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이슈화하기 시작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과거 사례에서 축적한 정보에 따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한 덕분에 더 확산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태영건설 부실화로 다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건설원가도 크게 올랐고 주택 정책 역시 성패가 불투명해 미래 부동산 시황 전망이 쉽지 않아 PF 부실 우려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태영건설 부실화로 과연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관련 정보에서 가장 앞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관련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2024 KB 부동산 보고서』 중 "심층분석 리포트" 부분)는 PF대출 시장 현황부터 리스크 확대 가능성, 그리고 정부 정책 제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이 방대해 본 블로그에는 현황 부분을 축약해 소개하고 나머지 부분 위주로 공유한다. 보고서 전체를 볼 수 있는 링크는 이 글 맨 아래에 공유한다.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futurecash) |
PF대출 시장 현황
PF대출 잔액은 2020년 말 92.5조 원 수준이었으나 주택 경기 호황과 맞물려 가파르게 증가하여 2022년 말 130.3조 원에 이르렀다. 2023년 3분기 기준 금융권 PF대출 잔액은 134.3조 원으로 전년말 대비 4.0조 원 증가하였다. 최근 주택 경기 불황으로 신규 사업이 많지 않았음에도 PF대출 잔액이 감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PF대출 연체율은 2023년 3분기 2.4%로 2022년 말 1.2% 대비 2배 증가하였다. 하지만 과거 PF대출 연체율 고점인 2012년 말 대비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업권별 연체율을 보면 증권사가 13.9%로 가장 높으며, 다음으로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호금융 순이다.
금융위기 당시 PF대출 리스크 확대 과정을 고려하면 (중략)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1년 반에서 2년이 지난 후 PF대출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다.
PF대출 리스크 확대 가능성 점검
■ 유동화시장 성장으로 PF대출 시장이 확대되었으며, 구조는 지속적으로 변화
부동산 개발 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만큼 자금 조달 방식이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부동산 개발 사업의 자금 조달 방식은 크게 토지 매입 단계의 자체 자금, 인허가 단계의 브릿지론(Bridge Loan), 착공 단계의 본 PF로 구분된다.
본 PF의 경우 대출 채권 유동화가 이루지는 경우가 많으며, PF대출 유동화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해 활용하는 금융 수단으로 자산담보부 증권(ABS, Asset Backed Securities),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Asset Backed Company Paper), 자산담보부 단기사채(ABSTB, Asset Backed Short Term Bond) 등의 형태로 구분된다.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은 원활한 사업 진행과 자금 유입을 전제로 발행되나 인허가 및 토지 확보, 준공 및 분양 등의 과정에서 리스크 요인이 존재한다.
초기의 PF대출 유동화시장은 주로 ①시공사가 유동화 전문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 Special Purpose Company)의 기초자산인 PF대출에 대한 연대보증 또는 채무 인수 등의 신용 보강을 제공하는 구조 ②장기로 실행되는 본 PF에서 단기 유동화증권 차환 발행을 위해 은행이 별도의 유동성 및 신용 보강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인한 PF대출 부실 확대와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도입 등으로 시공사와 은행은 이전과 같이 적극적인 신용 보강주체로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다. 이러한 부동산 개발 금융시장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통해 증권사가 자신의 신용을 제공하는 유동화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가 명문화되면서 증권사의 참여가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시공사와 함께 PF대출 유동화시장에서 신용을 제공하는 양대 축으로 성장했다. 부동산 금융은 그 구조가 발전하면서 금융권과의 밀접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 PF 리스크,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
최근 부동산 PF 리스크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분양가 상한제 회피를 위한 주택 공급이 급증하면서 미분양 아파트 적체로 연결되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기 시작하였으며 2010년 이후 PF 부실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PF 부실 우려가 컸던 2023년에 오히려 미분양 아파트는 1만 호 감소하였다. 주택 경기가 더 악화되기 전에 분양을 마치려는 건설사의 밀어내기식 물량이 증가하면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진행에 문제가 생기면서 분양물량이 줄어들어 오히려 미분양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하는 상황은 건설사 입장에서 분명 긍정적인 요인이기는 하나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금리 부담이 큰 상황에서 사업 지연으로 인한 금융 부담은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PF ABCP와 PF ABSTB 발행률은 주택 공급이 감소한 2023년에도 여전히 높다. 이는 기존에 발행된 유동화채권이 상환되지 못하고 계속 유동화가 되면서 시장에 남아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주택 경기 침체, 금리 상승, 공사비 증가의 삼중고
2023년부터 금융비용 및 공사비 증가, 분양시장 위축 등이 지속되면서 건설사 영업이익은 올해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보면 2020년 7.3%까지 증가하였으나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급격하게 악화되었으며 2023년 이후 4% 내외로 낮아질 전망이다. 2023년부터 이어진 공급물량 축소의 영향으로 매출액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PF 리스크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침체가 사업비 증가와 맞물리면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주택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부실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다.
미분양 아파트는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으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여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건설 사업 호황과 불황을 구분하는 잣대이기는 하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건설사에 주는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2023년 12월 기준 1만 857호로 2022년 말 대비 3천 호가량 증가하였다.
사업장에 따라 원가 구조는 다를 수 있으나 최근은 금리 인상과 원자재가격 인상은 건설사에게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인협회에서 500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건설사의 76.4%가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3.25% 이하라고 응답했다. 현재의 기준금리에서 여유가 있는 기업은 17.7%에 불과한 셈이다.
또한 주택 경기 위축으로 분양가 인상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원자재가격 상승은 사업장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사업 진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설비용이 상승하면서 대두되는 사업 참여자 간 갈등이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급 공사의 경우 공사비가 증액될 수 있으며, 분양가 산정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PF시장 안정화를 위한 제언
■ 주택 경기 침체 시 부실은 불가피, 파급 효과 최소화에 주력할 필요
부동산시장은 불황기마다 주택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에서 리스크 증가가 반복적으로 발생되어 왔다. 특히 공급 측면 리스크는 수요 측면 리스크인 가계 부채 부실과는 달리 매번 현실화되었다. 사업 계획부터 착공, 준공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건설업 특성상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 발생은 불가피하다.
국내와 같이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주택시장의 주를 이루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경기 침체 시 PF 부실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최근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부실 사업장이 확대되면서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가 늦어지면 우량 사업장의 정상화 역시 지연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 PF 전환이 불가능한 브릿지론 등은 빠르게 정리하되, PF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정상화 가능 사업장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사업 주체와 사업과의 재무적 절연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태영건설 사례에서 보듯 사업장 부실이 시공사 부실로 직결되고, 시공사 부실이 다른 사업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 PF 리스크로 인한 과도한 주택 공급 위축에 대비할 필요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최근 주택시장은 PF 부실과 주택 공급 급감이 겹치면서 사업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본 PF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고 주택 공급이 급감하였다. 2023년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은 38.9만 호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25.5% 감소하였다. 이는 과거 10년 평균 대비 31.4% 감소한 수치다.
경기 침체기에 주택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신규 사업 급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주택 공급 급감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단순히 경기 침체 영향이 아니라 사업비 증가로 인해 비교적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장 역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급감은 주택 경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 신호를 주고, 우량 사업장을 지원하는 정책적 집중이 필요하다.
■ 시장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오히려 PF 부실을 키울 수 있어 현명한 대응이 필요
태영건설 사태 이후 건설사 연쇄 도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정 건설사가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건설 경기가 단기간에 반등하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부동산 금융 전반에 걸친 리스크가 태영건설 부도로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위기 당시 저축은행을 포함해 상당한 손실을 입었던 금융권 역시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오히려 자금을 경색시키고 PF 부실을 키울 수 있다. 시장이 과도하게 경직될 경우 우량한 사업장마저 사업진행이 어려워 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PF 시장의 리스크가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관련 사업자들 역시 지속가능한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거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국내 PF 사업 구조 상 개별 사업장의 부실이 건설사의 부실로, 그리고 건설사가 보유한 전 사업장, 관련 금융기관, 그리고 수분양자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현명한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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