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레튼우즈 체제 출범 이후 대공황 수준의 장기 경제 침체가 한 번도 없었고 국지전 이외에 큰 전쟁이 없었던 덕분에 신흥국들은 과거 국가 부채 및 외환위기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나름대로 대비를 잘 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화부채나 기업 레버리지 등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지표들을 잘 활용하면서 거시경제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몇몇 신흥국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급락한 차입비용과 선진국 주도의 대대적 통화 확장기에 자국 통화 부채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일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자국 통화 부채는 국가적인 위기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과거 사례가 그렇다는 것이지 앞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신흥국 부채비율 급증 내역을 정리하고 취약국으로 보이는 나라들을 구분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 출처: www.brookings.edu) |
[현황] 신흥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이후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전고점 수준에 근접(`23년 2분기말, IIF 집계 주요 30개 신흥국 기준)
총부채 : `23년 2분기말 신흥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53.7%($100조)로 `22년말 대비 5.4%p(+$2조) 증가하며 이전 고점(`21.1Q254.6%)에 육박<그림1>
– 중국(+11.7%p), 말레이시아(+7.3%p), 베트남(+5.1%p), 인도(+4.9%p)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재정 여력이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증가
– 반면 칠레(-9.2%p), 콜롬비아(-7.9%p), 브라질(-7.1%p) 등 중남미 지역에서는 대체로 감소
주체별 : 금년 신흥국 부채 증가는 기업(103.7%, +2.9%p) 및 정부(66.7%, +1.4%p)가 주도<그림2>
– 코로나19 이후 부채 증가폭은 정부가 11.8%p로 압도적(기업 7.0%p, 가계 4.1%p, 금융기업 1.8%p)이었으나, 금년 들어서는 기업부채가 정부보다 두 배 이상 큰 증가폭을 기록
통화별 : 자국통화(244.3%, +6.3%p)를 중심으로 부채가 급증. 반면 외화표시 부채(24.0%, -0.3%p)는 소폭 감소<그림3>
–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외화표시 부채가 줄면서 22개국의 평균 GDP 대비 비율(GDP 가중평균)이 감소. 단, 전체 외화표시 부채의 절대규모($8.8조, +$286억)는여타 신흥국 주도로 소폭 증가
– 외화표시 부채 중에서는 달러화의 비중이 75.1%로 가장 크고 유로화는 16.7%, 기타 통화는 8.2%. 작년말 대비로는 달러화 비중이 0.3%p 줄어든 반면 유로화는 0.4%p 상승
[평가 및 시사점] 신흥국 부채가 국내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한 점은 과거 위기시에 비해 긍정적이나 신흥국 전반적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상환부담 가중 속 제한적 정책여력 등으로 경기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
부채 상환부담 가중 : 각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지연되면서 고금리·고환율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 일부 취약국 및 부실기업의 신용위험 증대 우려
– 더 많은 부채가 리파이낸싱되고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부채 이자비용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IIF)
– 서비스물가와 임금 등 근원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데다 산유국 감산 조치, 엘니뇨 여파 등으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상승 재개 가능성도 상존
–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와 연준의 매파적 기조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불안 우려 등으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화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 절하도 심화
– 신흥국통화지수는지난해-5.0% 하락한 데 이어 금년 -5.6% 추가 하락(9.25일 기준)
주요 취약 신흥국 : 외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
– 대외 취약성을 평가하는 유용한 지표 중 하나인 총외부자금조달요건(외환보유액 대비 경상 적자와 단기외채의 합)의 경우 튀르키예, 아르헨티나, 이집트 등이 취약<그림4>
– 이들 국가의 금년 통화 절하폭은 각각 -31.2%, -49.4%, -19.9%로 취약한 펀더멘털이 반영. 1년 이내 디폴트 확률도 각각 26.0%, 25.3%, 5.9%로 여타 주요 신흥국 대비 높은 수준(Bloomberg)
경기 하방압력 증대 : 과도한 부채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금융시장 불안정을 초래하며,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여력 부족 등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 하향될 가능성
– 주요IB들의 신흥국 성장률 전망치는 금년 3.9%, 내년 3.8%로 3개월 전에 비해 각각 0.2%p 하향조정
– 신흥국 총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지속 상회하여 부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우려도 점증
– `10~22년 총부채 증가율은 평균 10.0%로 동 기간 성장률 4.6%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 ‘부채 누적 → 채무부담 증대 → 내수 위축 → 소득 감소 → 채무부담 가중’의 악순환 형성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