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31

(斷想) 숫자 10개로 이루어지는 경제지표, 일단 잘 알고 말하자

지난 7-8년간 매주 월요일 아침 KBS 라디오 프로그램 중 약 7분간 경제 관련 코너를 맡아 생방송으로 참여해 왔는데 방송사 측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해 나로서는 오늘 마지막 방송을 했다. 진행자도 아니고 잠깐씩 참여했던 터라 별다른 느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방송을 준비하다 보니 지금까지 겪었던 이런 저런 일들이 떠오르면서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마지막 방송이어서 끝에 청취자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을 준비했는데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다 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 대신 방송용으로 준비한 말을 조금 다듬어 이 블로그에 소개하기로 한다. 내 코너는 한 주간 발표 예정인 주요 경제지표와 관련 행사 일정을 소개하고 그 가운데 눈여겨 볼 만한 것들을 조금 상세히 그 의미와 맥락 등을 덧붙여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방송을 하는 한편 틈틈이 이런 저런 자리에서 경제 관련 강연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경제지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냉소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점과 함께 그런 냉소적인 자세를 비판적인 자세와 혼동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로 확인되기 전까지 어떤 현상에 대해 그 진위와 혹시 있을 지 모를 왜곡에 대해 경계하는 자세를 "비판적"이라 한다면, 특정 현상이나 대상에 대해서는 무조건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을 "냉소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과잉 속에 참 정보와 거짓 정보의 구분이 점점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만큼 어떤 정보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갖고 철저히 그 진위와 함께 올바른 맥락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백번 말해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어느 부처가 발표하는 것은 무조건 안 들으려 한다거나, 근거를 확실히 제시하지 않거나 그럴 의지도 없는 가운데 어떤 지표는 무조건 왜곡됐을 것이라고 말하는 냉소적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 경제지표는 무언가를 숫자로 대신 나타낸 것일 뿐

물론 모든 경제지표가 달걀 한 줄을 세듯 명쾌하게 실제 현상을 정확하게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이미 1300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했고 경제활동도 복잡해 져 경제지표 가운데 일부는 그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법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나는 경제지표를 대할 때는 마치 우리 몸을 검사한 뒤 그 상태를 이런 저런 숫자로 나타내 주는 검진표를 받아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가 검진 뒤 받아보는 결과표에 나타나 있는 숫자는 각각 그 자체로는 큰 의미도 없을 뿐더러 사람마다 같은 숫자가 다른 의미를 띄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혈압을 나타내는 수치의 경우 저혈압 여부가 걱정인 사람은 수치가 높으면 기뻐하겠지만 고혈압 걱정을 하는 사람은 큰 시름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제지표도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다른 지표와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등을 참조해서 이해해야 한다.

한편 간혹 특정 경제지표가 의외로 좋게 집계돼 발표될 경우 일부에서 지표가 엉터리라고 하거나 심지어 조작됐다고까지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는 마치 자신이 분명히 저혈압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다가 실제 혈압 수치가 그와 다르게 나타났을 때 이를 부인하며 혈압계가 고장이라느니 병원에서 수치를 조작했다느니 하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규모의 국가가 공식 통계를 조작할 만한 유인은 상상하기 힘들며, 나아가 경제통계는 언제나 무언가와의 비교나 추세 파악을 통해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항상 모든 경제지표와 정부 발표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가할 태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본적인 이해는 갖출 필요가 있다. 냉소적 습관을 비판적 자세라고 착각하는 일도 없어야 하겠다.

▶ 같은 숫자라도 뜻은 제각각

한편, 처음 경제 기자가 됐을 때 받은 교육 내용 중 숫자로 나타내 진 경제지표의 종류를 그 특성상 서로 다른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당장 떠오르는 대로 다음 여덟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설명을 들으면 누구나 다음 경제지표들이 그 속성상 각각 서로 어떻게 다른지 쉽게 알 수 있고 다시는 혼동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데 대략 기억나는 것들만 정리한 것임.)

1. 단위가 덧붙여진 실제 측량된 수치
=> 한국의 1년간 수출액은 5000억달러가 넘는다.

2. 어떤 것을 지수로 나타낸 것
=> 설문조사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과 부정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의 수가 같을 때를 지수 100으로 나타낼 경우, 이달 설문조사 결과 이 지수는 110을 기록해 긍정적인 답변자가 더 많았다.

3. 전체 가운데 일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
=> 우리나라 인구의 약 20%는 서울시에 거주한다.

4. 전체 가운데 일부가 아닌 두 대상을 비교해 백분율로 나타낸 것
=> 인천시의 인구는 서울시의 인구와 비교해 30% 정도 밖에 안된다. (여기서 인천은 서울의 일부가 아니므로 주의 요망).

5. 어떤 시점에서 측정한 것
=>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0조원에 육박했다.

6. 어떤 기간 중 측정한 것
=> 지난 한달 간 우리 가게 매출액은 1000만원을 넘어섰다.

7. 어떤 시점(기간)과 다른 시점(기간) 사이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
=> 지난 달 우리 가게 매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00만원이 늘었다.

8. 어떤 시점(기간)과 다른 시점(기간) 사이의 변화의 가파르기를 나타내는 것
 => 지난 달 우리 가게 매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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