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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지표가 받쳐주는데도 달러/원 환율이 안 떨어지는 이유

달러/원 환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후반에만 해도 올해 들어서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가 막을 내리고 완화적 기조로 전환할 것이며, 한국의 수출이 기저효과 등으로 반등할 것이어서 달러/원 환율이 점진적이나마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1분기도 끝난 현재까지 이런 전망은 현실로 되지 않았다. 지난 1분기에 달러/원 환율은 지난 연말 1288.0원에서 1347.2원으로 상승해 원화는 달러 대비 4.4% 절하됐으며, 4월 들어서도 하락 조짐은 아직 없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에서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외환시장 전망이 어려워진 이유: Open questions』)에서 저자는 기존 지표로는 원화 강세가 펼쳐져야 하는데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고,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세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이 보고서는 결론을 확정하지 않고 독자들이 이들 가설을 보며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는 요약 형태로 소개한다.

(사진 출처: money.cnn.com)

모든 여건은 원화 강세? 기존 공식이 안 맞고 있다!

외환시장 전망을 함에 있어 기존에 통했던 공식이 안 맞고 있다. 특히 달러/원 전망은 더욱 어려워, 경험이 독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래의 세 가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첫째, 수출이 증가 전환했음에도 이에 상응한 원화 강세가 부재하다. 2004~05년 국제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암묵적인 외환시장 개입으로 원화가 약세를 띠었던 사례를 제외하면 이례적이다. 지금은 약세 유도 개입을 하고 있지도 않다.

둘째, 61개 신흥국 달러표시 국채금리(가중평균)와 미 국채금리 간의 스프레드를 보여 주는 JPMorgan EMBI global spread와의 관계는 2023년부터 깨져 있다. 이 스프레드는 미국(선진국)으로부터 신흥국으로 자금유입을 나타내는 것으로 통상 금융시장 risk-on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되어 왔다.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명명(labeling)되거나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디커플링은 역시 이례적이다.

셋째,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고 있음에도 원화가 약세이다. 과거에 관계가 틀어졌던 시기는 2006~07년으로, 국내 증시 외국인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환헤지 목적의 단기차입 급증으로 이례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시현했던 구간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행태와 원화 강세가 장기간 동행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흐름은 이례적이다. 상관계수를 높이려면 6개월 시차를 두고 달러/원이 움직인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렇게 해도 상관계수는 0.439에서 0.526으로 올라가는 정도다. 통계적 유의성이 없으므로 “우기는” 것 밖에는 되지 못한다.

최근 20여년 간의 시계열 내에서 단기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기에 일시적이라고 해석하고 결국은 연내 원화 강세가 도래한다고 전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구조적 변화가 있는지, 외환시장 흐름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가 있는지 가설을 세우고 의심하며 점검해야 한다.

이하에서는 세 가지 가설을 세우고 각각의 “가능성”을 점검해 보았다. (이하 요약)

1) 달러화의 위상 강화: 앞서 주의환기 차원에서 달러/원을 예로 들어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달러화 결정 변수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가설로 보유 및 거래 통화로
서의 달러화 위상이 강화되었을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2) 미국의 전세계 투자수요 흡수: 최근 미국 증시가 호황을 지속하는 한편, 미국에 상장된 ETF가 자산배분의 형태로 자리매김하는 등 미국이 전세계 투자자금을 흡수하면서 달러화가 강해지고 있다는 의심도 해볼 수 있다. 

3) 경제전망과 정책 불확실성: 불확실성 확대가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를 자극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책 불확실성은 글로벌 금융위기(2007~09), 유럽 재정위기(2011~12), 미-중 무역분쟁(2018~19)과 코로나19(2020~)를 거치며 그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달러화 지수도 우상향 하는 흐름을 보인다. 불확실성이 낮았던 금융위기 이전 환경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주목할 점은 2018년의 미-중 무역분쟁 발발을 계기로 탈세계화 흐름이 가속화되었고, 2020년 코로나19 및 공급망 교란을 거치며 더욱 심화되었을 가능성이다. 또한 고려할 것은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다. 

어느 하나의 영향이 크고 작고를 주장하기 보다는 Open question의 관점에서 독자들께서 논의를 공감해 주셨으면 하는 취지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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