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강력한 국가 주도의 중화학 공업 집중 투자와 범용 제품의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힘입어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 세대 만에 중진국 대열로 뛰어 올랐다. 이후 아시아 외환위기를 맞아 좌초 위기에 처했던 한국 경제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의 부활과 함께 반도체 산업의 중흥을 맞아 중진국 함정을 피해 다시 한 세대 만에 고소득국이 되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내수 시장 확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서비스업 발전이 요원한 가운데 반도체 산업도 세계적인 주도권 경쟁에서 처질 위험에 처했다.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산업 구조 속에서 시스템 반도체나 반도체 장비 등 분야에서의 발전 성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 현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입 구조 및 글로벌 위상 분석』)는 서론,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입 동향과 공급망,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위상, 결론 및 시사점 등의 순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용이 방대해서 본 블로그에서는 주요 부분만 발췌해 소개하고 보고서 전문을 볼 수 있는 링크를 맨 아래 공유한다. 세계 속의 한국 반도체 산업 위상을 잘 정리한 자료여서 한국 경제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 출처: businesskorea.co.kr) |
한국 반도체 산업 순위와 6대 분야별 비중
■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무역(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2,856억 3,700만 달러)이며, 글로벌 순위는 6위임(2022년 기준).
-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교역에서 1위는 중국으로 9,310억 400만 달러(20.11%)를 기록했으며, 2위는 홍콩으로 5,523억 9,100만 달러(11.9%), 3위는 대만으로 5,423억 400만 달러(11.7%)이며, 4위는 미국으로 3,731억 5,300만 달러(8.1%)를 차지함.
-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 구조는 매우 유사하나 한국의 반도체 산업 교역량은 대만의 52.7%에 불과함.
■ 반도체 산업 6대 분야 중 세계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40.8%)이며, 그 다음으로 재료 및 부분품이 29.4%, 메모리 반도체는 15.9%를 차지함(표 11 참고).
- 광개별소자의 경우 세계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9위를 기록하였으며, 1위는 중국 23.6%, 2위는 홍콩 15.6%, 3위는 싱가포르 8.1%를 차지, 대만은 5.4%로 6위임.
-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세계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3%로 4위를 차지하며, 1위는 중국 29.6%, 2위는 홍콩 16.6%, 3위는 대만 13.6%임.
-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한국의 비중은 4.9%로 글로벌 순위 6위이며, 1위는 중국 21.3%, 2위는 홍콩 19.0%, 3위는 대만 18.6%, 4위는 싱가포르로 10.5%를 차지함.
- 실리콘웨이퍼의 한국 비중은 9.3%로 글로벌 순위 4위이며, 1위는 중국 23.4%, 2위는 일본 15.0%, 3위는 대만으로 13.4%를 차지함.
- 반도체 제조장비의 한국 비중은 7.8%로 6위를 차지하며, 1위는 중국 14.6%, 2위는 미국 13.4%, 3위는 일본 9.9%, 4위는 대만으로 9.2%를 차지함.
- 재료 및 부분품의 세계무역에서 한국은 3.8%로 6위를 차지하며, 1위는 미국으로 11.9%, 2위는 중국으로 11.8%, 3위는 독일로 9.5%, 4위는 일본으로 5.6%, 대만은 7위로 3.3%를 차지함.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위상 하락
■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세계시장 내 위상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음.
- 한국의 대표적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 29.1%로 1위를 차지했으나 이후 2위로 밀려나 점유율이 지속 하락 추세이며, 2022년에는 18.91%로 2위를 기록함 (그림 8 참고).
- 반면 중국은 2019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27.2%로 1위를 차지했고 이후에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25.7%를 기록함.
- 이는 우리 기업들을 포함하여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시장에 공급되는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함.
- 중국의 경우 반도체 제조 생태계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을 위한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내 생산을 선호하는데, 향후 미국의 제재에도 이 추세가 지속될지가 관건임.
- 반도체 산업을 33개 업종으로 분류한 상태에서도 DRAM, Flash, MCP, SRAM 등 우리의 주력 생산 분야에서 중국의 대세계 수출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남.
- 반도체 생산 주요국들의 최근 5년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변화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 전 분야에서 하향 추세를 보이는 반면, 경쟁자인 대만은 대부분 분야에서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음.
- 반면 중국은 반도체와 ‘부품과 부분품’의 수출에서 2021년을 기점으로 꺾이고 있으나, 실리콘웨이퍼의 경우는 수출이 급격히 증가함(그림 8 참고).
- 대만과 중국은 반도체 산업 대부분에서 대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으나, 한국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우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경고등이 켜짐.
■ 한국의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중 DRAM, Flash 메모리, MCP 분야에서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높으나, 이 역시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원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
- 메모리 반도체의 국내제조 비중 감소는 미중 분쟁이 격화되는 현상황에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사안으로, 향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도 국내 제조역량을 높이고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한국의 역할과 기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음.
- 특히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군은 지속적으로 국내 생산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음.
- 시스템 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고 향후 시스템 반도체의 기술적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동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반조성에 힘써야 함.
중국시장 내 분야별·국별 점유율 변화
■ 한국 반도체 산업은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어 대만과 대조적인 현상을 보임.
-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8년 이후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대만의 점유율은 지속 상승하고 있음.
- 2022년 한국의 비중은 27.9%로 2위를 기록했으며, 홍콩은 37.2%로 1위를, 대만은 22.2%로 3위를 차지하였음.
-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대중 수출이 상당량 홍콩을 경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점유율 1위국은 한국으로 볼 수 있음.
- 대만의 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 증가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한국으로부터 수입된 메모리 반도체 상당 부분이 패키징 등 가공과정을 거쳐 중국으로 수출되는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됨.
- 2022년 대만산 메모리 반도체의 대중 수출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앞서 대만에서 가공된 메모리 반도체를 선제적으로 대량 수입한 것으로 판단됨.
- 시스템 반도체는 대만이 주생산지이나 상당량이 홍콩을 경유해서 중국으로 수출되며 홍콩이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7%, 대만은 37.5%이고, 한국은 4.9%로 4위임.
-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도 실질적인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는 대만이며, 2022년에는 동 점유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 역시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앞서 대만으로부터 대량 수입한 것으로 판단됨.
- 실리콘웨이퍼는 일본이 32.1%로 1위를, 대만과 한국이 각각 21.3%, 18.6%로 2위와 3위를 차지함.
- 중국시장에서 실리콘웨이퍼의 주공급자는 일본이며, 중국의 실리콘웨이퍼 생산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중국 내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음.
■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메모리 반도체를 구성하는 DRAM과 MCP 등 분야에서 높으며, 여타 분야에서는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과 유사한 경향을 보임.
- 반도체 제조장비는 일본이 23.7%로 1위를 차지하며, 싱가포르와 미국이 각각 17.4%와 14.4%를, 한국은 8.2%를 차지함.
- 반도체 제조장비의 최대 공급국은 일본이며, 2022년 이전까지 중국시장 내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였으나 2022년에는 그 비중이 하락함.
- 미국 역시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에서 중요한 공급자이나 2021년 이래 점유율이 하락하는 반면, 싱가포르와 대만은 2022년에도 상승하였음.
- 한국 반도체 제조장비 산업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으나 마스크 제작, 조립장비, 이온주입 장비, 웨이퍼 제조장비, 테스트 장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음.
- 재료 및 부분품은 일본이 15.2%, 한국이 13.8%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한국은 재료 및 부분품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과 한국 모기업 간의 기업 내 무역 특성이 반영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이 나타남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비교
■ 한국 반도체 산업은 대만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세계시장과 중국시장에서의 경쟁력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
- 한국은 광개별소자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낮게 나타난 반면 대만은 동 분야에서 무역특화지수가 0.5에 근접해 경쟁력이 높음.
-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한국의 무역특화지수가 0.5 이상을 유지하면서 높은 경쟁력을 보이나 하향추세에 있으며,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경쟁력이 낮았으나 최근 개선되는 추세임.
- 반도체 제조장비에서는 한국과 대만 모두 세계시장 내 경쟁력이 낮으며, 이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가 관건임.
- 시스템 반도체에서 한국과 대만의 경쟁력 격차가 크게 나타나며, 한국은 크게 개선의 추세가 나타나지 않으나 대만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매우 높아지고 있음.
- 실리콘웨이퍼에서는 한국과 대만 모두 경쟁력이 낮으나, 대만의 경쟁력 회복 추세가 더 강하게 나타남.
- 재료 및 부분품에서 한국과 대만 모두 경쟁력이 낮아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 분야에서의 자급력을 높이는 기술 혁신이 필요한 상황임.
- 중국시장 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별 경쟁력 비교에서도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추세와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한국 반도체 제조장비 산업의 중국 내 경쟁력은 매우 높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임.
-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도 중국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음.
결론 및 시사점(요약)
■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2018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제조기반 및 생태계 강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음.
■ 한국은 세계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수입시장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으나, 경쟁자인 대만은 상승세인 한편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영향력도 커지고 있음.
■ 국내 반도체 산업 제조공정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 조치들을 통해 국내 생산에서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미래반도체 초격차 확보 및 수출의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를 조기 조성함으로써 첨단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공고히 해야 함.
■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와 관련하여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군이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는 있으나, 핵심 품목의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품목의 경우 상시적 관리가 중요함.
■ 중국은 반도체 산업의 제조공장 및 소비시장으로서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이며, 미국의 대중제재 속에서도 중국과 합리적인 협력을 통해 우리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함.
▶ 보고서 전문 보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입 구조 및 글로벌 위상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