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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스크랩) 억만장자의 고백, 조지소로스 지음

(※ 한지영 님이 페이스북에 소개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지금껏 사람의 생각과 실제상황이 맺는 관계를 고정함으로써 인간 불확실성의 원리를 없애보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경제이론이 했던 시도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먼저 지식이 완전하다고 가정했고, 이 가정을 지탱하기가 어려워 더 왜곡된 가정을 내세웠습니다. 경제학은 마침내 합리적 기대이론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미래에 대한 최적 관점은 하나만 존재하며 모든 시장 참여자의 관점도 결국 이 관점으로 수렴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말 터무니없지만, 경제이론이 뉴턴 물리학과 같은 이론이 되려면 이런 주장을 해야 합니다"

- 억만장자의 고백, 조지소로스 지음, 이건 옮김 –

매년 수조원대의 연봉을 벌어왔으며, 2013년에는 5조90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금액을 집으로 가져간 조지소로스의 <억만장자의 고백>. 지난 수십 년간 주류경제학자리를 차지하면서 군림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그 자리를 내놓을 수 밖에 없게 된 신고전학파를 향해 따끔한 일침을 놓는 대목이다.

한발 더 나아가, 조지소로스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같은 잣대로 봐서는 안되며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분명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긴 하다. 허나 이를 무릅쓰고 그가 그렇게 주장했던 배경에는 자연과학을 천박하게 모방해서는 인간과 사회현상을 왜곡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개인적으로 이런 주장에 대해 상당부분 동의하는 데, 왜냐하면 자연과학은 어느 한 이론을 검증할 때 실험실에서 다양한 통제 조건에서 진행할 수 있는 반면 경제학 같은 사회과학은 유일한 실험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단 한 곳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심리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어느 한 경제이론의 모두 변수로 집어넣는 작업만큼 골치 아픈 일이 또 있을까. 뭐 이런 이유로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말도 안 되는 가설이 등장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늘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호모이코노미쿠스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지금도 가능하긴 할 것이다.

불행히도 이는 또 다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그럴 바에 차라리 지난 2번의 대형 위기가 우리에게 교훈을 남겨주었듯이, 세상사는 늘 불확실성에 둘러 쌓여 있고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때로는 비이성적인 감정에 휘둘린다는 점을 인지하며 그런 한계점을 다양한 학문과 경험들을 접하며 극복해가는 게 올바른 삶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가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게 아이러니하고 뭔가 딴맘을 먹고있는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느껴질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총아이자 헤지펀드계의 대부, 그리고 영란은행을 붕괴시킨 전설을 보유한 그가 아니었나.

더욱이 한때 탐욕의 노예라고 비난을 받을 정도로 막대한 돈을 벌만큼 벌고 나서야 그제서 철학가이자 자선가로 탈바꿈하여 자신의 인생철학을 설파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달가워하지 않을 이들이 4열종대 연병장 세바퀴 정도는 존재할 듯하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궤적 중 최소한 몇 가지 정도는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먼저, 인간사는 언제나 불확실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만들어낸 재귀성이론을 토대로 시장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그것도 대부분의 수익을 법의 틀 안에서 거두었다. 물론 헤지펀드의 특성상 투명성이 좀 떨어진다는 한계점은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다양한 견해와 비판이 수용되며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 “열린 사회”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끝으로 한 줄 소감 더 추가. 200페이지 분량의 짧은 내용의 책인데, 소로스가 구사하는 언어들이 다분히 철학적인 측면이 있어서 인지 결코 책 속에 담긴 내용은 만만한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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