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8

(斷想) 엔저 '위기'라고 하는데 정말 위기라는 표현이 합당한가?

(※ 사견임)

오늘 한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아베노믹스와 그 파급 효과에 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의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제외한다면 오늘 방송 중 내게 주어진 질문은 대부분 환율과 환율 변화로 인한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에 모아졌다. 사회자의 질문 내용에는 급기야 엔저로 인한 "위기 상황"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오늘 방송에서 발언한 내용을 블로그 독자들과 공유할 겸 소개하기로 한다.

※ 일본 경제가 침체로 빠짐에 따라 추가 부양책을 펴면 엔저는 가속화되는 것 아닌가?

양적완화 및 재정확장 정책을 확대하는 것이니 엔저 가속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달러 대비 엔 환율은 117엔 근처에 있어서 아베노믹스 실시 직전인 2년 전과 비교하면 엔화는 약 33% 절하됐다. 지금 엔 환율이 얼마까지 가느냐를 놓고 전망이 난무한데 뭐 일단 '부르는 게 값'인 양상으로 가고 있다. 125엔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140엔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 엔저로 인해 지금까지 경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위기의 실상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답하기 전에 우선 엔저를 대하는 한국 내 분위기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다.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고 또 인접국으로 정말 천년 이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서 그런지 한국은 일본에 대해 특별한 시각들이 있는 것 같다. 보통 엔저 상황이 되면 한국 수출 걱정들을 많이 하는데 사실 한국 수출에 대한 영향으로 말하자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과 세계 수요가 절대적이다. 한편 '위기'라고 했지만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위기라는 건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 박근혜 대통령이 엔저 공습을 비판했는데 국제공조를 기대할 수 있는지?

이번에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발언한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의 재무부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국제무대에서 이런 점을 누누히 얘기해 왔고 미국의 양적완화 및 유럽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회의 도중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하지만 사후 영어로 된 성명이나 그런 것은 나오지 않았고 정상선언에도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 발언에 대한 다른 나라들이 반응이 뜨겁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공조라고 했는데 사실 미국이나 경제대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강력한 국제공조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미국을 뺀 공조는 상상하기 힘들텐데 현재 미국은 위기상황은 벗어났고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일본은 세계 3대 경제국이고 중국이 신흥국인 점을 감안하면 선진국 가운데 미국을 빼고는 최대 경제국이다. 그런 일본이 살아보겠다고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마당에 미국이 다른 나라의 사정을 봐서 새로운 공조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우리가 앞으로의 '위기'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나는 엔화든 원화든 환율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매번 같은 견해를 말하고 있다. 환율은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다. 당장 엔/원 환율만 놓고 보면 현재 100엔당 940-950원 대에서 움직이는데 그렇다고 뭐 큰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엔/원 환율은 2007년에는 800원 아래에서 거래된 적도 있고 1997년 한국 외환위기 이전에는 거의 800원을 넘지 않았다. 물론 국제 위기가 올 때면 원화가 절하되면서 엔/원 환율이 1998년에는 1500원을 돌파했었고 2009년에는 1600원도 돌파했었다. 그렇다면 당시 한국은 그런 환율이 평생 유지될 것으로 보았나?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는 비정상적인 수준의 엔/원 환율이 다시 내려가거나 올라갈 것이라는 것은 예견했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상 엔저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그리 큰 것은 아니다. 다만 환율이 오르면 올라서 얻는 이익은 취하되 하락할 때를 대비하고 하락하면 하락하는 데서 얻는 이익을 취하되 다시 상승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인 자동차와 휴대폰은 이미 전체 생산량의 대부분을 해외 각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런 만큼 환율 움직임에 대해 곧바로 위기감을 고취하는 것은 만일 실제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널리 보아서 이른바 공포마케팅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방송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참고할 만한 자료로 그래프를 그려 보았다. 각 그림에 대한 설명은 그림 아래에 첨부했고 각 그림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참고로 비전문가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므로 전문적 분석은 아니라는 점을 양해하기 바란다.)

(위 그림은 차례대로 달러/엔, 달러/원, 그리고 엔/원 환율의 20년간 월봉 차트다. 편의상 차례로 번호를 매겨 설명하기로 한다. 1) 엔화는 세계에서 손꼽는 안전자산이다. 따라서 금융 불안시 엔화는 일본 경제 상황과 달리 절상하며 평상시는 반락하는 양상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서서히 약화되는 것을 반영(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일본은 흑자)해 엔화는 서서히 절상하는 모습이다. 2) 원화는 금융 불안시 급락했다가 서서히 가치를 회복하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건전한 재정 구조와 국제수지 개선 등에 따라 원화는 점진적으로 절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 결국 엔/원 환율은 1-2번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환율인 만큼 변동성이 크다. 동그라미 부분은 큰 추세에서 벗어난 상황을 나타낸다. 2009-2013년 사이 원화가 엔화 대비 상당히 큰 약세를 유지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1인당 GDP(PPP 기준)가 미국의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 주는 그림이다. 일본은 급속한 산업화에 힘입어 1991년 미국의 83%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서서히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이 비율은 60%대 후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무서운 기세로 1인당 GDP 증가를 이룩해내고 있다. 최근 미국의 65% 수준을 돌파하기 직전이다. 앞으로 일본 수준을 넘어설 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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