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외교관이자 저술가 및 교수인 키쇼르 마부바니의 책 『The Great Convergence』를 소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진정으로 하나가 된 지구에 거주하는 주민으로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과거와 비교해 설명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인류가 이러한 문제를 잘 극복하고 발전을 지속할 것이라는 데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과 서유럽 일부 국가의 퇴행적 자세가 진정한 지구촌 통합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최근 수십년간 세계화 물결 속에 인류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물리적 통합을 이뤄냈다. 지난 17세기 중반 이래 국가간 질서 유지와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민족국가 체계는 이제 진정한 지구촌 시대를 맞아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국경이나 물리적 거리는 더 이상 사람과 물자의 이동에 결정적 장애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구 어디든 뉴스는 단 몇 초 안에 반대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이러한 세계화의 진전과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국가간 전면전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수십억 명이 중산층 반열에 들어서게 돼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편리한 생활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그야말로 하나가 된 세계의 주민이 된 오늘날 인류에게 닥쳐오는 도전도 과거에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띄고 있다.
전쟁이나 식민통치 혹은 부당한 착취 등으로 인한 문제는 사라진 대신 그 자리를 대신해 기후변화, 공해, 새로운 전염병 등이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어떤 문제든 국지적인 성격을 띄었기 때문에 당사국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고 빨리 해결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피해도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세계화된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은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모든 인류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당연히 이러한 문제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 즉, 과거에는 각국이 별도의 선박으로 지구라는 바다에 항해를 해 나가고 있었다면 오늘날 각국은 세계화된 하나의 선박 안에 선실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저자는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거에는 각 선박에 탑승한 승객의 운명은 그 선박의 선장이 해당 선박이 처한 상황에 맞는 대책을 가지고 얼마나 항해를 잘 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모든 인류는 하나의 커다란 배를 함께 타고 있으면서 서로 다른 선실에 탑승하고 있을 뿐이어서, 각국 국민들의 운명은 그 선실 책임자 한 사람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다. 각 선실 책임자는 선실 내에서는 최고 지도자일지 몰라도 배 전체적으로는 200여 명의 책임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당연히 배를 전체적으로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사람이 필요하고 선실 책임자들간에 의견을 조율하고 공통의 문제에 대한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다행히 인류는 국제연합(UN)이라는 뛰어난 기구를 가지고 있다. 모든 나라는 UN 회원국으로 가입이 허락되고 있으며 UN 총회는 각국 지도자들이 두루 참석하는 지구촌 최대의 외교무대가 될 것으로 누구나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 나라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다. 즉, 나머지 190여개국이 합의해도 앞의 5개국 가운데 단 한 나라가 그 합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세계대전 직후와 같은 혼란한 시기에 이런 제도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또 필요성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당사국들도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표면적으로는 개혁을 약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직접 UN 주재 대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등 소수의 국가가 어떻게 변화를 거부했는지 생생한 증언을 하고 있다.
세계대전 직후와 같은 혼란한 시기에 이런 제도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또 필요성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당사국들도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표면적으로는 개혁을 약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직접 UN 주재 대사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등 소수의 국가가 어떻게 변화를 거부했는지 생생한 증언을 하고 있다.
그런 감춰진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 지배구조 개혁을 약속해 놓고도 계속 자국내 절차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라든지 G20 회의에서 약속한 국제기구 지배구조 개혁안을 강대국들이 계속 미루고 있는 것 등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미국과 서유럽 등 일부 국가가 얼마나 새로운 세계질서에 저항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이렇듯 저자가 외교관 시절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이 많이 있으며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한 점은 책 곳곳에 도표와 수치 자료를 함께 제시하며 자신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들은 이 책에 포함된 많은 흥미로운 도표 자료를 스캔한 것으로 화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알아두면 여러 모로 큰 도움이 될 내용들을 담고 있어 소개한다. 각 그림을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더 상세한 정보는 저자의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 http://www.mahbubani.net/book4.html
(현재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아닌 나라들을 GDP와 인구 규모를 감안해 순위를 매긴 것으로 저자는 이들 많은 나라들을 준상임이사국 대상국으로 제안하고 있다.) |
(서구 선진국들은 어떤 나라에 부패한 정권이 들어서면 비난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등 이를 시정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각종 원조를 지렛대로 삼아 자신들의 국익을 챙기는 데 혈안이 돼 있으며 이 표에서 보듯 부패한 정권이라도 국익에 도움이 되면 원조를 적극 제공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
(누가 온세계를 핵의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는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그림이다.) |
(미국 등 일부 강대국은 UN 산하 기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예산 증액을 적극 반대하면서 예산외 원조라는 장치를 이용해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
(UN 구조) |
(세계는 과거와 비교해 국가간 전면전으로 인한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
(중국, 인도, 기타 아시아 등이 향후 50년 이내에 세계 중산층 인구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