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斷想) 시간을 절약하라는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라던 모모

해도 너무 한다 싶을 만큼 소위 말하는 명작 고전이나 인기 있는 책을 거의 읽지 않은 것을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양 떠벌이고 다니지만 간혹 우연히 읽게 된 책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작품이 몇 있기는 하다. 독일 작가 미카엘 엔데가 쓴 『모모』가 그 중 하나로, "시간"에 대한 작가의 번득이는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시간을 절약하면 마치 더 많은 일을 하고 결국 더 많은 것을 성취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시간을 절약하면서 바쁘게 살 수록 할 일만 점점 많아지고 삶은 피폐해지고 만다는 주장을 한 것이 떠오른다. 그 이유로 작품에서 모모는 "시간 도둑들이 우리가 절약한 시간을 써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은 물론 동화적 구성에 들어맞게 하고 아이들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지만 엔데의 뛰어난 통찰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영문판 원문과 간단한 의역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다:
"Calendars and clocks exist to measure time, but that signifies little because we all know that an hour can seem as eternity or pass in a flash, according to how we spend it. (달력과 시계는 시간을 재려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냐. 시간이란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고 한 순간에 지나갈 수도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말이야.)"
"People never seemed to notice that, by saving time, they were losing something else. No one cared to admit that life was becoming ever poorer, bleaker and more monotonous. (시간을 절약할 수록 우리는 다른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생각해 보면 시간을 절약하려 할 수록 우리 삶은 더욱 궁핍해지고 황량해지고 단조로와진다는 것을 쉽게 알텐데 말이야.)"
나는 사실 스무살 무렵부터 주변 친구나 후배들에게 줄곧 같은 말을 해 왔다. 즉, 우리가 보통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할 때의 그 순간이 바로 위에 말한 "한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는 순간인 것이다. 본인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 시간 길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나 생각을 한 것이다. 우리가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다. 결국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절대 시간을 아끼지 말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 나와 있는 명작 책을 모두 읽어낸다고 해서 모두가 뛰어난 사상가나 통찰력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책을 한 권을 읽더라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집중하고 읽고, 그런 다음에도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읽은 것에 대해 의문점이 남지 않을 때까지 생각을 한 끝에 자신만의 이론과 사상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뛰어난 통찰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 아이에게 학교도 가지 말고 좋아하는 것만 하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사상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설명할 줄 알려면 최소한의 기술은 습득해야 하고, 또 자신의 설명을 들어줄 정도의 위치에는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책을 다 읽을 기세로 무작정 읽는 것보다는 읽기 못지 않게 생각하는 데도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요즘 간혹 만나는 젊은이들 가운데 이런 저런 용어나 이론 그리고 그 용어나 이론을 만들어 낸 학자의 이름은 잔뜩 주워섬기면서도 정작 본인의 생각, 본인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으면 잘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지식 꾸러미를 창고에 쌓아두었을 뿐 한 번도 꾸러미를 열어보고 감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처럼 책을 읽지는 않고 생각만 너무 많이 하는 것은 권할 생각은 없다.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KoreaViews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암호화페 AI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미국 인구 한은 에너지 인공지능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논평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