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8

(斷想) 사이비가 위험한 이유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다가 공자가 한 말이라는 다음 글을 곰곰히 읽어보게 됐다. 읽고 나니 왜 사이비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잊게 됐지만 아래 글을 읽어 보면 분명 사이비는 그 어느 것보다 해악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칼을 들고 위협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부드러운 표정과 그럴 듯한 말로 접근하는 사람의 진면목을 알기는 쉽지 않으며 그만큼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惡似而非者
惡莠, 恐其亂苗也惡佞, 恐其亂義也
惡利口, 恐其亂信也
惡鄭聲, 恐其亂樂也
惡紫, 恐其亂朱也
惡鄕原, 恐其亂德也
君子反經而已矣 經正則庶民興 庶民興 斯無邪慝矣
내 한자 실력이 약해 인터넷 공간에 있는 다양한 해석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그 뜻을 정리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나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미워한다
강아지풀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곡식의 싹과 혼동을 일으킬까 두려워서고
아첨하는 것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정의와 혼동을 일으킬까 두려워서고
교묘한 말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신의와 혼동을 일으킬까 두려워서고
정(鄭)나라의 음란한 음악을 미워하는 이유는 아악(雅樂)과 혼동을 일으킬까 두려워서고
보라색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붉은 색과 혼동을 일으킬까 두려워서고
향원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이 덕이 있는 자와 혼동을 일으킬까 두려워서다
군자는 법도로 돌아갈 따름이니, 법도가 바로 잡히면 서민들이 감흥하고 서민들이 감흥하면 간사한 것은 없어지는 법이다

향원(鄕原)에 대한 공자의 혐오증이 간혹 현실 정치와 관련해 언급되곤 한다. 즉 옳지 않은 줄 알면서 주민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옳은 일인 줄 알면서 주민들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 부류의 정치인들을 일컫는데 위 문장이 언급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현실정치에 대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잘 알지도 못하고 조만간 잘 알게 될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사회ㆍ경제 부문에도 사이비 문제가 심각하다. 실례로 규제와 관련해서도 사이비 논리가 진리 행세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규제가 과도하며 너무 많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알고 보면 한국에서는 꼭 필요한 규제가 없거나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필요 없는 규제를 찾아내 없애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 남성들이 대부분 군대를 갔다 오기 때문에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가 사회에 퍼지게 되었으며 회사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그렇지만 이것도 이른바 사이비 논리다. 즉 사실 같은 거짓이라는 말이다. 외국 회사의 경우에도 상명하복 원칙은 철저히 지켜진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일과 관련이 없는, 그리고 정당성이 없는 사적인 부분에는 상명하복을 유난히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분단, 군대 경험 등을 들먹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권위"에 대해서도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어른들은 너무 권위적이라거나 직장 내 상사들이 너무 권위적이라는 말이 한 가지 예다. 아버지의 권위는 무서운 얼굴로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로서의 본분을 다 하면서 때론 자식 앞에서 재롱도 떨고 우스개 소리도 잘 하는 것이 훨씬 권위가 있어 보인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권위 있는 어른이 넘쳐나는 한국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이비가 위험한 이유는 그 자체로 해악을 끼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실을 가리는 이중적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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