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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도도새의 멸종과 "적응"의 양면성

도도새는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 서식했으나 1500년대 포르투갈 선원들이 이 무인도에 발을 들여놓은 뒤 150여 년뒤까지 멸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새의 멸종은 보통 두 가지 차원에서 중요한 사례로 언급된다. 첫째는 생태계의 일원인 인간의 탐욕이 또 다른 생물의 멸종까지 가져오게 했다는 측면이, 둘째는 생물의 "적응"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이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모리셔스 섬에는 도도새의 천적도 없었고 먹이도 풍부했다고 한다. 다만 더운 기후만이 도도새에게는 위험요소였다. 도도새에게는 하늘을 나는 능력이나 재빠른 몸놀림이 필요 없게 되었다. 결국 이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기능을 포기하고 그 대신 부채질할 만한 정도로 날개의 크기를 줄여 에너지 소비를 절약하는 "적응력"을 발휘했다.

하늘을 날 필요가 없으므로 도도새의 두 다리는 튼튼하나 둔해지고 몸집은 뚱뚱해져 땅에서 활동하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로 나름대로 주변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게 됐다. 그러나 인간이 발을 들여놓은 뒤 도도새는 인간의 사냥감이 되었지만 이미 인간을 피해 하늘을 날거나 재빠르게 몸을 피할 능력이 없었다. 또 사람들에 이어 원숭이나 다른 동물들도 이 섬에 들어오게 됐고 150여 년 뒤 결국 도도새는 멸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이야기는 많은 면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천적이 없는 가운데 오래 생활한 것때문에 도도새는 새로서의 기본적인 기능까지 포기한 채 "적응"이라는 이름 아래 무기력한 생명체로 전락했고 결국 멸종된 것이다. 물론 인간이 이 섬에 들어왔다는 점 때문에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예로 들기도 하지만 천적이 없는 환경에 적응한 도도새 자신들의 책임도 이야기의 소재가 되곤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오랫동안 천적이 없이 지낸 나머지 "적응"이라는 이름 아래 나태함에 빠져 아주 초보적인 도전이 닥쳐도 이를 극복하기 힘든 상태에 처한 조직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늘날 사람과 기업, 그리고 국가까지도 무한경쟁 상태에 처한 것을 동정하고, 경쟁을 무자비한 것으로 비난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경쟁이나 위협이 제거되면 과연 모든 사람이나 조직에게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미래가 보장되는 것일까?
(사진 출처: 한국기후ㆍ환경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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