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와 소득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 사이가 좋기를 바라기는 힘들다. 그리고 빈곤층에서 탈출하는 일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지적하고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불신과 반목만 심화된다면 이는 건전한 논의라고 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 그레노블경영대학원의 Mark Espositor 부교수와 ESCP유럽의 Terence Tse 부교수가 공동집필한 『소득불평등과 청년실업(Income Inequality and Youth Unemployment)』라는 글이 눈길을 끈다. 물론 이들도 심화되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묘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다만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다 진지하게 펼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와 소득의 불평등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토머스 피케티의 화제작 『21세기 자본』이 주요 베스트셀러 목록을 휩쓸면서 1970년대 이후 줄곧 악화돼 온 소득불평등 문제가 다시 한 번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주로 소득불평등 문제의 영향, 그 가운데에서도 사회적 결속력의 약화, 빈민가의 확대, 노동 착취 그리고 중산층 약화 등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문제면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주제가 있으니, 이는 바로 청년실업 및 불완전고용 문제다.
최근 세계경제위기 이후 청년실업은 세계 도처에서 급증했다. 선진국의 경우 16-24세 사이 인구 중 실업자는 18%에 이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청년실업률이 9%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제외하면 미국은 16%, 영국은 20%, 그리고 스페인과 그리스는 50%가 넘는 상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역시 청년실업률이 각각 28%와 24%로 높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아시아의 청년실업률은 10%에 그치고 남아시아는 9%로 낮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문제 해소를 위한 각국 정책당국의 노력은 미진하다. 이 문제를 가리켜 세계노동기구(ILO)는 2018년까지 세계 청년실업률이 1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이른바 "상실의 세대"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높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원인을 한 가지로 딱 꼬집기는 힘들다. 중국의 경우 경제 구조상 제조업 영향력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대학 교육을 이수하지만 정작 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는 제조업의 경우 고등학교 이수자 정도의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구직자가 생각하는 자신들의 능력과 고용주가 원하는 자질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점도 높은 청년실업률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연합 내 9개 회원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교육기관 중 72%는 자신들이 배출하는 졸업생들이 고용주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답한 반면 고용주 가운데 구직자들이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43%에 그쳤다.
이렇게 높은 청년실업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와는 별개로 소득불평등 문제는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싶다. 쉽게 말해 많은 직업의 경우, 그리고 특히 인기가 높은 직업의 경우 거의 대부분 사실상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에게만 기회가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영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사립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는 7% 정도 밖에 안된다. 하지만 기업 최고경영자 가운데 절반, 그리고 의사들 가운데 3분의2 정도는 사립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 더욱 문제는 미래 의사들의 경우 상위 20% 부유층 출신이 될 것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로 몇 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우선 최상의 직업을 가지려면 최상의 학력이 필수적인데 그러려면 당연히 많은 돈이 필요하다. 더우기 좋은 일자리의 경우 인턴십을 거쳐야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인턴십의 경우 대부분 무보수 조건이어서 그 기간 동안 이들을 부양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가 있는 가정이 유리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돈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이나 인턴십을 갖는 일, 심지어 최상급의 교육기관에 입학하는 일조차 소위 전문가 그룹의 네트워크 안에 속해 있을 수록 유리하다. 취업 시장에서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누구를 알고 있는가에 따라 기회가 달라진다면 좋은 네트워크를 가진 집안 출신 젊은이들이 당연히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채용제도나 관행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도 이러한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집단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결국 이들이 채용하는 지원자들의 자질이나 경험을 분석해 보면 일정한 유형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특이한 교육 이력이나 사회 경력을 가진 구직자가 면접까지 진출한다고 해도 면접관은 이들에 대해 더 조심스런 시선을 보이곤 한다.
학력이 인력 채용 기준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는 점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사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결국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집안 출신 가운데 장학금을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선행학습을 마친 부유한 집안 출신 학생들과 겨루다 보면 입학 초기부터 성적이 뒤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복잡한 문제를 논의하지 않더라도 유망한 젊은이들의 경우 상용직 근로를 하지 않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는 간단한 문제도 잘 알려져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근로 태도와는 관계 없이 임금 수준 자체가 처음부터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최소한 구직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려면 고용주들은 기존의 채용 방식을 탈피해 보다 다양한 기준으로 구직자들을 평가해야 한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참신한 시각을 지닌 인재들로부터 얻는 것이 많은데 그런 인재를 채용하려면 대상을 더욱 다양하게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富)가 사회적 기회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남아 있는 한 가난한 집안 출신의 젊은이들은 갈수록 의욕을 잃게 되고, 이는 결국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모든 젊은이들이 사회적 및 경제적 지위의 개선에 대한 가능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빈부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며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지만 청년실업률을 낮추려는 노력을 한다면 소득불평등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면 청년실업률도 낮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회는 더욱 안정되고 단합되고 번영할 것이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일은 부유층이나 빈곤층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다.
※ 원문 전문 ▶ Income Inequality and Youth Unemploy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