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춘욱 님의 블로그(http://blog.naver.com/hong8706/220184650131)에 게시된 글을 공유합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합동으로 매년 조사·발표하는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가 공표되었기에 간단하게 소개해 봅니다.
일단 아래의 '표 1-1'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나라 가구의 2014년(3월 기준) 자산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습니다.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역시 2.0% 상승했습니다. 이렇듯 순자산이 2.0% 상승한 것은 무엇보다 경상소득이 전년에 비해 4.4% 증가한 반면, 소비는 0.2% 증가에 그쳐 가계의 흑자액이 무려 13.2%나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예. 한국경제가 올해 이토록 부진한 이유가 적나라하게 나오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 가계는 미래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며,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저축을 늘리는 데 올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가계의 재무구조는 예전보다 건전해졌지만, 대신 경제의 성장탄력이 떨어져 미래 소득 전망은 어두워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얼마전 이조훈님의 글(혼수를 둘러싼 갈등은 왜 일어나는가)에서도 잘 나왔지만, 결혼할 때 전세자금으로 2억 내외의 돈을 가져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통계도 있습니다.
아래 '표 1-2'는 한국의 가구당(1인당 아님) 순자산 보유액을 보여주는데, 순자산 기준 10억 이상 가진 가구는 전체의 4.1%에 불과합니다. 한국 전체 가구수가 대략 2천만 가구라고 보면 82만호? 각 가구당 아들 하나 딸 하나 뒀다고 가정해도 82만 명 정도의 남자만이 결혼할 때 2억 정도의 전세자금을 별 탈 없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중 미성년자나 기혼자 제외하면, 대략 1/4 이하로 떨어질테니.. 한국에서 약 20만 명 정도의 결혼 적령기 남성만이 결혼시장에서 '적격' 대상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이지만, 순자산의 분포만 보면.. 아들 하나 제대로 장가못보내는 가정이 전체의 95.9%에 이르는.. 정말 못사는 나라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들만 둘인데.. 참 걱정됩니다. 휴우
이제 한발 더 나아가서 가처분 소득의 분포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의 '표 1-4'는 가처분 소득의 분포를 보여주는데, 연 1억 이상의 가처분 소득을 기록하는 가구는 2013년 전체 가구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2012년에는 3.5%였기 때문에, 고소득 가구는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4천만원에서 5천만원 사이의 가구 비중은 11.1%에서 11.4%로, 그리고 5천만원에서 6천만원 사이의 가처분 소득을 기록한 가구의 비중은 7.6%에서 8.2%로 역시 증가했습니다. 예.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지난 1년 동안 크게 악화되었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고소득층의 비중이 분명 크게 증가했지만, 중산층의 소득도 증가해 중간값 소득이 전년 동기에 비해 6.5%나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평균 소득의 증가율(5.0%)에 비해 중간값 소득 증가율이 높다는 것은 소득 불평등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다음 순서로 연령대별 자산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붉게 박스친 부분이 부동산인데, 한국 가계는 평균 73.2%의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세 미만의 젊은 계층일수록 실물자산 비중이 낮으며 점차 나이를 먹어갈 수록 실물자산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층 더 눈이 가는 것은 자산의 점유율입니다. 30세 미만의 사람들이 가진 자산 점유율은 0.7%인 반면, 30대와 40대의 자산 점유율은 12.3%와 26.2%로 높아지며 50대에 정점(32.5%)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60세 이상의 은퇴연령에 도달하면 점유율이 하락(28.4%)하게 됩니다.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자산의 변화, 그리고 자산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주 의미있는 통계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득 계층별로 자산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1분위는 소득이 가장 적은 가구, 반대로 5분위는 소득이 가장 많은 가구를 의미합니다.
소득수준이 높을 수록 부동산 비중은 낮으나, 그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이는 미국과 정반대 되는 현상으로, 미국은 소득이 높을수록 부동산 투자비중이 급감합니다(제일 아래 '그림' 참조). 이 결과, 미국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때 가장 못사는 사람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결과를 가져왔죠.
물론 한국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좀 다르다는 이야기죠. 부자나 가난뱅이나 모두 부동산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물론 소득 1분위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이 78.7%로 더 높습니다만.. 평균 거주주택이 5,339만원이니, 이건 대부분 중소도시 혹은 농가의 주택으로 봐야하며 실거주 목적이라 큰 문제가 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한국은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될 때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소득 5분위는 부동산도 5.5억원 상당 보유하지만 금융자산도 2.0억원 정도 되기 때문에.. 사실 집값 많이 빠진다고 해서 문제가 될 여지는 거의 없거든요. 문제는 소득 3분위와 4분위로 금융자산이 가각 0.7억과 1.0억에 불과하기 때문에 만일 '실직' 등의 불의의 사태가 겹쳐질 경우에는 소득 하위 계층으로 몰락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림설명: 왼쪽 그림은 미국 소득 5분위별로 전체 순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데, 가장 소득이 낮은 계층(poorest)일수록 전체 순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남. 오른쪽 그림은 보유주택 가격에서 모기지(=부동산 담보대출)의 비중을 보여주는데, 소득이 가장 높은 계층(Richest)은 그 비중이 20%에 불과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음.
암튼 결론을 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한국 가계는 2013년에 비해 2014년 더 건전해졌다
② 부채가 소액이지만 증가했음에도 순자산규모가 증가한 이유는 저축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③ 소득의 분포를 살펴보면 2013년이 2012년보다 더 평등해진 것으로 보인다
④ 미국과 달리 한국 가계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부동산 비중이 높다
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경우, 가장 타격을 받을 계층은 소득 3∼4분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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