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는 한국은행이 매월 전국의 도시 가구 2,200여 세대를 대상으로 현재 및 미래의 경기와 생활형편 등의 항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다음 그 결과를 지수화한 것이다. 보통 기준선 100보다 큰 경우 긍정적 답변이 부정적 답변보다 많은 것이다. 이 소비자심리지수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의 여러 경제지표 가운데 비교적 실제 추세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지표다.
지난 5월 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는 104를 나타내 전달의 102보다 높아졌다. 물론 3월에 104였으니까 5월 지수가 이보다 높이 올라간 것은 아니고 4월에 주춤했다가 다시 3월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소비 동향은 아주 호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4분기에 민간소비가 전분기 대비 하락했지만 그 폭은 적었고, 또한 오랜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를 기록해왔던 터라 약세가 지속되기보다는 다시 증가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수준을 조사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동시에 발표한다. 5월 조사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2010년 6월에 2.9%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런데 2010년 6월을 제외하면 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007년 10월 이래 계속 3% 또는 그 위에 머물었다. 따라서 6월 조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또 다시 3% 아래에 머물 것인지가 관심사가 되겠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6월 조사에서도 3% 아래에 머문다면 이는 2007년 후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물론 2.9%라고 해도 여전히 실제 인플레이션율인 1%보다는 높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추세다. 즉, 이번 달에 내다 본 향후 1년간의 물가여건이 지난 달에 내다 본 것보다 약하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5월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1%였는데, 이는 1999년 9월 이후 14년 여만에 가장 낮은 것이고, 한국은행이 목표로 설정한 2.5% 내지 3.5% 범위의 하단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디플레이션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인접국 일본이15년 여 기간 동안 심각한 디플레이션에 빠져 고생했다는 것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인 것 같다. 디플레이션은 보통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오늘날 디플레이션은 물가 하락에 덧붙여 산출량의 저하, 실업의 증가 등 경제활동의 침체 또는 저하를 동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상태를 1-2개월 기록한다고 해서 이것만 보고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선언하기는 힘들 것이다. 경제의 전반적인 산출량이 저하하는지 그리고 실업 증가와 경제활동의 침체가 수반되는지의 여부도 함께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이는 정책당국에서 분명 크게 경계하고 그 추이와 파급효과 등을 잘 판단해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