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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지난 20년간의 통화정책 역사가 한국은행에 주는 시사점

기사 취재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시는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지난 20년간의 통화정책 역사가 한국은행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소개합니다. 이 보고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통화정책을 3개 시기로 나누어 다소 미흡했던 부분을 지적하면서 결론으로 곧 취임할 이주열 신임 총재에 대한 제언으로 끝맺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부동산 버블을 현재의 위험요인이라고 한 부분 등은 동의하지 않지만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통화정책 역사를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여기서는 보고서의 요약 부분 전체와 결론 부분을 소개하기로 한다. 보고서 전문은 한국금융연구원 홈페이지에 가면 구할 수 있다.

▶ 요약 ◀

□ 한국은행이 제25대 총재를 맞게 되었음.

□ 지금의 국내외적 통화정책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신임총재의 전문적 역량과 정책 리더십 발휘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함.

□ 1990년대 중반 이후 약 20년 동안의 통화정책 역사를 개관해 봄으로써, 신임총재를 맞은 한국은행이 앞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에 유념해야 할 시사점을 아래의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관점에서 찾아보고자 함.

□ 첫째, 반도체 호황기(1994∼1995년) 중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경기과열을 과감하게 진정시켰더라면 경상수지 개선효과를 통해 우리경제는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거나, 겪더라도 매우 완만하게 겪었을 것으로 봄.

□ 둘째, 1998년 초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당국자의 자격으로 IMF에게 콜금리 인하를 적극 요구해야 했으나 한국은행의 그런 리더십은 찾아 볼 수 없었음.

□ 셋째, 2001년 저금리 정책 이후, 한국은행은 2002년부터 금리를 조속히 정상화하지 않아 부동산 버블과 가계대출 버블의 발생 및 확장을 막지 못했고, 가계 저축률도 OECD 최저수준으로 낮아져 경제 펀더멘탈이 매우 취약해짐.

□ 20년 전체를 돌이켜보면, 과잉 유동성 또는 과도한 저금리의 부작용은 인플레이션이 아닌 경상수지 적자, 자산버블, 가계대출 버블 등의 형태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나, 통화정책 선택의 고비마다 소비자물가는 상당한 안정세를 보여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금리인상의 명분을 찾아내기 곤란하게 했었음.

□ 한국은행의 궁극적 지향점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면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 목표 달성에만 전념(專念)할 게 아니라,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잠재적 경제 위험요인에 대처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확실한 정책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지난 20년 통화정책역사가 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함.

▶ 결론 ◀

물가안정이 한국은행의 정책목표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과잉 유동성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생각지도 못했던모습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나타나 경제전체의 안정성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지난 20년을 보더라도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은 경상수지 적자로 나타났는가 하면 부동산 버블이나 가계대출 버블 또는 지나치게 낮은 가계저축률 등으로 나타났었다.

경상수지 적자, 부동산 버블, 가계대출 버블, 낮은 가계 저축률은 통화정책과 직접적·간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이들은 모두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해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이다.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으로 외환보유고가 감소하여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우리경제가 겪은 고통은 웬만한 인플레이션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상처 가운데 상당부분은 아직까지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도 저성장 탈출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경제에 가장 위험한 잠재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 버블도 우리경제의 커다란 위험요인이라는 점은 다시 말할 필요조차 없다.

만약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에 몰두하느라 경제 내부에서 자라고 있는 위험요인을 놓치거나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경제전체가 커다란 위험에 빠진다면, 소비자물가 안정이란 목표는 의미가 반감되고 만다.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가는 소비자물가에 속아버리는 수가 있다.

과거 20년을 보면, 한국은행이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했던 시기에는 예외 없이 물가가 매우 안정되어 있었다. 한국은행의 임무가 물가안정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물가안정 속에서도 불안 요인들은 얼마든지 자라났고 몇 년 뒤 우리경제를 어려움 속에 빠뜨렸었다. 그러므로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물가를 넘어 시야를 넓혀야 하고 단기적 경기변동만이 아니라 몇 년 뒤의 상황까지도 내다보는 실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통화정책의 방향이 확고하게 선다면, 우리나라 거시경제 정책의 양대축(兩大軸)의 하나인 통화정책의 당국자로서 한국은행은 정책 리더십을 발휘하여 국민경제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한국은행의 첫 번째 임무는 물론 물가안정으로 되어있지만, 물가안정의 궁극적 지향점이 결국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있는 것이라면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 목표달성에만 전념(專念)할 게 아니라,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잠재적 경제 위험요인에 대처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확실한 정책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지난 20년 통화정책 역사에서부터 배워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적 역량과 정책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를 기대

지난 20년 통화정책의 역사에는 한국은행이 자신의 실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여건이 충분치 않았던 시기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행의 입지는 법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과거보다 훨씬 공고해져 있고, 그만큼 국민들의 기대 또한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신임 총재의 임기 중에도 우리경제의 여건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신임총재를 맞이한 한국은행이 아무쪼록 전문적 역량과 정책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함으로써, 우리경제가 험난한 시기를 원만히 넘길 뿐 아니라 경제의 장기적 펀더멘털이 튼튼해지기를, 그리하여 한국은행이 우리경제를 반석(盤石)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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