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6

(책소개) 한국 자본주의: 훌륭한 진단...실천할 수 있는 대안은?


저자: 장하성

출판사: 헤이북스

출판일: 2014.09.25

페이지: 724

ISBN: 9791195316908
 


아주 감명깊게 읽었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현실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잘 짚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다. 신문만 충실히 읽어도 알만한 내용을 현란한 용어를 섞어가며 늘어놓는 일부 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경제가 보다 지속가능한 구조를 갖추는 데 있어 방해가 될 요소를 잘 정리해 놓고 있다. 저자에 대해서 온라인 서점에는 "장하성(張夏成)은 경영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자이자, 한국의 현실 속에서 학문을 고민하고 현장에 투영하는 실천 운동가"라고 묘사돼 있다. 즉 저자는 현실에서의 실천을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돼 있으며, 따라서 저술도 같은 차원에서 쓰여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짜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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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한국 자본주의 톺아보기
제1장 고장 난 한국 자본주의
제2장 뒤죽박죽 한국 시장경제
제2부 한국 자본주의 따져 묻기
제3장 주주 자본은 자본주의 모순의 근원인가?
제4장 한국 경제는 정말 먹튀에 휘둘렸나?
제5장 삼성은 왜 스스로 적대적 M&A 논쟁을 일으켰나?
제3부 한국 자본주의 고쳐 쓰기
제6장 자본주의에서의 경쟁, 공정, 정의
제7장 정의롭지 못한 한국 자본주의
제8장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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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우선 한국 자본주의가 고장난 상태라고 강조하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소득 분배 문제와 기업-가계간 소득 불균형 그리고 재벌과 대기업의 편법 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인해 한국 경제가 고장난 상태라고 하는 진단은 표현이 정확치 않다고 생각한다. 즉 고장이라는 표현이 명확하지 않게 느껴진다.

실례로 전화기가 고장났다고 할 때는 전화기의 근본 기능인 통화가 불가능한 상태를 지칭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듯 한 나라의 자본주의가 고장났다고 하면 그 의미는 명확하지 않고 누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고장"의 기준 또한 확실치 않다. 이런 식이라면 세상 모든 물건과 제도는 만들어질 때를 제외하고는 고장난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실례로 과거보다 가계와 기업 사이의 소득 증가 속도가 차이가 나며 국민소득 가운데 기업이 가져가는 몫이 가계가 가져가는 몫보다 커지고 있다고 "고장"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어떤 나라의 경제에서 기업과 가계의 몫이 일정하게 유지되리라고 상정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여기서 비교하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으며 중간에 1997년 외환위가, 1998년 자본시장 개방 및 국가적 구조조정,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진행되는 기간 동안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기업 수 증가세는 소비자 즉 인구 증가 속도보다 월등히 빠르다. 국세청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 수는 2001년부터 10년 사이에 85%나 증가한 반면 인구는 5% 남짓 느는 데 그쳤다. 미국이나 자본주의 역사가 오랜 국가의 경우 장기간의 자료를 분석해서 의미있는 변화를 찾아낸다면 모르겠지만 한국처럼 세계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 정도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경우 단기간 자료를 바탕으로 섣부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국에서 한국식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칙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잘 파악해 설명하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재벌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한국식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제8장: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위하여"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의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나도 대부분 동의한다. 그 가운데 징벌적 배상제도 같은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부제로 설정한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정치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경제민주화라는 표현 자체만 해도 사람마다, 정파마다, 전공 학문 영역에 따라,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에서 그치지 말고 정의로운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구호는 다소 공허한 느낌을 준다. 또한 "정의로운 경제"가 좋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정의내리느냐에 따라서는 사람마다 판단이 엇갈릴 것이다. 또한 정의로운 경제는 어떤 기준에 따라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도 확신이 가지 않는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경제신문을 읽는 데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여져 있다.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에 대해서도 논란의 대상이 된 사례들의 경우 알고 보면 대부분 그런 논란이 부당한 것이라는 점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외국 자본에 대해 먹튀라며 비난하는 경우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이미 그 비난이 "정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먹튀가 맞느냐 여부보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논란이 반복되고 주류 언론이나 심지어 국회에서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현실이 한국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나는 "한국 자본주의"를 흥미롭게 읽었다. 더구나 저자가 다양한 사회 활동 경험을 가진 것 때문인지 현실감 있는 설명도 다른 학자들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한국 자본주의가 이미 걷어버리기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이상 어떻게든 이상이 있는 부분을 고쳐가면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어디부터 고쳐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명쾌한 대안은 여기서 제시되지 않고 있지만 답은 우리 모두가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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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그림은 책에 포함된 것이 아니다. 이 그림은 IMF 자료를 바탕으로 1980년부터 2020년(전망치)까지 G20 회원국들의 1인당 GDP 변화 속도(배수)와 미국 대비 비율 변화 추이(%포인트)를 비교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 보듯 한국의 경제적 변화는 그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이런 특징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처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 책소개 글에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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