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견입니다)
작년 5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많아졌다. 대부분의 글에 대해 "잘 봤다"거나 아무 반등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 문제에 대한 글에는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반응이 뜨거울 뿐만 아니라 가끔은 엉뚱한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기까지 한다.
작년 5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많아졌다. 대부분의 글에 대해 "잘 봤다"거나 아무 반등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 문제에 대한 글에는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반응이 뜨거울 뿐만 아니라 가끔은 엉뚱한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기까지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주택시장에 대한 문제, 특히 주택 가격이 싼지 아닌지 그리고 앞으로 더 떨어지는 것이 맞는지의 여부에 대해 생각을 밝히는 경우 특히 다양한 반응이 뜨겁게 제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주택 가격 통계를 다른 경제 통계와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누구나 결국 주택에 살고 있고 부모나 본인 스스로 주택을 매매 또는 임대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주택"이라는 말이 나오면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처럼 10번 이상 이사를 다니고 매매도 몇 차례 해 본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의 소지가 있다. 대부분의 상품과 달리 주택은 유형자산이면서도 사실은 쉽게 표준화할 수 없는 대상이다.
실례로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바로 옆 단지보다 무려 30% 정도 싸다. 대중교통은 물론 객관적인 여건은 모두 거의 같다. 차이가 있다면 옆 단지 아파트는 조금 더 잘 알려진 브랜드이고 우리 단지가 경사지인 것과는 달리 평지에 있다는 것 정도다. 우리 단지 사람들은 물론 이러한 가격 차이가 불쾌하지만 옆 단지 사람들은 별로 문제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주택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학문적으로 납득할 만한 기준에 따라 전국 단위 혹은 대도시 단위로 주택가격을 측정하고 분석해 공인된 기관이 정기적으로 그 추이를 발표한다. 따라서 이 때 공식 통계상 말하는 주택과 내 경험상 알고 있는 주택은 대상 자체가 다른 것이며 그 의미도 다르다. 즉 경제통계로서의 주택가격을 얘기할 때 내 집 가격 문제와 혼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비슷한 두 회사의 주가가 하나는 오르고 다른 하나는 내리는 경우 여기에 대해서 이를 분석해 미래에 적응(투자)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두 회사 주가가 달리 움직인다고 해서 거래소에 항의하거나 개별 회사에 매번 해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팔고 사는 사람의 판단이 결국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주택시장 얘기가 나올 때 목격하는 또 한가지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주거와 주택을 구분하지 않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모든 국민은 적절한 주거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주택을 소유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어떤 이는 주택 소유를 필수로 생각할 지 모르지만 모두가 그렇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택가격이 떨어졌다는데 많은 저소득층은 아직도 내집 마련이 어렵다"는 말은 정치적으로는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이 말에는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 없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주택 소유를 최우선 목표로 할 필요도 없고 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주택 소유를 "필수 사항"으로 여기지도 않고 있다.
아마 "주거"와 "주택"의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의식주라고 할 때 "주(住)"는 주택이라는 상품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주거를 뜻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고소득자라고 해서 모두 값비싼 주택을 구매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또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반대로 저소득자라고 모두 능력이 안 돼서 주택을 구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말을 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통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이 어떤 통계 용어가 주는 잘못된 느낌만을 바탕으로 논의를 엉뚱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위험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양극화"를 얘기할 때는 사실 "격차의 확대"를 말하는 것이지 "차별성" 자체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에 차별은 불가피하다. 즉 격차 확대를 논하는 부분에서 격차 자체를 문제삼으려 한다면 논의는 진행되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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