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취한 완화정책은 사실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가장 나중에 취한 이른바 3차 양적완화정책을 축소하기 시작하는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고 세계 금융시장도 출렁인다. 미국 경제가 "긴급한 상황"은 통과했으니 정책 정상화를 시작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완전한 회복"이 요원하므로 아직은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만히 들어 보면 양측 의견이 다른 듯하면서도 사실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느 쪽 견해를 따르더라도 미국 경제, 그리고 세계 경제가 과거와 같은 활기를 찾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는 점은 서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성장률이 몇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든지 소비가 몇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든지 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도 동시에 아직 회복이 멀었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많은 언론 매체들은 주요 경제지표를 보도할 때 특정 기간 중의 증가율 위주로 접근한다. 즉 지난 3개월간 GDP가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했으면 경제성장률이 3%로 높게 나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절대량이다. 즉 지난 3개월간의 GDP 총액은 과거 추세와 비교해볼 때 얼마나 되는 것인지 등을 비교하는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는 미국과 일본이 성장을 주도하는 반면 같은 선진국이라도 유럽은 대부분 성장이 멈춘 상황이며, 거대 신흥국들은 성장은 둔화되고 있지만 성장률 자체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필자는 선진국들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도 동시에 아직 회복이 멀었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그래프를 몇 장 만들어 보았다. 설명은 각 그래프에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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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미국, G7 그리고 OECD 회원국 전체 분기별 산업생산 총액(계절조정 기준)을 2006년 연평균을 100으로 놓고 이후 추이를 살펴본 그래프다. 일본의 분기별 산업생산은 2008년 초반까지 서서히 확대되다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급락한 뒤 다소 회복했지만 여전히 2008년 초반 수준에 아주 못미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OECD 전체나 G7 전체 산업생산은 아주 느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역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은 신흥국인 만큼 위기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으나 최근에는 횡보세를 나타내고 있다. 역시 선진국들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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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수입액을 상호 편차를 줄이기 위해 1999년을 100으로 놓고 계산한 그래프다. 유럽과 미국이 수출국들에게 있어서는 주요 시장이므로 이들 두 지역을 비교해 보았다. 홍미로운 점은 미국에 비해 유럽연합27개국의 경우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수입을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과소비라고 표현할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미국과 비교해서는 확연하게 수입을 빠르게 늘린 것은 틀림없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회복하는 모습은 미국과 유럽 모두 비슷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유럽은 재정위기 여파로 2012년에 수입이 감소했다. 이것은 미국의 회복 소식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수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을 설명해 주는 한 가지 자료라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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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및 OECD 전체의 분기별 수입액(계절조정) 추이를 비교한 것이다. 역시 2006년 연간 분기평균을 100으로 놓고 이후 추이를 살펴본 것이다. 일본의 경우 수입액이 2011년 3분기부터 위기 이전 수준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이후 에너지와 복구 관련 수입이 급증한 것 때문으로 생각한다. 결국 일본의 수입액은 2012년부터 서서히 다시 감소하고 있다. 미국은 분기 수입액이 2011년 후반에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이후 증가하기보다는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OECD 유럽국과 OECD 전체 수입액은 역시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회복세가 2011년 중반부터 꺾여 여전히 아래 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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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연간 GDP(실질) 총액과 총고정자본형성 총액을 1982년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그래프다. 총 30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비교하는 것이어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추세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그래프를 보면 총고정자본형성액이 대체로 GDP와 비슷한 속도로 늘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GDP보다 빠르게 늘었으며 2006-2007년경 그 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이것만 보고 속단하기는 미흡하겠으나 역시 과잉투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금융위기로 인해 생산활동과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이렇게 오랜 동안의 과잉투자로 확보된 과잉설비 여파로 상당 기간 설비투자는 활기를 찾기 힘들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