴 뿐이다. 다만 실제 일본 수출통제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수입되는 소재 및 부품의 수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가 관세인상과 같은 가격을 통한 규제가 아니라 개별 수출허가를 통제하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도변경 초기에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기준 한국 소재부품의 수입규모는 1,772억달러로 그 중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소재부품은 288억달러로 전체 소재부품 수입의 16.3%이다. 그 중,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타이어 및 플라스틱 필름)이 43%로 가장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으며 비금속 광물제품(산업용 유리 등)과 정밀기기가 각각 26.5%, 24.4%로 일본에게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정부의 소재 및 부품의 수입대체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정책과 함께 기업들의 국내외 대체재 확보 등 공급체인의 변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당장 시행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국내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다.
2. 일본,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 이후 영향
이처럼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기로 하면서 수출 금지는 아니지만 기존 제도의 변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일본기업이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전자신청서 등을 제출하면 통상 1주일이면 허가가 이뤄졌고 3년간 유효했다<표 5>.
그러나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되면서 앞으로 일본기업들은 신청서류도 늘어나고 처리기간 역시 90일까지 걸리게 되면서 기업의 행정적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수출에 걸리는 시간을 포함, 행정규제가 복잡해지면서 수출통관 일정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가 갖는 영향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되더라도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화이트 리스트 제외의 영향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실제 오늘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화이트 리스트에서는 제외되었지만 특별일반 포괄허가는 여전히 적용대상이다. 일본의 포괄적 수출허가는 크게 5가지 종류로 구별된다<표 6>. 이 중 특별일반 포괄허가 대상은 화이트리스트에 속한 일반포괄허가 수준이어서 기업의 부담이 크지 않다.
특별일반 포괄허가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기업이 일본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수출관리내부규정(ICP:Internal compliance program) 인증을 획득하면 가능하다.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폴 등은 일본 화이트리스트 국가가 아니지만 I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을 통해 일본수입에 큰 불편함이 없다.
따라서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들인 JSR, Fuji Film, Sumitomo chemical, Shinetsu chemical 등은 이러한 ICP 인증을 이미 획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된다 하더라도 당장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지진 않는다. 일본 기업으로서도 한국이 주요한 고객인 만큼 이번 화이트 리스트 제외 이후 ICP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후 일본은 8월말에 포괄허가의 종류, 요건, 범위 등을 다루는 ‘포괄허가취급요령’ 개정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개정에서 어떤 제품과 기술들이 특별일반 포괄허가 대상에서 제외되는지에 따라 영향력의 범위와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 한국정부, 세제와 예산 그리고 금리인하까지 총력 대응
일본이 2차 수출규제를 해옴에 따라 한국정부도 수세적 방어에서 적극적 공세로 대응방식을 바꿀 것이다. 우선 화이트 리스트 제외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상응조치를 언급하면서 정부 대응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일본에 대한 맞대응이 정책대응의 기조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당장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제외에 따라 한국정부는 단기적인 세제 및 금융지원과 더불어 중장기 국산 소재부품장비 육성 정책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표 7>.
가장 중요한 것은 하반기 경기 흐름이다. 연초 이후 높아진 불확실성과 한일간 교역분쟁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한국의 성장률은 0.3~0.5%p 정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추경예산안이 통과되는 등 정부가 재정확대를 통해 성장률 하방 압력을 방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재정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재정정책과 더불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역시 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2% 초반의 경기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75bp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재정정책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추가 50bp 금리인하가 필요해 보인다. 일단 한국은행은 8월 3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25bp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경기흐름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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