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수단도 다르고 법정 목표도 다르고 관행도 서로 다르다. 한국의 경우만 해도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주목적으로 하면서도 '금융안정에 유의'하라고 법에 규정돼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역사도 짧고 빠른 성장 일변도를 걸었기에 '인플레이션 안정'의 의미를 '인플레이션 억제'의 의미로 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안정'이라는 말은 양방향 모두 해당한다. 즉, 변동폭이 크지 않아야 하며 적정 수준을 위든 아래든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이라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이 낮으면 좋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현대자본주의에서 인플레이션보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더 문제가 크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한편, 미국의 경우 통화정책의 목표는 '최대 고용, 물가 안정, 그리고 적정 장기금리'로 돼 있다. 한국과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다른 주요국도 통화정책의 목표는 '물가 안정'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가능한 높은 경제 성장을 추구한다. 물가를 '억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요인으로 급등한 인플레이션 억제에 모두 치중해 왔으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완전히 벗어난 상황에서 이제부터는 각국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국제금융센터에서 발간돼 소개한다.
주요 중앙은행, 각국의 경제 여건에 따라 통화정책 경로 차별화될 가능성
○ 지난 4년 동안 주요국의 통화정책은 동일한 움직임을 나타냈으나 향후에는 균열이 발생할 전망.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결정 시 글로벌 여건보다는 자국의 경제 상황을 좀 더 중요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 미국은 견조한 노동시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금리인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 유럽의 경우 하반기 경기침체를 겨우 피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이에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가 시작될 소지
○ 반면 일본의 경우 20년 이상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오히려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평가. 영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만 경기가 부진해 정책 결정이 까다로운 입장. 스위스와 뉴질랜드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연내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많은 편
○ 한편 채권시장에서는 1년 후 핵심 정책금리가 미국(-1.00%p), 유럽(-1.25%p)에서 하락하는 반면, 일본(+0.30%p)에서는 상승할 것으로 추정.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도 당분간 매파적 기조 유지할 것으로 관측(JPMorgan)
○ 각국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예상된다는 점은 국가별 경제 여건이 점차 통상적인 경우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 다만 기술, 에너지, 원자재 등 전세계 경제에 공통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각국의 통화정책은 장기적 측면에서 일정 수준 통일성도 나타낼 것으로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