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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시간을 절약하라는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라던 모모

해도 너무 한다 싶을 만큼 소위 말하는 명작 고전이나 인기 있는 책을 거의 읽지 않은 것을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양 떠벌이고 다니지만 간혹 우연히 읽게 된 책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작품이 몇 있기는 하다. 독일 작가 미카엘 엔데가 쓴 『모모』가 그 중 하나로, "시간"에 대한 작가의 번득이는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시간을 절약하면 마치 더 많은 일을 하고 결국 더 많은 것을 성취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시간을 절약하면서 바쁘게 살 수록 할 일만 점점 많아지고 삶은 피폐해지고 만다는 주장을 한 것이 떠오른다. 그 이유로 작품에서 모모는 "시간 도둑들이 우리가 절약한 시간을 써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은 물론 동화적 구성에 들어맞게 하고 아이들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지만 엔데의 뛰어난 통찰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영문판 원문과 간단한 의역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다:
"Calendars and clocks exist to measure time, but that signifies little because we all know that an hour can seem as eternity or pass in a flash, according to how we spend it. (달력과 시계는 시간을 재려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게 아냐. 시간이란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고 한 순간에 지나갈 수도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말이야.)"
"People never seemed to notice that, by saving time, they were losing something else. No one cared to admit that life was becoming ever poorer, bleaker and more monotonous. (시간을 절약할 수록 우리는 다른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생각해 보면 시간을 절약하려 할 수록 우리 삶은 더욱 궁핍해지고 황량해지고 단조로와진다는 것을 쉽게 알텐데 말이야.)"
나는 사실 스무살 무렵부터 주변 친구나 후배들에게 줄곧 같은 말을 해 왔다. 즉, 우리가 보통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할 때의 그 순간이 바로 위에 말한 "한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는 순간인 것이다. 본인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 시간 길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나 생각을 한 것이다. 우리가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다. 결국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절대 시간을 아끼지 말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 나와 있는 명작 책을 모두 읽어낸다고 해서 모두가 뛰어난 사상가나 통찰력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책을 한 권을 읽더라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집중하고 읽고, 그런 다음에도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읽은 것에 대해 의문점이 남지 않을 때까지 생각을 한 끝에 자신만의 이론과 사상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뛰어난 통찰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 아이에게 학교도 가지 말고 좋아하는 것만 하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사상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설명할 줄 알려면 최소한의 기술은 습득해야 하고, 또 자신의 설명을 들어줄 정도의 위치에는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책을 다 읽을 기세로 무작정 읽는 것보다는 읽기 못지 않게 생각하는 데도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요즘 간혹 만나는 젊은이들 가운데 이런 저런 용어나 이론 그리고 그 용어나 이론을 만들어 낸 학자의 이름은 잔뜩 주워섬기면서도 정작 본인의 생각, 본인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으면 잘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지식 꾸러미를 창고에 쌓아두었을 뿐 한 번도 꾸러미를 열어보고 감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처럼 책을 읽지는 않고 생각만 너무 많이 하는 것은 권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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