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안 외신에서 일하는 동안 한국에서의 보도 관행과 관련해 계속 목격하면서도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 현상이 한 가지 있다. 신문과 방송 등의 보도에 대해 정부 부처는 그때 그때 보도해명이라는 자료를 발표하는 것이 그것이다. 심지어 어떤 부처 홈페이지에는 "보도해명"이라는 메뉴가 있기도 하다. 간혹 동일한 사실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나 단순한 착오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부 해명의 대상이 되는 기사는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경우, 정확하지 않거나 소식통 자격이 없는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 특정 정보를 잘못 해석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드는 의문은 두 가지다. 각 언론사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기사가 오보일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검증한 것일까 하는 점과, 정부의 해명대로 언론사가 기사를 정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과연 해명은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모든 기업활동은 최종 고객의 평가에 따라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할 것이다. 냉장고 제조사는 냉장고 사용자의 반응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은 물론 존립까지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학원 강사의 지위는 그가 제공하는 강의에 대한 수강생의 평가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각 언론사의 기사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이 가장 중요하고 또 그런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회사의 성쇄가 판가름나는 것이 궁극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기사의 경우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미리 환기시켜 결국 이를 포기하거나 변경하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어떤 기사는 오보나 과도한 해석이 분명하지만 "통쾌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통쾌하든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든 오보는 오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원래 기사나 해명 내용이나 그다지 중요한 사안이 아닌 경우도 많다.
이런 것이 한국적인 특수한 문화적 상황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오보에 대해 관대한 이런 분위기는 납득하기 힘들다.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내 상식으로는 이런 분명한 오보를 낸 기자에 대해 당해 부처는 경고를 하거나 어떤 불이익을 주어야 맞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이런 기자가 융숭한 대접을 받거나 사실상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소속 언론사 내부에서도 이런 기자에 대해 처벌이나 재발 방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