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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오피니언) ChatGPT가 내 일을 대신 한다면서요? 나는 뭘 하면 되죠?

ChatGPT의 뛰어난 기능에 관한 글이 많이 보인다. 개인적인 사용 소감이나 증권사 보고서에서 한국은행 연구 보고서까지 대체로 ChatGPT가 사무직 업무에 매우 능숙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과거 이런 저런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 이루어졌을 때 "앞으로 00년 뒤에는 00가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종류의 예언이 난무했지만, 그대로 실현된 적은 별로 없다. 물론 직능의 성격이 바뀌긴 했다. 

이와 관련한 블룸버그 오피니언 글이 있어 소개한다. 글쓴이는 생성형 AI가 어느 정도의 단순 업무를 대체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당 직능을 수행하는 모든 인력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내가 일했던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과거에는 정보 접근 자체가 모두에게 개방돼 있지 않았기에, 기자들은 정보를 온전히 취득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이 업무의 한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고 공공 부분의 정보 접근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면서 이런 정보 취득과 전달 기능은 기자 업무의 지극히 일부가 됐다. 그렇게 되면서 기자에게 요구되는 기능은 한 차원 높아졌고, 오늘날 기자들은 정보의 가치 판단, 시계열 분석, 향후 효과 등에 관한 올바른 지침을 제공하는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일자리 대체 전망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가 있다. 1980년대 후반 신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당시 컴퓨터라는 것이 한 두대 씩 설치되면서 이제 종이 업무가 사라지고 단순 업무를 하는 일자리는 없어지리라는 말이 돌았다. 그런데 컴퓨터가 설치되면서 보조 업무를 하던 분들은 컴퓨터 관리 대장을 손으로 기록해서 결제를 받아야 했고, 컴퓨터가 한 일도 일일이 인쇄해서 캐비닛에 보관하고 기록해야 했다. 결국 이들의 일자리는 '한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아래 번역에는 의역이나 축약이 포함돼 있다. 

(사진 출처: www.intelligenthq.com)

《AI 컨설턴트 시대》

어떤 제품 시장이나 어떤 상황의 회계 처리, 혹은 어떤 금융 상품의 과세에 대해 조사할 사람이 필요한 경우 ChatGPT에 질문하면 반드시 웬만한 실무자 수준의 그럴듯하고 직관적인 답변을 낮은 비용에 지치지 않고 찾아줄 것이다. 물론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 답을 찾아주겠지만, 가끔 틀린 답을 찾기도 한다. 

전문 금융 서비스 회사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애널리스트를 채용해 이런 과제를 주었는데 그 직원이 ChatGPT가 찾은 답을 제출한다면, 아마 꽤 '쓸모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친구 아주 똑똑해서 미래 이 회사를 경영하게 되겠군"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직원이라면 당장 업무 처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파트너 후보로 선택되리라는 보장은 하기 어렵다. ChatGPT에 많은 작업을 맡기면 자동으로 작업을 수행하기에 도움은 되겠지만, 책임자가 늘 명확한 지시를 내리고 작업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전문 서비스 회사의 직원을 채용하고 업무를 가르치는 과정과 관련해 앞의 설명은 어떤 의미를 띌까? 다음 상황을 생각해 보자:
  1. ChatGPT는 주니어 직원이 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리서치 작업을 할 수 있다.
  2. 경험 많고 해당 분야에 관한 세부 지식과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춘 시니어 파트너가 늘 ChatGPT를 감독하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렇다면, 시니어 파트너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로펌,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 투자은행 등에서는 업무가 대부분 도제식으로 처리되고 전수된다: 입사 직후 조사하고 허드렛일과 모델링을 하면서 일을 배우고,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과 지식, 판단력을 쌓아 결국에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후배들을 감독하는 시니어가 되는 절차를 밟는다. 그렇게 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허드렛일을 전부 ChatGPT에 맡기고 주니어 직원을 아예 두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비용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허드렛일을 하고 실무를 배울 주니어 인력이 없다면 시니어 자리를 채울 인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lol 당연히 ChatGPT가 그 자리를 맡으면 되지"라고 답할 수도 있다: 즉, 생성형 AI 모델들은 빠르게 숙련도를 높이고 있으며, 몇 년 후에는 법률, 컨설팅, 회계, 투자은행 업무에서 현재 가장 시니어 파트너가 하는 것보다 일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산업이 자동화될 것이라는 게 이렇게 답하는 사람의 논리다.

아니면 "주니어 직원을 고용해 ChatGPT에 질문을 입력하게 하고 거기서 나온 답을 보고하도록 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직원은 ChatGPT와 시니어로부터 충분히 학습해 회사를 책임지는 자리를 맡게 되지 않을까?" 아닌가? 약간 구식이지만, 아래 상황을 보자:
거대 컨설팅 회사와 로펌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주니어 직원이 일류 파트너로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하며, 이 기술은 일반적으로 입사 후 첫 몇 년간 하던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업무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KPMG에서는 이제 갓 졸업한 신입사원이 최소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직원만 할 수 있었던 세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는 주니어 직원들이 회의 문서를 준비하던 시간보다 고객 프레젠테이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맥팔레인스 로펌에서는 주니어 변호사들이 경험이 많은 동료들이 처리해야 했던 복잡한 계약서를 해석하고 있다. 
로펌인 브라이언케이브레이튼페이스너의 제프 에스트콧 혁신 및 실무 기술 글로벌 디렉터는 "이러한 문서 작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나름대로 맞지만, 2년 동안이나 그런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말한다. "아마 아닐 겁니다. 서너 번 해보면 익숙해지니까요." 
생성형 AI가 초기에 이런 실험적 기능 수행에 성공한다면, 하급 직원에게 수년간 지루한 일을 시킨 후 파트너로 승진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전문 서비스 회사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파트너라는 직책은 더 큰 고객 업무를 하게 될 것이며 그에 비례해서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될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될까? 지난 1890년대에 투자은행의 주니어 직원들은 깃털 펜과 주판을 사용해 EBITDA를 계산하느라 업무 시간을 모두 보냈었다. 어느날 엑셀이 발명되자 모두 "스프레드시트가 알아서 해주는데 애널리스트들이 파트너가 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어떻게 받겠나?"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투자은행 일자리와 수익은 크게 늘었고, 오늘날 투자은행가들은 주판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금융에 대해서는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내용을 고려하고 나면 "애널리스트나 직원이 할 수 있는 일은 ChatGPT가 다 할 수 있으니 22살짜리 이 주니어 직원을 이제 대고객 업무에 투입하자"라는 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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