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의 현황과 개선점』이라는 보고서 가운데 "문제점" 부분을 소개하고 뒤에 이에 대한 나의 견해를 추가한다. 여기에 소개되지 않은 항목은 "창업생태계의 개념과 청년창업지원 현황", 그리고 "청년창업 생태계의 개선점" 등이다. 이 보고서 전문은 한국금융연구원 홈페이지의 "주간금융브리프" 코너에서 구할 수 있다.)
■ 청년창업생태계의 문제점
우선 우리나라 청년창업 생태계의 문제점을 인력, 시장, 자금, 인프라 등 네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인력측면을 살펴보자. 최근 몇 년간 연령대별 창업추이를 보면 대체로 50대와 60대의 창업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오고 30세 미만의 청년창업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는 다음 두 가지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청년들의 기업가정신 약화 현상이다. 기업가정신이란 다수의 경제학자에 의해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고 있는데 2003년 유럽연합(EC)은 기업가정신을‘ 위험수용성, 창의성 및 혁신성을 새로운 조직이나 기존 조직에서 기업경영에 접목함으로써 경제활동을 창출하고 발전시키는 정신자세와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국가기관, 공기업,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데 최근 이러한 경향이 심화되고 있어 청년 CEO 비중이 2000년대 초반 32.4%에서 최근 11.6%로 하락하였다. 글로벌창업모니터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기회를 포착했으나 실패우려로 창업을 주저하게 되는 비율이 43%로 미국의 32%, 중국의 36%에 비해 상당히 높아 사회 전반적으로 도전의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기술중심의 고부가가치를 유발하는 기회형창업은 부진하고 시니어의 생계형창업 비중이 높은 현상이다. 청년들의 경우 실패의 두려움으로 창업을 포기하고 창업을 하더라도 취업이 잘 안되어 대안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니어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생계목적의 자영업인 경우가 많다. 글로벌창업모니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혁신주도형경제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생계형창업 대비 기회형창업 비중이 0.9로서 노르웨이 16.4, 스웨덴 11.1, 미국 2.8, 일본 2.6, 대만 2.8 등 혁신주도형경제의 평균인 3.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둘째, 시장측면에서는 내수시장의 규모 자체가 작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독점 등에 의해 자유경쟁 여건이 형성되지 않아 내수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안으로 글로벌 창업을 도모한다하더라도 실제로는 언어·네트워크·자금 등 여러가지 부문에서 역량이 부족하여 해외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의 성공적인 창업과 회수 사례는 이베이의 G마켓 인수, 쉐퀘이어의 쿠팡 인수 등 대부분 유통시장 영역에서 일어난 것으로 그만한 규모의 창업성공 사례는 내수시장 영역에서는 거의 없다.
셋째, 자금측면에서는 정부정책의 실효성이 충분하지 못한 것과 창업기업에 성장 단계별로 적절한 자금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최근 정부 각 부처는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지원방안’을 포함하여 청년창업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청,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부 등 정부부처의 지원사업들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정책 일관성이 결여되고 정책 실효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청년창업 지원을 위한 자금공급의 양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자금운용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 관련자와 자금운용 관련자가 실적평가 및 결과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보수적인 태도를 지속하는 경향이 많다. 이로 인해 상당부분의 자금지원이 융자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위험-고수익의 기회형창업에 필요하고 실패에 대한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중심 형태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성장사다리펀드 등 투자중심의 자금지원도 양적으로는 늘어나고 있지만 결국 보수적인 운영행태를 보이고 있는 벤처캐피탈의 한계로 인해 적절한 자금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탈은 창업 성공률과 수익률에 대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한 지 3년 이상 지난 안정적인 기업이나 대기업에 납품이 보장된 기업, 혹은 기업공개를 앞 둔 기업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으며 창업초기 기업에는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청년창업 자금공급은 5천만원이하의 초기창업에 중복적으로 집중되어 있거나 보수적인 운용을 하는 벤처캐피탈에 의한 10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에 쏠려 있다. 즉, 초기창업 자금은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우나 그 이후 창업기업의 유지와 성장에 필요한 자금은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인프라측면에서는 교육 및 멘토링, 투자, 성장, 재도전의 연계가 미흡하며 인적네트워크가 상당히 부족하다. 최근 인프라 측면에서도 정부의 다양한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신기술과 아이디어 등을 기반으로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라는 특성을 갖는 기회창출형 청년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등에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창업교육지원, 창업자원개발, 창업촉진 인프라 강화에 노력하고 있으나, 주로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되어 있어 자발적인 창업생태계 조성과는 동떨어져 있다.
또한 전국 대학내에도 창업지원센터가 설치되었으나 주된 지원 기능이 사무실 제공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며 멘토링과 네트워크 시스템 부진 등으로 인해 오히려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또한 창업에 성공한 기업가들의 태도가 창업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데, 미국 PayPal 회사의 창업자들이 창업 성공시 얻은 수익을 모두 재창업에 사용하거나 혹은 창업 투자자가 되어 제2의 창업자 육성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좋은 예이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1차 창업 성공 후 연쇄 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끊겨 창업 생태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
= = = =
■ 위 글에 대한 나의 견해:
여기에 지적한 내용들은 하나 하나 모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사항들만 문제는 아니겠지만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 지적된 문제들은 사실 분야만 다를 뿐 어제 오늘 제기된 것들이 아니다. 그러면 문제 파악이 됐는데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우리 나라의 경우 웬만한 일은 정부가 바뀌면서 중단되거나 변경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도 그렇긴 하겠지만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첫째 정부의 힘(결과적 영향력)이 다른 나라보다 강하다는 것, 그리고 둘째, 정부가 단임제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회/학계/언론계 등 나름대로 정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 세력이 대체로 정부가 바뀌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든 협력 관계에 들어서든 관계 정립에 더 집중한다는 느낌이 든다.
스포츠로 말하자면 정부는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이 올바로 준수되는지, 그리고 사후적으로 규칙에 허점은 없는지 등을 신경쓰면 된다. 만일 정부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심판의 선발과 배치를 관장하고 심판의 경기 운영에 개입한다든지 경기 중 심판을 갑자기 바꾸거나 규칙을 바꾸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해당 스포츠 생태계는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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