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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에 쏟아지는 연예인 뺨치는 관심, 문제는 없나 - 로고프 기고문

(※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최근 글을 간략히 번역해 소개한다. 중앙은행이 중요한 것은 맞고 또 중앙은행 당국자의 발언이 중요한 것도 맞다.하지만 중앙은행 당국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는 관심, 특히 언론의 관심은 좀 지나치며 그것은 중앙은행 당국자들 자신들도 적절히 관리하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영문 기고문 전문은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출처: gettyimages)
오늘날 주요국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하는 말은 그야말로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중앙은행들이 항상 정책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경제를 분석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 보지 못한, 뛰어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니,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근 몇년 동안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내놓은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전망은 번번히 빗나갔고 그 편차도 제법 컸다.

중앙은행 당국자들에게 오늘날 엄청난 관심이 쏠리는 여러 이유 가운데는 물론 긍정적인 것도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증대, 통화정책을 총괄할 책임자 자리에 고도의 전문가를 임명할 필요가 있다는 대중의 인식, 그리고 금융시장의 깊이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등이 바로 긍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단 금융위기 기간 중 세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만은 막아냈다는 것 자체가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핵심 이유라고 하겠다.

그렇더라도 거시경제 전망과 양적완화 등 정책 수단의 효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많은 학자들은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하는 연설이나 발표문이 그토록 대대적인 관심을 끌고 요란하게 취급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 뿐 아니다. 금융위기가 극성인 기간 중 중앙은행들이 영웅적인 대처를 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그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하고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우려는 과소평가하는 등 위기 이후 대응은 신축적 자세를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금융위기 그 자체의 발생 원인을 곰곰히 따져 보면 방만한 감독 정책이라는 차원에서 중앙은행도 일말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렇게 중앙은행의 일거수일투족에 과도한 관심이 쏠리게 된 현상에 대해 많은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1987년 8월부터 2006년 1월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이 이론이나 실제와는 달리 전지전능한 중앙은행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린스펀이 현직에서 물러난 것도 오래 됐는데 중앙은행에 쏠리는 관심은 훨씬 커진 것이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위에 열거한 것들 이외에도 나는 3가지 측면에 대해 논해 보겠다. 우선 중앙은행 수장은 전지전능하다는 대중의 인식 때문에 중앙은행 수장들은 종종 정치인을 대신해 희생양이 되곤 한다. 둘째, 디지털 혁명이 언론계를 휩쓸면서 경제기사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많은 나라에서는 인쇄 및 방송 언론을 막론하고 경제기사가 핵심 수입원이 돼 버렸다는 사실이다. 많은 경영인들, 특히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중앙은행 수장들의 발표문은 막대한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경영인들은 다시 광고주들에게 있어 큰 관심사다.

세 번째 특징은 금융시장에 명백하고 예측가능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가운데 중앙은행의 정책 발표문 만한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하루나 장중 영향력을 따져 보면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연준 당국자들이 시장에서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매파적" 발언을 할 경우 달러 가치와 미국의 장기금리는 상승하고 반대로 주가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물론 시장 반응이 미미하거나 일시적일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매일 쏟아지는 각종 거시경제지표와 비교할 때 중앙은행 당국자들의 발언 내용은 거의 매번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수조 달러의 자금이 흘러다니는 세계금융시장에서 이렇게 확실하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재료는 드물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발언을 할 것이라고 생각되면 큰 금액을 걸고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내 생각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면 실업률, GDP, 무역수지 등 경제지표를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살펴보면 실상을 잘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 기사는 중앙은행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결론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 지표 등 일부 경제지표는 물론 중앙은행 당국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며 따라서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정보는 사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단순한 소음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만큼 중앙은행 당국자 자신들의 입에서 곧바로 쏟아져 나오는 정책에 대한 견해가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리하자면,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오늘날 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물론 있다. 중앙은행들이 오늘날 상대적으로 독립성과 정책 성과 면에서 많은 개선을 이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점, 언론 입장에서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중앙은행 발표문이 금융시장에서는 확실한 단기적 효과를 갖는다는 점 등도 지적하고 싶다. 이런 부수적인 이유들로 인해 중앙은행의 발표문 및 결정 사항을 둘러싸고 버블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 버블 때문에 중앙은행의 일거수 일투족이 갖는 경제적 중요도가 과장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버블 상황을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일까? 내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언론 기사의 버블(과잉 보도) 현상은 특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언론이 중앙은행 당국자들의 발언이나 결정 내용을 과도하게 보도함으로써 일반인들 사이에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특별히 많이 생각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사실 성장, 인플레이션, 그리고 금융 안정을 두루 고려하고 있다. 물론 이 순서대로 고려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버블, 즉 정치권이 중앙은행의 정책이나 발언에 과도한 관심을 갖는 문제는 어찌 보면 중앙은행 독립성이라는 차원에서 불가피하다. 하지만 선출직 관료들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막기 위한 노력은 끊임 없이 필요하다. 예측가능성에 대한 버블(과도한 기대)은 내 생각에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다. 나는 기본적으로 그런 기대가 적을 수록 더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요성에 대한 과도한 평가는 중앙은행 당국자들이라면 항상 (위험하게 커지기 전에) 터뜨리도록 노력해야 하는 버블인 것이다.

※ 기고문 원문



Celebrity Central Bankers

☞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central-bankers-and-monetary-policy-by-kenneth-rogoff-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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