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내용 공유)
(※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되고 있는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 대안으로 새로운 거시경제학 패러다임으로 강조되는 현대통화이론(현대화폐이론ㆍmodern monetary theory)이 제안되고 있음. 저금리 및 마이너스금리, 양적완화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무제한 양적완화정책에 해당하는 현대통화이론을 실험해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과도한 인플레이션 발생 및 실업률 상승 등 부작용 차단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선제적으로 전제될 수 있어야 함.)
■ 최근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되고 있는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 대안으로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을 제안하고 있음
- 일견 세련되고 체계적 이론으로까지 인식되는 현대통화이론은 주창자들에 의해 천문학에서의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거시경제학 패러다임으로 강조되고 있음
- 그러나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초래되고 있는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거의 전례 없을 정도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통화이론의 무비판적인 수용은 지극히 명료하고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
- 국제금융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에 따르면 금년 1~9월중 세계 부채(정부+기업) 규모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한 재정지출 및 금융지원 확대로 인해 작년 말 대비 15조 달러 증가하여, 금년 전체 세계 부채가 277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됨. 이에 따라 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부채 비율도 작년 말 320%에서 금년 말 365%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됨
■ 현대통화이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발권력 가동을 통해 정부에 아무런 차입 비용을 부과하지 않고 통화를 무제한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재정 악화를 고려하지 않고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을 때까지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주장됨
-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기본 개념이 갖는 무독창성(unoriginality)이나 진부함(banality)을 고려할 때 현대통화이론을 새로운 거시경제학 패러다임으로 인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음
- 무제한적 재정지출 확대 발상은 1940년대 기능적 재정(functional finance) 개념을 주창한 바 있는 아바 러너(Abba P. Lerner)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현대통화이론은 이에 고용보장 개념을 추가한 데 불과하다는 지적임
- 기능적 재정이란 정부가 조세나 국채 및 세출을 완전고용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이들의 효과적 편성에 의해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재정정책을 의미함. 아바 러너는 인플레이션에서는 흑자재정이, 디플레이션에서는 적자재정이 오히려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는 만큼 균형재정만이 반드시 건전재정은 아니라고 주장함
■ 수년 전 현대통화이론에 대한 책자(Modern Money Theory: A Primer on Macroeconomics for Sovereign Monetary Systems, 2012) 발간 당시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비난적인 발언을 쏟아냈음
- 그러나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 전 영국 노동당 당수 및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미국 상원 의원 등 다수 정치인들이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현대통화이론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가열됨
- 2015~2016년 및 2019~2020년 두 차례에 걸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 과정에서 대표적인 현대통화이론 주창자이자 관련 책자(The Deficit Myth: Modern Monetary Theory and the Birth of the People’s Economy) 저자인 스테파니 켈튼(Stephanie Kelton)이 버니 샌더스 대선 캠프 진영의 경제자문역을 맡았음.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당선자가 현대통화이론을 수용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현대통화이론은 민주당 내에서 상당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음
■ 정부의 재정지출에 대한 차입 비용이 거의 수반되지 않는 통화량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상관없이 정권 창출 정당은 실물경제와 고용여건의 최적화에만 초점을 맞춰 재정정책을 집행할 수 있음
- 그러나 이러한 재정지출을 위한 통화량 공급은 단기적으로만 가능할 뿐 일정 기간 내지 한도 이상 지속될 경우 과도한 인플레이션의 발생 및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 이상은 불가능해지고, 국민들은 실업률 상승 및 실질임금 감소 등 부작용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재정수지 개선을 위한 납세자의 과중한 의무가 부과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
■ 이와 관련하여 현대통화이론은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량을 축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음
- 그러나 이 역시 세금 인상과 관련된 합의 도출을 위한 정치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이 전제되어야하는 만큼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수 있음
■ 설령 세금 인상을 위한 정치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이 추가적인 문제점들이 노정될 수 있음
- 우선 어떤 인플레이션 수준에서 세금을 인상해야 하며, 이미 시행되고 있는 공공 프로젝트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한 해답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함
- 또한 정책입안자는 이미 임금 및 금리 등에 반영되어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성이 있음
- 이미 시작된 인플레이션 경로를 억제하거나 되돌리기 위해서는 1970년 말과 1980년 초 미국과 유럽 사례에서 경험한 것처럼 실업률 상승 등 막대한 경제적 비용 소요가 불가피해질 수 있음
- 게다가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경우 통화정책 수행을 통한 인플레이션 억제가 불가능해지는 경우 대규모 외자유출 발생으로 인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음
■ 미국 등 기축통화 국가의 경우에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할수록 인플레이션 안정화 효과가 높았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는 주요국에서 1990년대 전후 중앙은행 독립성이 헌법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배경으로 작용함
- 이와 달리 현대통화이론은 발권력 행사주체의 무게중심을 중앙은행에서 정부나 재무부로 옮겨가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위기사태 발생 시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존재함
■ 저금리 및 마이너스금리, 양적완화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무제한 양적완화정책에 해당하는 현대통화이론을 실험해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과도한 인플레이션 발생 및 실업률 상승 등 부작용 차단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선제적으로 전제될 수 있어야 함
- 무제한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한 안전장치와 관련해서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이나 통화정책에 대한 독립성 및 신뢰성 강화가 강조됨
* * * * *
▶ 조복현 교수가 《사회경제평론》에 발표한 "현대화폐이론(MMT)과 재정ㆍ통화정책(The Modern Monetary Theory and Fiscal and Monetary Policy)"라는 논문(51페이지) 링크도 공유한다 ⇒ 여기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