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부 시절 도박 습관을 뿌리 뽑기 위한 과도할 정도의 정책 집행 덕분에 한국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도박 관행은 대체로 사라진 편이지만, 주식시장에서의 옵션 거래 등 이른바 제도권 안에서 한국인의 '투기적 거래' 선호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요즈음도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관련 잡음이 연일 보도될 정도로 뜨겁다. 그런데, 보험 사건의 발생 빈도나 심도에 따라 원금과 이자가 변동하는 금융상품인 보험연계증권(ILS) 제도에 관한 보고서가 나와 소개한다. 보험연구원에서 발간한 이 보고서(『세계 보험연계증권(ILS) 시장의 성장과 과제』)에 따르면 싱가포르나 홍콩 등은 이미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재보험 같은 상품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ILS 상품은 잘 몰랐던 분야여서 공유한다.
▣ 보험연계증권(Insurance-Linked Securities; ILS)은 보험사건의 발생 빈도 및 심도에 따라 원금과 이자가 변동하는 금융상품을 지칭하며, 보험 위험을 자본시장에 전가함으로써 재보험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함∙ 넓게 보면, ILS는 보험과 관계된 위험을 자본시장에 전가하는 모든 수단(채권, 파생상품, 재보험 계약 등)을 의미함∙ 손해보험 보험연계증권은 대재해채권(Cat bond), 산업손실보증(Industry Loss Warranties; ILW), 담보부재보험(Collateralized Reinsurance) 등이 대표적임
- 대재해채권은 특정 대재해(Catastrophe)가 발생할 경우 원금 전액 혹은 일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채권이며, 산업손실보증은 특정 산업의 손실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때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하는 계약임
- 담보부재보험은 미리 정의된 위험으로 인한 특정 보험계약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보장하는 계약으로 담보물이 제공된다는 점 외에는 전통적 재보험과 실질적으로 동일함
- 생명보험 보험연계증권은 장수채권(Longevity bond), 내재가치 유동화증권(Embedded value securitization), 극사망채권(Extreme mortality bond) 등이 대표적임
- 장수채권은 연금가입자가 기대 여명 이상으로 생존하는 위험(장수위험)을 자본시장에 전가시키는 유동화채권으로 특정 집단의 생존률이 지정된 수준보다 높을 때 투자자의 원금이 손실됨
- 내재가치 유동화증권은 보험회사의 장래이익을 현금화하는 증권이며, 극사망채권은 정해진 기간 동안 특정 인구의 사망률이 예상 사망률을 초과할 때 투자자의 원금이 손실됨
▣ 세계 ILS 시장은 자연재해 위험 보장 수요 및 분산투자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 발행 잔액은 420억 달러, 재보험 자본 중 ILS의 비중은 17%로 추정됨
- 2017년부터 연간 ILS 발행 금액은 줄곧 1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에 ILS 발행 잔액이 증가하는 추세임
- 투자자 입장에서 ILS는 주식, 채권의 수익률과 상관관계가 낮아 투자 포트폴리오 분산효과가 크다는 장점을 가짐
- 2023년 3월 세계의 전통적 재보험 자본은 전년 대비 230억 달러 증가한 5,050억 달러로 추정되며, ILS 자본은 1,000억 달러로 전체 재보험 자본(6,050억 달러)의 17%로 추정됨
▣ ILS 시장의 성장에 주목한 싱가포르와 홍콩은 ILS 시장의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ILS 발행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짧은 기간 동안 다수의 ILS 발행을 성사시킴
- 싱가포르는 2008년 ILS 발행을 위한 규정을 마련하였으며, 이후 ILS 발행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함
- 싱가포르 금융당국(MAS)은 2018년에 대재해채권 발행 비용의 100%를 2백만 싱가포르 달러까지 지원하는 ILS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였으며, 이 제도를 2025년 말까지 연장함
- MAS는 업계 주도의 작업반을 구성함으로써 ILS 관련 규제 및 세제 등에 대한 조언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음
- 이러한 노력으로 싱가포르에서 2019년 2월 첫 대재해채권이 발행된 이후 2022년 6월 말까지 총 18건의 ILS가 발행됨(<그림 3> 참조)
- 홍콩은 2020년 보험법을 개정하여 ILS 발행 제도를 마련하였으며, ILS 시장 활성화를 위하여 발행 건당 최대 1,200만 홍콩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함
- 이를 통해 홍콩에서 2021년 10월에 대재해채권이 최초로 발행되었으며, 2023년 3월에는 4번째 ILS가 발행됨
▣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까지 ILS 발행을 위한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데, 금융당국은 보험산업의 담보력, 경쟁력 및 경제 기여도 제고를 위해 ILS 제도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음
- 2014년 금융당국이 대재해채권 및 장수채권 도입 검토를 발표했지만, 이후 진전된 논의가 없음
- ILS는 보험회사 혹은 재보험회사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추가적인 위험자본을 제공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대규모 자연재해 위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위험을 자본시장에 효율적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 현재까지 발행된 ILS의 담보 위험은 주로 자연재해이지만, 금융보증(1.0%), 건강(1.9%), 운영위험(0.5%), 생명보험 내재가치(1.0%) 등도 있음6) - (재)보험회사가 ILS를 이용할 경우, 담보력 부족으로 인해 인수하지 못했던 위험의 인수가 가능할 수 있음
- 일부 국내 (재)보험회사는 ILS를 해외에서 발행한 경험이 있음7) ∙ 또한 국내에서 ILS 발행이 활성화된다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보험산업의 경제 기여도도 제고될 것으로 보임
- 주요국(영국, 버뮤다, 싱가포르 등)은 ILS를 발행하는 SPV(이하, ‘SPRV’)에 대한 설립 및 운영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함
- SPRV는 재보험회사의 성격을 가지면서 증권을 발행하는 SPV이므로 기존 규정만으로 ILS를 발행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임
- 보험회사의 고유업무, 자본시장법과의 중복 가능성, 납입자본금·인적기준・물적기준・지급여력기준 등을 검토할 필요도 있음
- ILS 발행 유치를 위해서는 주요국과 같이 SPRV에 대한 세제혜택과 보조금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