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coinfomania.com) |
□ 블록체인(Blockchain) 및 암호화 기술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 등은 지급·결제 수단 및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어 그 개념 정립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등을 자산으로 인정하는 추세임
- 그동안 개별 국가와 가상자산거래소 등은 비트코인 등이 지급・결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어 이를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로 불렀으며,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가상자산・암호자산으로 명명하기도 하는 등 비트코인 등을 지칭하는 용어가 다양하였음
- 그러나 2018년 이후 G20은 비트코인 등을 금융상품과 같은 자산의 한 형태로 보고 이를 암호자산으로 명명하고 있으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이하 ‘FATF’) 또한 권고안 15에서 비트코인 등을 가상자산으로 지칭하고 있음
- 이 글에서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특정금융정보법」과 FATF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가상자산으로 용어를 통일하여 사용함
2. 일본 「자금결제법」 및 「금융상품거래법」의 체계
□ 「자금결제에 관한 법률」(「資金決済に関する法律」, 이하 ‘「자금결제법」’)은 자금의 송금 및 결제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법률로 자금결제 시스템의 안전성, 효율성, 편의성 향상을 그 목적으로 함
- 「자금결제법」은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지급결제 수단이 등장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2009.6월 제정되어 2010.4월 시행되었음
- 이 법률은 지급결제와 관련하여 선불식 지급수단(제2장), 자금 이동(제3장), 자금 청산(제4장)에 대한 규율을 담고 있으며, 2016년 개정으로 제3장의2에 가상자산에 관한 규정이 추가되었음
- 금융상품거래법은 공시제도(제2장), 금융상품거래 업자 등에 대한 규제(제3장), 금융상품거래소의 적절한 운영에 관한 규정(제5장), 금융상품 거래에 관한 규정(제6장)으로 구성되며, 2019년 가상자산에 금융상품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제3장, 제6장의3 등의 규정이 추가되었음
(1) 가상자산거래소의 파산과 이용자 피해 발생
□ 2014년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약 70%가 체결되던 대형 가상자산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 Gox)가 약 4억73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85만개를 도난당하여 이용자가 자신의 비트코인 등을 반환받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음
□ 이 사건을 계기로 향후 이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고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근거를 둔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이에 가상자산 거래 관련 규제를 위한 입법이 추진되었음
(2) 2016년 제1차 가상자산 규제 체계 정비
□ 일본은 2016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하여 가상자산을 법률상의 재산적 가치로 인정하였음
- 2016년 개정법에서는 가상자산을 가상통화(仮想通貨)로 명명하였으며, 이는 물품의 구입 등의 대가로 지급될 수 있으며, 구입 및 매각이 가능한 재산적 가치 등으로 정의됨
- 가상자산교환업, 즉 ①가상자산의 매매 또는 교환업, ② ①에 대한 매개· 중개·대리업, ③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의 금전 또는 가상통화 관리 업무(이하 ‘가상자산보관업’)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금융청에 등록해야 함(법 제63조의2, 제107조)
- 가상자산교환업자는 이용자에게 자신이 취급하는 가상자산과 국·내외 법화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관련 계약의 내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법 제63조의10)
- 또한 가상자산교환업자는 업무 수행과 관련한 정보의 누설·멸실·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이용자의 금전·가상자산을 자신의 동종 자산과 구별하여 관리하여야 함(법 제63조의8,제63조의11제1항)
□ 제1차 규제 체계 정비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일본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코인체크(Coincheck)에서 5억 3000달러 상당의 가상자산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는 일본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교환업자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하는 배경이 되었음
- 코인체크 사건을 계기로 일본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교환업자에게 회사의 시스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여 보고하게 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2018.3월 코인체크를 포함한 7개 가상자산교환업자에게 업무개선명령(業務改善命令) 등 행정처분을 내렸음
- 2018.12월에 발표된 일본 금융청의 「가상통화교환업 등에 관한 연구회(제11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가상화폐교환업자의 절반가량이 가상자산 마진거래(margin-trading)를 하고 있으며, 2017년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는 일본 가상자산 거래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가상자산 마진거래 등 파생상품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음
- 가상자산 마진거래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거래에 해당하는데, 기초자산인 가상자산의 가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 해당 거래가 투기를 조장하는 문제가 있어 이를 금지하자는 지적이 있었음
- 그러나 위 연구회는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가 이미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를 금지하기보다는 가상자산 마진거래 등을 금융상품거래의 한 유형으로 포섭하여 관리하고 이를 통해 이용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였음
4. 2019년 일본 「자금결제법」 및 「금융상품거래법」의 주요 개정 내용
(1) 「자금결제법」의 주요 개정 내용
□ 일본은 2019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의 법률상 명칭을 가상통화에서 암호자산(暗号資産)으로 변경함(법 제2조제5항)
□ 개정 전 「자금결제법」에서도 가상자산교환업자는 이용자 금전과 업자의 금전을 구분하여 관리할 의무를 부담하였으나, 그 방법이 명확히 법정되어 있지 않아 이용자 보호에 미비점이 있었음(법 제63조의11)
- 개정 법률에서는 가상자산교환업자에게 이용자의 금전을 신탁회사 등에 신탁하는 방법으로 보관하도록 하여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였음
- 일본 금융청의 법률 개정안에 대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개정 법률은 가상자산교환업자에게 해킹에 대비하여 이용자의 자산을 안정적인 방법으로 보관하게 하고(예: 콜드월렛) 가상자산 교환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그 예외(예: 핫월렛)를 인정한 것임
- 위의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가상자산교환업자는 고객의 인출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행보증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관리해야 함
- 가상자산교환업자에게 업무에 관한 광고 시 상호, 가상자산과 법적 성격 및 이용자의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항들을 표시하여 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의무를 부과함
- 또한 가상자산교환업무 관련 광고 시 허위 사실을 표시하거나, 가상자산의 성격을 오인하게 할 만한 표시를 금지하여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강화함
- 그동안 가상자산보관업자는 등록 의무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으나, 이번 법 개정으로 가상자산 보관업자가 해당 법률상 규제의 대상인 가상자산교환업자 정의에 포함되면서 법률상 규제의 대상이 되었음
□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규정하여 규제의 대상에 포함함(법 제2조제24항제3호의2)
- 일본은 그동안 가상자산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이해하였으나, 점차 가상자산 마진거래가 늘어나는 등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으로 매매되는 비중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이용자 피해 우려가 증가하자 가상자산에 대하여 다른 금융상품 거래 시 적용되는 금융규제를 적용하기로 함
- 가상자산의 매매 또는 가상자산 관련 파생상품 거래 시 부정한 수단 등의 사용, 거래와 관련한 중요 사실에 대한 허위 표시 및 표시 누락, 거래유인 목적의 허위 시세 활용과 같은 부정행위를 금지함
- 가상자산 등의 시세 변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한 거짓 소문 유포 및 위계·폭행·협박을 금지하였으며, 타인과 매도·매수 시기 및 가격을 미리 합의한 통정매매 등을 금지함
□ 201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해킹 및 시세조종으로 이용자가 경제적 손실을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임
-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7년 초~2019년 3월 사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해킹 사고로 인한 피해금액은 약 1,200억원가량으로 추산되며, 허위 계정을 동원하여 거래량을 늘리는 등 가상자산거래소에서의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사례 또한 발생하고 있어 가상자산 이용자의 경제적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임
- 2020.3월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해킹 사고 예방을 위해 정보보호관리체계(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 이하 ‘ISMS’)를 갖추도록 하는 등 이용자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규정을 일부 도입하였으나, 가상자산이 불법 유출된 경우 이용자 구제에 관한 사항, 시세조종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 방지를 위한 방안을 담은 구체적인 법령은 없는 상황임
- 가상자산사업자는 사업 수행을 위해 금융 당국에 신고 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신고의 수리 요건으로 해킹 등에 대비한 ISMS를 갖추었음을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서 인증 받도록 하고 있으나,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에서도 해킹 사고가 발생하는 등 ISMS 인증만으로는 이용자 피해를 완전히 예방할 수 없다는 평가가 있음
- 또한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시세조종에 대한 명확한 규제 근거가 없어 가상자산 이용자에 대한 사전적 보호가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 향후 해킹 및 시세조종으로부터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 일본 「자금결제법」과 같이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거래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콜드월렛과 같은 안전한 방법으로 관리하게 하고, 이행보증가상자산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여 이용자의 인출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음
- 또한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것은 가상자산을 공인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신중할 필요는 있지만, 적어도 시세 조종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 금지 규정을 우리 법령에 도입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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